주간동아 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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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 깔끔… 살짝 익혀 먹는 예술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foodi2@naver.com

    입력2007-04-13 1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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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콤… 깔끔… 살짝 익혀 먹는 예술
    뜨거운 국물에 고기나 채소를 살짝 익혀 먹는 음식을 샤브샤브라고 한다. 발상지는 일본이다. 몽골 민족이 세계 정복자로 군림할 때 군사들이 투구에 물을 끓여 고기를 익혀 먹었는데, 이것이 고려시대 한반도로 들어왔고 임진왜란 때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샤브샤브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어떤 사람은 한반도의 전통조리법 토렴이 고려시대 몽골로 전해지고 이것이 유럽(퐁듀 같은 음식을 염두에 둔 듯하다)으로, 아시아로 퍼졌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는 억지에 가깝다. 토렴은 음식 이름이 아니라 더운 국물로 찬 음식을 데우거나 데치는 방법을 말하는 것으로, 이런 조리 방식이 고대 한반도에만 존재했다는 것은 무리다. 이처럼 조리 방식의 유사성으로 음식의 유래를 따지면 세계 모든 음식의 발상지는 아프리카가 될 것이다. 지구상 최초의 현생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출발했고, 그들이 처음으로 불을 사용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앙냄비에 홍탕·백탕… 봄 입맛 돋우는 데 최고

    불이 있고 음식을 담을 수 있는 도구가 있으면 굽거나 찌거나 끓이는 등의 조리법은 다양하게 개발될 수 있다. 따라서 세계 각지에서 각각의 민족이 나름의 방식으로 조리법을 발전시켰을 텐데, 이것이 조리기구나 식재료의 유사성 때문에 서로 비슷해 보일 뿐인 것이다. 샤브샤브 같은 음식은 중국에도 있고 태국에도 있고 베트남에도 있고 인도네시아에도 있다. 그런데 이게 다 한반도의 토렴에서 발전한 음식이라고 하는 것은 상상력이 좀 지나쳤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훠궈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다 샤브샤브 같은 ‘더운 국물에 살짝 익혀 먹는 음식’의 유래가 한반도라는 근거 희박한 ‘설’이 정설처럼 떠돌아 몇 마디 하게 됐다).

    훠궈(火鍋)는 끓는 국물에 고기, 해산물, 채소 따위를 살짝 익혀 먹는 중국 음식이다. 중국 왕실 음식이라는 설도 있고 쓰촨 음식이라는 말도 있지만, 중국 각지에 다양한 훠궈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 훠궈가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5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훠궈가 급격하게 번져나가고 있는데, 그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음식점은 동교동의 ‘불이아(弗二我)’다.



    근처에 일터가 있어 개업 당시부터 무슨 음식점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발길은 하지 않았다. 주변의 평가가 그다지 식욕을 자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한 국물의 둔탁한 샤브샤브! 일본식 가벼운 맛을 좋아한다면 맞지 않을 겁니다.”

    이런 평가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중국 음식은 느끼하다’는 선입관 때문이었는지 처음 방문했을 때는 몇 점 먹다 말았다. 그러나 음식을 내는 모양새가 퍽 마음에 들었고, ‘젊은 여성들한테는 잘 맞겠다’ 싶었다. 태극 모양의 냄비에 빨간 육수와 하얀 육수를 담아내는데, 그 냄비를 ‘원앙냄비’라고 해 ‘불이아’라는 상호와 더불어 묘한 이미지를 자아냈다. 무엇이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즐기는 젊은 여성들에게는 코드가 딱 맞는 세팅인 것이다. 여기다 각종 소스가 올라와 한자리에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었다.

    두 번째 가서야 이 음식의 매력을 깨달을 수 있었다. 20여 가지 재료를 넣고 만들었다는 그 둔탁한 육수는 쇠고기 양고기 본래의 맛에 독특한 향을 더해 제3의 맛을 창조했다. 이건 일본식 샤브샤브에는 없는 미덕이다. 그래서 먹는 방식을 바꿔봤다. 고기와 채소 따위를 건져 소스에 찍어 먹기보다는 국물까지 앞접시에 담고 약간의 소스를 풀어 찌개 먹듯 하는 것이다. 국물 맛을 더 강하게 즐기는 방식이다.

    정식을 시키면 원앙냄비와 쇠고기, 양고기, 청경채 등 채소, 버섯, 감자, 무, 언 두부, 만두, 당면 등이 나온다. 소스가 다양한데 처음에 제 입에 맞는 것을 찾기 위해서라도 모두 달라고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추가요금이 있다. 저녁나절에는 늘 만석이었다. 그러니 예약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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