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읽는 신문이나 잡지가 무엇인지 말해달라.” “거의 다 읽는다. 언론과 미디어에 감사하고 있다.”
최근 미국 공화당의 새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가 CBS의 유명 앵커 케이티 쿠릭의 질문에 엉뚱한 답변을 해 구설에 올랐다. 페일린은 또 다른 인터뷰에서 외교 경험이 일천하다는 지적에 “알래스카가 러시아와 인접해 있다”는 황당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이 같은 답변으로 페일린은 부통령 자질을 의심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공인에게 레토릭(수사·修辭) 테크닉은 무척 중요하다. 블로그, 동영상 채널 등 미디어의 종류와 수가 급증하는 이때,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꼭 공인이 아니더라도 책임감 있는 말을 사내 또는 대중에게 전달해야 할 매니저급이나 홍보, 마케팅 담당 직장인들에게 레토릭 테크닉은 큰 경쟁력이다. 공인들의 말을 통해 테크닉을 익히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듯하다.
히딩크 감독 센스 있는 레토릭 테크닉 자랑
페일린의 레토릭 테크닉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의 동문서답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페일린의 경우 자연스럽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미지메이킹 전문업체 플러스이미지랩의 이주연(36) 팀장은 “동문서답을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순발력과 유머”라고 말한다. 유머를 구사할 때 질문의 요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그 질문을 계기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전법을 쓰라는 것.
“페일린의 답변을 보면 고민을 많이 한 뒤 조심스럽게 말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특정 언론과 미디어를 이야기했을 때 거론되지 않은 다른 언론과 미디어의 부정적 반응을 우려했던 것이지요. 다만 의연하게 설명하며 상대를 설득하는 대신, 당황한 나머지 머릿속 사고의 기승전결 중 결론만 이야기해버렸습니다.”
이 팀장은 차라리 “모든 언론과 미디어를 사랑합니다”라고 대답했더라면 페일린의 센스와 애교가 돋보였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 팀장은 센스 있는 레토릭 테크닉을 선보인 대표적인 사람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꼽았다. 히딩크가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에서 프랑스에 5대 0으로 완패했던 때 히딩크는 벼랑 끝으로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감독들은 “죄송하다”로 시작해서 “프랑스 선수들이 너무 강했고, 반면 우리 팀 선수들이 어떤 면에서 약했다”는 등 패배 요인을 설명한다. 하지만 히딩크는 이렇게 말했다.
“경기 결과에 ‘창피해할’ 필요는 없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선수들 자질은 훌륭하다.”
“정말 매력적인 레토릭입니다. 위기관리 레토릭의 기본 요소로 자신감과 겸손함, 쇼맨십 3가지를 꼽는데, 히딩크의 레토릭에는 이것이 모두 포함됐죠. 특히 ‘창피’란 단어는 아주 감각적이고 함축적입니다. 경기 결과에 ‘창피’해할 것 없다는 말로써 대중을 ‘우리’로 끌어들인 겁니다. 외국인 감독인 자신과 선수들, 그리고 국민을 한편으로 만든 것이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를 토닥거려주기까지 합니다.”(이주연 팀장)
최근 불거진 식품 파동으로 기업인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사례가 잦다. 대중 앞에서 적절히 사과하고 해명함으로써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도 있는 법. 이 팀장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위기관리 레토릭 테크닉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반성하기. 잘못 자체를 회피하지 말고 “잘못했다”고 말해야 한다. 둘째 인정하기. 무조건 말머리에 “맞습니다”라고 말하는 방법이다. 셋째 순화하기. ‘절대로’ ‘결코’처럼 단언적인 표현은 피하고, 될 수 있으면 긍정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넷째 내 편 만들기. 히딩크 감독처럼 ‘우리’를 강조함으로써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레이건도 대선 당시 나이 문제 노련하게 피해
1984년 재선에 나선 로널드 레이건은 상대 후보인 월터 먼데일이 자신의 고령을 문제 삼아 공격하자 이렇게 맞받았다.
“나는 상대 후보의 어린 나이와 미숙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 그해 레이건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연임에 성공했다. 송현주(37)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자신감과 유머로 상대의 공격을 희석시키기 위해 말 자체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진지하게 대응하다 보면 상대방의 페이스에 말려들게 된다는 것. 특히 예상하지 못한 공격을 받았을 때는 “그 말도 일리는 있지만…”이라고 말하며 일단 질문을 받아준 뒤, 자신이 준비한 말을 이어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준비되지 않은 말로 대응하려 했다가는 큰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공격적 발언에 대처하는 레토릭 테크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도 저런 식으로도 해석이 가능해 어떤 것에도 끼워맞출 수 있게 만들라는 것. 이런 방식으로 “지난번에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이번엔 왜 이렇게 이야기하느냐”는 등과 같은 공격에 미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을 수 있다.
송 교수는 “두루뭉술한 화법은 최고의 수비 전략이자,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라며 “정치판에서는 말이 나온 상황은 사라지고 말 자체만 남아 오랫동안 회자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이런 화법이 더욱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공화당의 새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가 CBS의 유명 앵커 케이티 쿠릭의 질문에 엉뚱한 답변을 해 구설에 올랐다. 페일린은 또 다른 인터뷰에서 외교 경험이 일천하다는 지적에 “알래스카가 러시아와 인접해 있다”는 황당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이 같은 답변으로 페일린은 부통령 자질을 의심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공인에게 레토릭(수사·修辭) 테크닉은 무척 중요하다. 블로그, 동영상 채널 등 미디어의 종류와 수가 급증하는 이때,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꼭 공인이 아니더라도 책임감 있는 말을 사내 또는 대중에게 전달해야 할 매니저급이나 홍보, 마케팅 담당 직장인들에게 레토릭 테크닉은 큰 경쟁력이다. 공인들의 말을 통해 테크닉을 익히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듯하다.
히딩크 감독 센스 있는 레토릭 테크닉 자랑
페일린의 레토릭 테크닉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의 동문서답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페일린의 경우 자연스럽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미지메이킹 전문업체 플러스이미지랩의 이주연(36) 팀장은 “동문서답을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순발력과 유머”라고 말한다. 유머를 구사할 때 질문의 요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그 질문을 계기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전법을 쓰라는 것.
“페일린의 답변을 보면 고민을 많이 한 뒤 조심스럽게 말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특정 언론과 미디어를 이야기했을 때 거론되지 않은 다른 언론과 미디어의 부정적 반응을 우려했던 것이지요. 다만 의연하게 설명하며 상대를 설득하는 대신, 당황한 나머지 머릿속 사고의 기승전결 중 결론만 이야기해버렸습니다.”
이 팀장은 차라리 “모든 언론과 미디어를 사랑합니다”라고 대답했더라면 페일린의 센스와 애교가 돋보였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 팀장은 센스 있는 레토릭 테크닉을 선보인 대표적인 사람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꼽았다. 히딩크가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에서 프랑스에 5대 0으로 완패했던 때 히딩크는 벼랑 끝으로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감독들은 “죄송하다”로 시작해서 “프랑스 선수들이 너무 강했고, 반면 우리 팀 선수들이 어떤 면에서 약했다”는 등 패배 요인을 설명한다. 하지만 히딩크는 이렇게 말했다.
“경기 결과에 ‘창피해할’ 필요는 없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선수들 자질은 훌륭하다.”
“정말 매력적인 레토릭입니다. 위기관리 레토릭의 기본 요소로 자신감과 겸손함, 쇼맨십 3가지를 꼽는데, 히딩크의 레토릭에는 이것이 모두 포함됐죠. 특히 ‘창피’란 단어는 아주 감각적이고 함축적입니다. 경기 결과에 ‘창피’해할 것 없다는 말로써 대중을 ‘우리’로 끌어들인 겁니다. 외국인 감독인 자신과 선수들, 그리고 국민을 한편으로 만든 것이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를 토닥거려주기까지 합니다.”(이주연 팀장)
최근 불거진 식품 파동으로 기업인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사례가 잦다. 대중 앞에서 적절히 사과하고 해명함으로써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도 있는 법. 이 팀장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위기관리 레토릭 테크닉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반성하기. 잘못 자체를 회피하지 말고 “잘못했다”고 말해야 한다. 둘째 인정하기. 무조건 말머리에 “맞습니다”라고 말하는 방법이다. 셋째 순화하기. ‘절대로’ ‘결코’처럼 단언적인 표현은 피하고, 될 수 있으면 긍정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넷째 내 편 만들기. 히딩크 감독처럼 ‘우리’를 강조함으로써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레이건도 대선 당시 나이 문제 노련하게 피해
1984년 재선에 나선 로널드 레이건은 상대 후보인 월터 먼데일이 자신의 고령을 문제 삼아 공격하자 이렇게 맞받았다.
“나는 상대 후보의 어린 나이와 미숙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 그해 레이건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연임에 성공했다. 송현주(37)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자신감과 유머로 상대의 공격을 희석시키기 위해 말 자체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진지하게 대응하다 보면 상대방의 페이스에 말려들게 된다는 것. 특히 예상하지 못한 공격을 받았을 때는 “그 말도 일리는 있지만…”이라고 말하며 일단 질문을 받아준 뒤, 자신이 준비한 말을 이어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준비되지 않은 말로 대응하려 했다가는 큰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공격적 발언에 대처하는 레토릭 테크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도 저런 식으로도 해석이 가능해 어떤 것에도 끼워맞출 수 있게 만들라는 것. 이런 방식으로 “지난번에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이번엔 왜 이렇게 이야기하느냐”는 등과 같은 공격에 미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을 수 있다.
송 교수는 “두루뭉술한 화법은 최고의 수비 전략이자,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라며 “정치판에서는 말이 나온 상황은 사라지고 말 자체만 남아 오랫동안 회자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이런 화법이 더욱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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