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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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야, 사랑해

‘내 인생의 황당과 감동 사이’

  • 서재원 한남국제특허법률사무소 국내상표팀 과장

    입력2008-10-15 1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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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나는 그저 안타깝다는 생각만 든다. 물론 자살을 결심하기까지 견뎌내야 했을 큰 짐들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내가 그동안 느낀 진실 하나는, 행복은 바로 내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이다.

    스물일곱 살 되던 해, 대학 전공이나 직장 경력과는 관계없는 한 전문직 자격증을 따기로 마음먹었다. 1년3개월 남짓 준비하는 동안 1차 시험은 통과했으나 2차 논술시험에서 연달아 쓴잔을 마시게 됐다.

    긴 고민 끝에 목표를 수정해 취업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하던 때, 설상가상으로 남자친구한테서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를 받게 됐다. 인생을 걸고 준비한 시험에서 미끄러지고, 내 마음에 휴식을 주던 그도 떠나고, 내가 껍데기가 되어 굴러다니는 것만 같은 하루하루였다. 자괴감도 들고 우울해졌다.

    그러던 중 유기견들을 데려다 기르던 한 친구에게서 강아지 한 마리를 맡아 기를 생각이 없느냐고 묻는 전화를 받았다. 애완동물이라곤 길러본 적이 없던 내가 덥석 그 제안을 받아들인 건 정 붙일 만한 무언가가 간절히 필요해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 곧 나이도 모르고, 어떤 종인지도 알 수 없는 하얀 강아지 ‘영희’가 도착했다.

    어느 날 저녁, 미래에 대한 고민과 실연의 아픔으로 내 방에서 부모님 몰래 맥주 몇 병을 순식간에 비웠다. 그리고 별로 슬프지도 않은 영화를 보다 눈물이 터져 한 시간 동안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엉엉 울고 말았다.



    영희야, 사랑해
    얼마나 울었을까. 마른침을 삼키려던 때, 갑자기 내 얼굴 근처에서 뜨끈한 체온이 느껴졌다. 그리고 함께 전해진 작은 심장 소리. ‘두근두근, 두근두근’. 마치 위로라도 하듯 내 뺨에 제 몸을 기댄 영희의 심장박동 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내 심장박동 소리와 어우러져 묘한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순간 나는 뭔지 모를 깨달음에 전율을 느꼈다.

    ‘아, 이렇게 힘든 때도 내 심장은 뛰는구나. 삶을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 한 마리가 이렇게 위로를 주는데,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살 비비며 살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번에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이 눈물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빛깔의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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