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하루 평균 34명(2007년 기준)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런 분위기를 탄 것인지, 10월8일 광주에선 두 건의 자살사건이 나란히 발생했다. 한 사건은 두 자녀를 기르며 생활고에 시달리던 20대 주부가 애절한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것이고, 또 다른 사건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다섯 살배기 딸을 그리워하던 30대 가장이 “딸이 보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진 것이다.
그런데 서로 다른 두 사건에서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다름 아닌 ‘사랑하는 자녀로 인한 죽음’이라는 점이다. 물론 한 사람은 죽은 자녀를 따라갔고 또 다른 사람은 사랑하는 자녀를 버리고 떠났다는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녀에 대한 사랑’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공통분모는 두 사건을 하나의 끈으로 이어준다.
경찰에 따르면 주부 이씨는 사업에 실패한 남편과 이혼한 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인 두 자녀와 함께, 친척이 운영하는 식당 일을 도우며 식당 건물 2층의 원룸에서 살아왔다. 이씨는 서울에 사는 어머니에게 “생활비가 떨어지고 벌이도 시원찮아 살기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지만 누구보다 자녀를 사랑한 주부였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 일도 자녀의 옷을 세탁하고 간식을 챙기고 자녀의 책가방을 챙기는, 전형적인 어머니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씨가 남긴 일기장에서 발견된, 자녀에게 보낸 유서에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심정이 고스란히 나타나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먼저 가서 미안해. 신발이 작아 발이 아프다는데도 사주지 못해 미안해.”
수사를 맡은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평소 자녀들을 마음껏 먹이고 입히지 못하는 데 대해 죄책감을 많이 느꼈고, 그런 처지를 오랫동안 비관해온 것 같다. 자녀를 두고 자살한 사건이다 보니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최진실 씨가 생각나더라. 수사를 하면서 화가 날 정도로 답답했다”고 말했다.
“먼저 간 딸이 보고 싶다”며 세상을 등진 30대 가장은 딸이 교통사고로 숨진 뒤 괴로움을 견디지 못했다. 그 충격으로 불면증에 시달렸고 식음을 전폐했으며 우울증이 심했다.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또 다른 아픔을 주는 것이 잘못인 줄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아빠의 마음, 죽기 전 그가 마지막으로 한 것은 죽은 딸의 물건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 것이었다고 가족들은 전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무려 1만2174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10만명당 24명이니 가히 세계적 수준이다. 자살이 유행처럼 번지는 요즘, 하루 평균 34명이 빈곤과 신병비관 등을 이유로 자살을 택한다. ‘자살 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이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