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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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 건달의 일류 로맨스

  •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 ycho@seolcompany.com

    입력2008-10-15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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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류 건달의 일류 로맨스

    주인공 서범석(왼쪽)과 인요우찬.

    뮤지컬 ‘파이란’(연출 김규종, 작곡 이현섭)의 첫인상은 독특하다. 무대는 7인조 라이브밴드를 감싼 부스를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다. 바닥은 객석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게다가 삼류 건달 강재가 브로커에게서 100만원을 받고 위장 결혼해준 서류상의 아내 파이란은 시작부터 이미 저승 사람이다.

    욕설을 남발하는 강재는 옥살이 이후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된 비천한 존재다. 조직에서는 후배 건달들에게 늘 무시당한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사람들에게 습관처럼 초코파이를 건네며 정(情)을 싸게 챙기고 허풍을 떠는 것뿐이다. 파이란은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위장결혼으로 불법 입국한 후 목포의 술집에서 일하는 중국 처녀다. 철저한 감시와 통제 속에서 병이 나도 손 한번 못 써보고 죽은 뒤, 생전에 강재에게 남긴 편지들이 공개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사후 로맨스의 주인공이 된다.

    파이란을 맡은 중국 여배우 인요우찬은 청순가련한 외모, 어눌한 한국어 대사, 중국어로 부르는 노래 등에서 이방인으로서의 리얼리티가 확인된다. 소극장 무대를 들썩이게 만드는 라이브 연주도 훌륭하다.

    하지만 주제는 텅 빈 세트만큼이나 모호하다. 전체적으로 강재가 파이란의 시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루는 ‘로드 뮤지컬’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극의 중심에 서 있는 강재가 상황을 설명하는 노래를 부르지만 정작 삼류 인생으로 살다가 갑자기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는 이유를 이해하긴 어렵다. 유흥업에 종사하면서 얼굴도 모르는 남편과 플라토닉 사랑을 하는 파이란 역시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결국 두 사람의 안타까운 상황과 배우들의 절절한 비극 연기에도 객관적으로는 그다지 슬프지 않다.

    이 작품은 최민식과 장바이즈가 출연했던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것이지만 세부적인 면에서는 영화의 원작인 아사다 지로의 단편소설 ‘러브레터’에 더 가깝다. 원작에서 나타난 이방인적 정서라는 주제의식과 영화에서 순백색의 장바이즈가 보여준 판타지가 엉켜 있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음악과 가사에서 흥미로운 시도를 많이 한 흔적이 있다. 강재가 부르는 노래 가사는 대부분 건달의 정서를 위해 적절한 비속어와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이뤄져 있다. 게다가 조직 주변인물들이 부르는 노래에서는 사투리까지 배어나온다. 이러한 가사들과 록을 기반으로 하여 상황에 맞게 얼터너티브, 포크, 컨트리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창작 시도는 실험적이다. 가창력이 다소 아쉬웠지만 인요우찬이 부르는 서정적인 멜로디의 노래들도 인상 깊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무대는 비어 있지만 적절하게 소품을 사용한 시도도 보인다. 비치볼 장면, KTX의 속도감 표현, 조직원들의 행동, 파이란의 외국인등록번호를 손가락으로 표현한 안무 등에서 재치가 물씬 느껴진다. 다만 중국어 노래에 자막이 없는 점은 소통단절을 상징한 연극적 장치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11월2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문의 02-744-0300).

    ● 추천작

    안녕! 프란체스카

    10월26일까지,

    이촌역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인기 TV 시트콤을 뮤지컬화한 작품. 원작의 유머감각에 무대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버무렸다. 뮤지컬계 최고의 디바 최정원 출연. 연출 민복기, 음악 김동기.

    록키호러쇼

    2009년 1월18일까지, 대학로 씨어터 SH

    1973년 영국에서 초연된 컬트 뮤지컬의 대표작. 국내에서도 수차례 재공연됐으며 이번에는 콘서트 형식의 100분으로 압축되어 속도감 있는 전개가 특징. 홍록기 송용진 김태한 강태을이 번갈아가며 주인공 프랭큰 퍼터 역으로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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