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왔다. 2005년 ‘사이언스’ 논문조작 사건으로 6년 가까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졌던 황우석 박사가 10월 17일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함께 멸종위기종인 코요테를 복제했다고 발표하며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섰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공룡복제가 꿈이다. 맘모스(복제)를 넘어 공룡까지 쥐라기 공원을 복원하면 스필버그의 쥐라기 공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쥐라기 공원으로 전 세계를 한번 크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복제된 새끼 코요테 8마리를 기증받은 경기도는 더 나아가 “복제된 코요테를 원래 서식지인 북아메리카에 보내 멸종동물 보호에 기여하겠다”는 원대한 구상까지 발표했다.
여기에 호응하듯 황 박사도 연구 계획을 묻는 질문에 “코요테와 리카온을 동시에 진행했는데, 이속인 리카온은 미완 상태”라며 “코요테는 북미 대륙에 자연 서식 중인 개과 야생동물이다. 근자에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에서 코요테를 멸종을 경고하는 멸종 직전 동물로 규정했다. 그 수가 해마다 줄고 있다”고 답했다. 언론들은 ‘돌아온 닥터 클론’ ‘황우석의 컴백’ ‘황우석 신화의 부활’등의 미사여구로 그의 재등장을 알렸다.
코요테를 넘어 맘모스, 쥐라기 공원까지
주식시장 역시 코요테 복제 소식이 알려지면서 황우석 관련주는 물론, 줄기세포 관련주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황 박사를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성옥 회장의 디브이에스는 코요테 복제 발표와 함께 97원하던 주식이 가격제한폭인 192원까지 치솟았고, 박병석 전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이하 수암연구원) 이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에스티큐브는 10월 17일부터 나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주식시장 안팎에선 ‘황’의 이름이 생명공학 분야에서 아직 힘이 빠지지 않은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황 박사의 등장에서부터 논란은 다시 시작됐다. 당장 ‘멸종위기에 처한 코요테’ ‘이종 간 세계 최초 복제’ 등이 지나친 과잉홍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IUCN이 멸종위기를 고려해 9단계로 동식물을 분류한 ‘레드 리스트’에 따르면 코요테는 ‘최소관심(Least Concern)’등급에 속한다. LC등급에는 사람이나 들쥐도 포함됐다.
더군다나 황 박사의 말 중 코요테 개체수에 대한 부분도 틀렸다. 현재 개체수는 줄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IUCN 홈페이지의 레드 리스트 카테고리(www.iucnredlist.org)를 검색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실제 미국 뉴저지 주는 코요테의 급증으로 21개 카운티 전역에서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주민경고까지 하는 이런 상황에서 김 지사는 “코요테를 북아메리카에 방사하겠다”고 말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황 박사와 경기도 양측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경기도는 황 박사의 코요테 복제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은 불찰”이라며 “수암연구원 쪽 자료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에 대해 황 박사 측은 “코요테가 멸종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다. 전달되는 과정에서 오해된 부분이 있다”며 “자료 작성은 경기도가 했고, 복제 코요테의 북아메리카 방사도 경기도가 오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코요테 복제가 세계 최초의 이종 간 복제라는 주장도 논란이 된 부분이다. 2007년 서울대 이병천 교수팀이 코요테와 같은 갯과 동물인 회색늑대를 이종복제 기술로 복제했다고 발표한 바 있고, 10년 전에 죽은 인도들소의 체세포를 소의 난자에 이식해 이종 간 복제를 했기 때문이다. 수암연구원 측은 “이종복제가 최초라는 것이 아니라 코요테의 이종복제가 최초라는 것”이라며 “개와 개의 조상인 회색늑대는 종명이 ‘Canis lupus’고 코요테는 ‘Canis latrans’로 이종복제가 맞다”고 주장했다.
언론플레이 버릇 아직 못 버렸나
이런 논란은 황 박사팀의 연구 수준에 대한 학자들의 평가와 비슷하다. 학자들 사이에선 “황 박사팀이 줄기세포 쪽은 모르겠지만 동물복제 분야에서는 수준급”이라는 평가와 “연구가 아닌 손기술에 불과하다”는 평가로 양분돼 있다. 황 박사팀의 연구를 높이 평가하는 측은 “코요테 복제가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종 간 체세포 핵이식 복제를 통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복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는 국내 복제기술 수준을 보여준 뜻깊은 행위”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이런저런 논란에 휩싸인 것은 황 박사가 자초한 일이란 의견이 많다. 황 박사는 지난달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등 간간이 전하는 근황을 통해 “나는 죄인이다. 연구로 속죄하고 싶다” “정치판에 기웃거린 것을 반성한다”는 말을 줄곧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코요테 복제 발표 과정을 살펴보면 논문을 통해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했을 뿐 아니라, 과대포장과 몇 단계를 앞서가는 호언장담 등 이전의 모습을 답습했다. 그동안 해왔던 ‘반성의 말’에 대한 진실성이 의심된다.
연구로 속죄하고 학자로 승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동료 학자들의 검증을 충분히 받은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다. 언론 앞에 나서는 것은 나중 일이다. 그러나 이번 코요테 전달식 현장을 보면 황 박사는 여전히 논문이 아닌 언론에 먼저 성과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논문은 이미 세계적인 과학저널에 제출해 심사 진행 중이며, 국제 엠바고 때문에 이름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아직 승인도 되지 않은 논문에 대해 국제 엠바고를 얘기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런 논문을 갖고 먼저 카메라 앞에 나서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또한 여당의 대권 잠룡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김 지사와 함께 수많은 플래시 앞에 선 모양새도 “정치판에 기웃거린 것을 반성한다”는 황 박사의 말이 단순한 수사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사는 이유가 되고 있다. 언론의 태도 역시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대중이 연구실 속 과학과 접할 수 있는 통로는 언론인데, 이번 보도 행태를 보면 언론이 합리적 의심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버리고, 여전히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말초적이고 선정적인 이슈만 부각하고 있다.
황 박사 논문조작 사건으로 직격탄을 맞은 기자사회가 2005년 11월 30일 한국과학기자협회를 통해 발표한 ‘과학보도 윤리선언’에 비춰볼 때도 전혀 맞지 않는다. 선언에 따르면 과학 관련 기사를 쓸 때는 △최대한 신중하게 보도하고 △이해관계가 없는 국내외 전문가의 견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철저하게 사실을 확인하고 △추측보도는 자제하며 △윤리문화 향상에 이바지하고 △국제 과학저널 엠바고를 존중하며 △‘최초’란 표현을 삼가하고 국가와 사회 발전 기여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과학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한 교수는 “생명과학 분야는 다른 자연과학과 달리 글로벌 기준이 있는데, 그것에 따르면 학술적 논의를 우선시한 다음 학계를 통해 언론보도가 되도록 하고 있다”며 “예전이나 이번 코요테 연구발표 때나 황 박사의 태도는 글로벌 기준을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과학이라고 해서 일반인이 절대 침범해서는 안 되는 성역은 아니다”라며 “언론이 합리적 의심을 버리는 순간 그 구실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호응하듯 황 박사도 연구 계획을 묻는 질문에 “코요테와 리카온을 동시에 진행했는데, 이속인 리카온은 미완 상태”라며 “코요테는 북미 대륙에 자연 서식 중인 개과 야생동물이다. 근자에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에서 코요테를 멸종을 경고하는 멸종 직전 동물로 규정했다. 그 수가 해마다 줄고 있다”고 답했다. 언론들은 ‘돌아온 닥터 클론’ ‘황우석의 컴백’ ‘황우석 신화의 부활’등의 미사여구로 그의 재등장을 알렸다.
코요테를 넘어 맘모스, 쥐라기 공원까지
주식시장 역시 코요테 복제 소식이 알려지면서 황우석 관련주는 물론, 줄기세포 관련주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황 박사를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성옥 회장의 디브이에스는 코요테 복제 발표와 함께 97원하던 주식이 가격제한폭인 192원까지 치솟았고, 박병석 전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이하 수암연구원) 이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에스티큐브는 10월 17일부터 나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주식시장 안팎에선 ‘황’의 이름이 생명공학 분야에서 아직 힘이 빠지지 않은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황 박사의 등장에서부터 논란은 다시 시작됐다. 당장 ‘멸종위기에 처한 코요테’ ‘이종 간 세계 최초 복제’ 등이 지나친 과잉홍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IUCN이 멸종위기를 고려해 9단계로 동식물을 분류한 ‘레드 리스트’에 따르면 코요테는 ‘최소관심(Least Concern)’등급에 속한다. LC등급에는 사람이나 들쥐도 포함됐다.
더군다나 황 박사의 말 중 코요테 개체수에 대한 부분도 틀렸다. 현재 개체수는 줄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IUCN 홈페이지의 레드 리스트 카테고리(www.iucnredlist.org)를 검색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실제 미국 뉴저지 주는 코요테의 급증으로 21개 카운티 전역에서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주민경고까지 하는 이런 상황에서 김 지사는 “코요테를 북아메리카에 방사하겠다”고 말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황 박사와 경기도 양측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경기도는 황 박사의 코요테 복제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은 불찰”이라며 “수암연구원 쪽 자료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에 대해 황 박사 측은 “코요테가 멸종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다. 전달되는 과정에서 오해된 부분이 있다”며 “자료 작성은 경기도가 했고, 복제 코요테의 북아메리카 방사도 경기도가 오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코요테 복제가 세계 최초의 이종 간 복제라는 주장도 논란이 된 부분이다. 2007년 서울대 이병천 교수팀이 코요테와 같은 갯과 동물인 회색늑대를 이종복제 기술로 복제했다고 발표한 바 있고, 10년 전에 죽은 인도들소의 체세포를 소의 난자에 이식해 이종 간 복제를 했기 때문이다. 수암연구원 측은 “이종복제가 최초라는 것이 아니라 코요테의 이종복제가 최초라는 것”이라며 “개와 개의 조상인 회색늑대는 종명이 ‘Canis lupus’고 코요테는 ‘Canis latrans’로 이종복제가 맞다”고 주장했다.
언론플레이 버릇 아직 못 버렸나
이런 논란은 황 박사팀의 연구 수준에 대한 학자들의 평가와 비슷하다. 학자들 사이에선 “황 박사팀이 줄기세포 쪽은 모르겠지만 동물복제 분야에서는 수준급”이라는 평가와 “연구가 아닌 손기술에 불과하다”는 평가로 양분돼 있다. 황 박사팀의 연구를 높이 평가하는 측은 “코요테 복제가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종 간 체세포 핵이식 복제를 통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복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는 국내 복제기술 수준을 보여준 뜻깊은 행위”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이런저런 논란에 휩싸인 것은 황 박사가 자초한 일이란 의견이 많다. 황 박사는 지난달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등 간간이 전하는 근황을 통해 “나는 죄인이다. 연구로 속죄하고 싶다” “정치판에 기웃거린 것을 반성한다”는 말을 줄곧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코요테 복제 발표 과정을 살펴보면 논문을 통해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했을 뿐 아니라, 과대포장과 몇 단계를 앞서가는 호언장담 등 이전의 모습을 답습했다. 그동안 해왔던 ‘반성의 말’에 대한 진실성이 의심된다.
연구로 속죄하고 학자로 승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동료 학자들의 검증을 충분히 받은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다. 언론 앞에 나서는 것은 나중 일이다. 그러나 이번 코요테 전달식 현장을 보면 황 박사는 여전히 논문이 아닌 언론에 먼저 성과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논문은 이미 세계적인 과학저널에 제출해 심사 진행 중이며, 국제 엠바고 때문에 이름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아직 승인도 되지 않은 논문에 대해 국제 엠바고를 얘기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런 논문을 갖고 먼저 카메라 앞에 나서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또한 여당의 대권 잠룡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김 지사와 함께 수많은 플래시 앞에 선 모양새도 “정치판에 기웃거린 것을 반성한다”는 황 박사의 말이 단순한 수사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사는 이유가 되고 있다. 언론의 태도 역시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대중이 연구실 속 과학과 접할 수 있는 통로는 언론인데, 이번 보도 행태를 보면 언론이 합리적 의심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버리고, 여전히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말초적이고 선정적인 이슈만 부각하고 있다.
황 박사 논문조작 사건으로 직격탄을 맞은 기자사회가 2005년 11월 30일 한국과학기자협회를 통해 발표한 ‘과학보도 윤리선언’에 비춰볼 때도 전혀 맞지 않는다. 선언에 따르면 과학 관련 기사를 쓸 때는 △최대한 신중하게 보도하고 △이해관계가 없는 국내외 전문가의 견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철저하게 사실을 확인하고 △추측보도는 자제하며 △윤리문화 향상에 이바지하고 △국제 과학저널 엠바고를 존중하며 △‘최초’란 표현을 삼가하고 국가와 사회 발전 기여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과학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한 교수는 “생명과학 분야는 다른 자연과학과 달리 글로벌 기준이 있는데, 그것에 따르면 학술적 논의를 우선시한 다음 학계를 통해 언론보도가 되도록 하고 있다”며 “예전이나 이번 코요테 연구발표 때나 황 박사의 태도는 글로벌 기준을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과학이라고 해서 일반인이 절대 침범해서는 안 되는 성역은 아니다”라며 “언론이 합리적 의심을 버리는 순간 그 구실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