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이비인후과 질환과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로 유명한 서울 서초구 갑산한의원. 이곳은 요즘 난치질환인 이명(耳鳴)을 치료하려는 환자로 북적인다. 이 한의원의 원장 이상곤 박사는 조선시대 침의 대가였던 허임의 보사(補瀉)침법과 ‘동의보감’ 등 한의학 문헌에 나타난 처방으로 이명을 치료하는데, 그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 곳곳에서 환자가 찾아온다. 이곳에서 치료를 받은 사람 중에는 수십 년간 이명으로 괴로움을 당하다 겨우 탈출한 사람도 있고, 끊임없는 자살충동으로 생의 마지막에 섰다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이도 있다.
최근 이 한의원은 한의학의 문헌적 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패치 처방을 만들어 큰 효험을 보고 있다. 이 박사는 “문헌에서는 치료 효능을 자신 있게 표현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효능이 검증되지 않는 약물을 제외하고 선택적으로 약물을 압축했다”고 밝혔다. 스트레스성 이명에는 사향과 지룡 등의 약물이 들어간 청음고(淸音膏)가 특히 좋은 효능을 보였고, 보신고(補腎膏)와 장원고(狀元膏)도 효과가 좋았다. 보신고는 보신(補腎)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석창포 등이 들어간 약물로, 귀에 직접 넣는 게 특징. 장원고는 배에 붙여 원기를 돋우는 배꼽 패치인데 옛날 선현들이 배꼽 뜸을 뜨던 원리에서 착안했다.
이명은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서 다른 사람의 말이 잘 안 들리는 게 일반적 증상. 하지만 두통이나 어지럼증,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도 많다. 때로는 귀가 꽉 막힌 것 같은 폐색감과 귀에 뭔가가 들어간 것 같은 이물감을 느끼기도 한다. 귀가 아픈 사람도 있고 심하면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이르러 자살을 시도하는 이도 있다.
이명은 스트레스, 피로나 과로, 중이염이나 감기, 내이질환(메니에르병, 돌발성난청), 교통사고나 대수술, 음향 노출, 약물 복용, 수면 부족, 잦은 기압의 차이(비행기 탑승, 고지대 등산) 등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끝내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스트레스로 발병한 경우가 가장 많고 피로나 과로가 그 뒤를 잇는다. 이는 갑산한의원의 환자 통계에서도 드러나는데 최근 내원한 이명 환자 100명의 원인을 조사해봤더니 스트레스 37명, 피로나 과로 17명, 중이염이나 감기 13명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은 내이질환을 앓고 난 후 8명, 큰 소리에 자주 노출된 경우 7명 순이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우도 10명에 달했다.
심적 고통과 스트레스 생기면 ‘귀울음’
그렇다면 스트레스가 이명을 일으키는 이유는 뭘까. 이 박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한의학에선 이명을 한자로 ‘耳鳴’이라 쓴다. ‘귀 소리’라 하지 않고 ‘귀울음’이라 표현한 것으로, 심적으로 고통스러운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으로 말하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교감신경계가 흥분하고 우리 몸은 긴장한다. 싸울 때 주먹을 움켜쥐듯 혈관이 좁아지면서 몸이 굳고 저리게 된다.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흥분하거나 열 받는 상태가 된다. 한방에선 귀가 차가워야 건강하다고 본다. 뜨거운 것에 손을 데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귓불을 만지는 것도 귀가 차기 때문이다. 차가워야 정상인 귀가 열 받아 더워지면 병적인 상태로 간다. 이게 바로 이명이다.”
‘동의보감’ 귀울음 조문에는 ‘스트레스를 주관하는 경락은 간담이다. 간담이 열을 받으면 기가 치밀어 오르면서 귓속에서 소리가 난다’라고 쓰여 있다. 이런 사실은 역사적으로도 증명된다. 조선시대 후궁의 자손으로 처음 왕위에 오른 선조는 지독한 이명으로 고생했다. 후궁 태생이라는 콤플렉스와 나날이 강화되는 신권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결국 이명이 발병한 것이다.
이때 선조의 이명을 치료하고자 나선 이가 바로 허준이 조선 으뜸의 침의(鍼醫)라 극찬한 허임(어의 역임)이었고, 그가 선조에게 쓴 침법이자 조선 최고의 침법이 보사침법으로 알려진 천지인(天地人)침법이다. 선조가 허임에게 침을 맞은 것은 왕조실록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 허임은 스트레스 때문에 귀로 치밀어 오른 기(氣)를 손발에 침을 놓아 손발 끝으로 분산시켰다. 기를 조화롭게 균형 잡아 귀울음을 해소한 것.
허임의 보사침법을 어렵사리 되살린 이 박사는 “보사침법에는 특징이 있는데, 일반적인 침법이 득기(得氣)를 위주로 한 번 찌르면 되는 반면, 허임의 침법은 세 번에 걸쳐 돌리고 기 방향에 따라 득기를 하면서 침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 침법은 이면에 천지인이라는 철학적 원리를 내포한 조선 고유의 심오한 침법”이라고 전한다. 보사침법을 흔히 풍선에 비유하는데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는 것처럼 몸에 기를 팽팽하게 채워넣는 것이 보법이고, 사법은 이와 반대로 풍선에서 공기를 빼는 것처럼 침을 놓는 것이다. 이 박사는 “이명은 귀 안의 신경세포인 유모세포가 지나치게 흥분한 것인데, 허임의 사법을 바탕으로 한 침술로 이를 진정시킨다”고 말한다.
갑산한의원에선 귀의 열을 식히고 집중된 기를 흩어주는 데 외용약물을 쓴다. 앞서 언급한 패치 처방은 이런 약물을 환자가 직접 몸에 붙이거나 삽입할 수 있도록 제작한 것. 외용약물에는 먼저 스트레스성 이명 치료제이자 ‘투관통기약(套管通氣藥)’인 ‘청음고’가 있다. 이 이름은 막힌 기를 열어줘 통하게 하는 약이라는 뜻이다. 사향과 용뇌를 대표적으로 쓰는데, 사향은 사향노루의 배꼽에 형성된 향료로 ‘마음속에 생긴 번열을 해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달아오른 열을 식혀주는 지렁이(蚓)와 여러 약물을 아울러 귀 뒤에 붙이거나 귓속에 솜으로 감싸 넣으면 스트레스로 인한 열이 진정된다.
손상된 신장 기능 살리고 피로 해소
이 박사는 실제 통계조사에서도 나타났듯, 이명을 일으키는 한 축이 정신적 고통인 스트레스라면, 육체적으로는 피로나 과로가 큰 원인이 된다고 본다. 한의학은 피로나 과로가 신장(腎)의 작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인정한다. 실제 ‘동의보감’에는 ‘피로가 겹쳐 과로한 경우 또는 중년이 지나 중병을 앓거나 성생활이 지나친 경우에는 신수(腎水)가 고갈되고 음화(陰火)가 떠오르면서 늘 소리가 난다. 그 소리가 매미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종이나 북치는 소리 같기도 하다’고 쓰여 있다.
한편 정통 한의학은 신장과 부신이 일치한다고 보는데, 부신의 기능이 떨어지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자주 깨며, 일어났을 때 피로하고 이명이 심해진다. 사는 게 재미 없거나 해야 할 일이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고 불안하다. 얼굴이나 다리가 잘 붓고 이마, 얼굴, 몸에 검은 점이 생기며 주위에서 혈색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참을성이 없고 화를 많이 내며 배고픔을 참기 힘들어진다. 알레르기나 이유 없는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고 감기에 잘 걸린다.
갑산한의원은 이렇듯 손상된 부신(신장)의 기능을 살리고(補腎) 육체적 피로와 고통을 해결해 귀울음을 치료하고자 ‘동의보감’에 주목한다. ‘귀에 송진, 석창포 등의 약물을 솜으로 감싸 넣으면 신기(腎氣)가 허(虛)해 귀에서 바람 부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종·경소리 같은 소리가 나거나 갑자기 들리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 이 원리에 따라 만든 것이 고약을 귀 안에 넣는 ‘보신고’다.
이 박사는 “신허(腎虛)와 비슷한 말로 ‘하초가 허하다’ ‘허리 아랫부분이 시원치 않다’ 따위의 표현을 쓰는데 아랫배(배꼽)에 뜸 대신 붙이는 고약으로도 보신 효과를 볼 수 있다. 갑산한의원이 만든 ‘장원고’는 ‘하초’의 원기가 허하고 차서 배꼽 둘레가 차고 아픈 것을 치료하는 계피, 오수유를 이용해 만든 고약으로 먹는 약물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이 한의원은 한의학의 문헌적 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패치 처방을 만들어 큰 효험을 보고 있다. 이 박사는 “문헌에서는 치료 효능을 자신 있게 표현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효능이 검증되지 않는 약물을 제외하고 선택적으로 약물을 압축했다”고 밝혔다. 스트레스성 이명에는 사향과 지룡 등의 약물이 들어간 청음고(淸音膏)가 특히 좋은 효능을 보였고, 보신고(補腎膏)와 장원고(狀元膏)도 효과가 좋았다. 보신고는 보신(補腎)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석창포 등이 들어간 약물로, 귀에 직접 넣는 게 특징. 장원고는 배에 붙여 원기를 돋우는 배꼽 패치인데 옛날 선현들이 배꼽 뜸을 뜨던 원리에서 착안했다.
이명은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서 다른 사람의 말이 잘 안 들리는 게 일반적 증상. 하지만 두통이나 어지럼증,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도 많다. 때로는 귀가 꽉 막힌 것 같은 폐색감과 귀에 뭔가가 들어간 것 같은 이물감을 느끼기도 한다. 귀가 아픈 사람도 있고 심하면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이르러 자살을 시도하는 이도 있다.
이명은 스트레스, 피로나 과로, 중이염이나 감기, 내이질환(메니에르병, 돌발성난청), 교통사고나 대수술, 음향 노출, 약물 복용, 수면 부족, 잦은 기압의 차이(비행기 탑승, 고지대 등산) 등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끝내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스트레스로 발병한 경우가 가장 많고 피로나 과로가 그 뒤를 잇는다. 이는 갑산한의원의 환자 통계에서도 드러나는데 최근 내원한 이명 환자 100명의 원인을 조사해봤더니 스트레스 37명, 피로나 과로 17명, 중이염이나 감기 13명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은 내이질환을 앓고 난 후 8명, 큰 소리에 자주 노출된 경우 7명 순이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우도 10명에 달했다.
심적 고통과 스트레스 생기면 ‘귀울음’
그렇다면 스트레스가 이명을 일으키는 이유는 뭘까. 이 박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한의학에선 이명을 한자로 ‘耳鳴’이라 쓴다. ‘귀 소리’라 하지 않고 ‘귀울음’이라 표현한 것으로, 심적으로 고통스러운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으로 말하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교감신경계가 흥분하고 우리 몸은 긴장한다. 싸울 때 주먹을 움켜쥐듯 혈관이 좁아지면서 몸이 굳고 저리게 된다.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흥분하거나 열 받는 상태가 된다. 한방에선 귀가 차가워야 건강하다고 본다. 뜨거운 것에 손을 데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귓불을 만지는 것도 귀가 차기 때문이다. 차가워야 정상인 귀가 열 받아 더워지면 병적인 상태로 간다. 이게 바로 이명이다.”
‘동의보감’ 귀울음 조문에는 ‘스트레스를 주관하는 경락은 간담이다. 간담이 열을 받으면 기가 치밀어 오르면서 귓속에서 소리가 난다’라고 쓰여 있다. 이런 사실은 역사적으로도 증명된다. 조선시대 후궁의 자손으로 처음 왕위에 오른 선조는 지독한 이명으로 고생했다. 후궁 태생이라는 콤플렉스와 나날이 강화되는 신권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결국 이명이 발병한 것이다.
이때 선조의 이명을 치료하고자 나선 이가 바로 허준이 조선 으뜸의 침의(鍼醫)라 극찬한 허임(어의 역임)이었고, 그가 선조에게 쓴 침법이자 조선 최고의 침법이 보사침법으로 알려진 천지인(天地人)침법이다. 선조가 허임에게 침을 맞은 것은 왕조실록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 허임은 스트레스 때문에 귀로 치밀어 오른 기(氣)를 손발에 침을 놓아 손발 끝으로 분산시켰다. 기를 조화롭게 균형 잡아 귀울음을 해소한 것.
허임의 보사침법을 어렵사리 되살린 이 박사는 “보사침법에는 특징이 있는데, 일반적인 침법이 득기(得氣)를 위주로 한 번 찌르면 되는 반면, 허임의 침법은 세 번에 걸쳐 돌리고 기 방향에 따라 득기를 하면서 침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 침법은 이면에 천지인이라는 철학적 원리를 내포한 조선 고유의 심오한 침법”이라고 전한다. 보사침법을 흔히 풍선에 비유하는데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는 것처럼 몸에 기를 팽팽하게 채워넣는 것이 보법이고, 사법은 이와 반대로 풍선에서 공기를 빼는 것처럼 침을 놓는 것이다. 이 박사는 “이명은 귀 안의 신경세포인 유모세포가 지나치게 흥분한 것인데, 허임의 사법을 바탕으로 한 침술로 이를 진정시킨다”고 말한다.
갑산한의원에선 귀의 열을 식히고 집중된 기를 흩어주는 데 외용약물을 쓴다. 앞서 언급한 패치 처방은 이런 약물을 환자가 직접 몸에 붙이거나 삽입할 수 있도록 제작한 것. 외용약물에는 먼저 스트레스성 이명 치료제이자 ‘투관통기약(套管通氣藥)’인 ‘청음고’가 있다. 이 이름은 막힌 기를 열어줘 통하게 하는 약이라는 뜻이다. 사향과 용뇌를 대표적으로 쓰는데, 사향은 사향노루의 배꼽에 형성된 향료로 ‘마음속에 생긴 번열을 해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달아오른 열을 식혀주는 지렁이(蚓)와 여러 약물을 아울러 귀 뒤에 붙이거나 귓속에 솜으로 감싸 넣으면 스트레스로 인한 열이 진정된다.
① 배꼽에 붙여 원기를 돋우는 장원고. ② 귀 뒤에 붙여 스트레스를 없애는 청음고. ③ 귀에 넣어 신장 기능을 강화하는 보신고.
이 박사는 실제 통계조사에서도 나타났듯, 이명을 일으키는 한 축이 정신적 고통인 스트레스라면, 육체적으로는 피로나 과로가 큰 원인이 된다고 본다. 한의학은 피로나 과로가 신장(腎)의 작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인정한다. 실제 ‘동의보감’에는 ‘피로가 겹쳐 과로한 경우 또는 중년이 지나 중병을 앓거나 성생활이 지나친 경우에는 신수(腎水)가 고갈되고 음화(陰火)가 떠오르면서 늘 소리가 난다. 그 소리가 매미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종이나 북치는 소리 같기도 하다’고 쓰여 있다.
한편 정통 한의학은 신장과 부신이 일치한다고 보는데, 부신의 기능이 떨어지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자주 깨며, 일어났을 때 피로하고 이명이 심해진다. 사는 게 재미 없거나 해야 할 일이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고 불안하다. 얼굴이나 다리가 잘 붓고 이마, 얼굴, 몸에 검은 점이 생기며 주위에서 혈색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참을성이 없고 화를 많이 내며 배고픔을 참기 힘들어진다. 알레르기나 이유 없는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고 감기에 잘 걸린다.
갑산한의원은 이렇듯 손상된 부신(신장)의 기능을 살리고(補腎) 육체적 피로와 고통을 해결해 귀울음을 치료하고자 ‘동의보감’에 주목한다. ‘귀에 송진, 석창포 등의 약물을 솜으로 감싸 넣으면 신기(腎氣)가 허(虛)해 귀에서 바람 부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종·경소리 같은 소리가 나거나 갑자기 들리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 이 원리에 따라 만든 것이 고약을 귀 안에 넣는 ‘보신고’다.
이 박사는 “신허(腎虛)와 비슷한 말로 ‘하초가 허하다’ ‘허리 아랫부분이 시원치 않다’ 따위의 표현을 쓰는데 아랫배(배꼽)에 뜸 대신 붙이는 고약으로도 보신 효과를 볼 수 있다. 갑산한의원이 만든 ‘장원고’는 ‘하초’의 원기가 허하고 차서 배꼽 둘레가 차고 아픈 것을 치료하는 계피, 오수유를 이용해 만든 고약으로 먹는 약물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