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식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북한이 낙마시킨’ 첫 고위직 인사입니다. 2000년 11월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북한은 “장충식이 총재로 있는 한 상봉 사업을 중단한다”는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장 전 총재가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북한을 비판한 것을 트집 잡은 겁니다. 한국 정부의 태도가 황당했습니다. 11월 30일 이산가족 상봉이 예정돼 있는데, 정부는 11월 29일 일본으로 출장을 가라고 장 전 총재에게 요구했습니다. 북한과 이면에서 절충한 겁니다.
“강제로 나를 일본에 보낸 처사는 북의 입맛에 맞추려 했던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정부의 누군가가 내 이름으로 북한에 사과 편지도 보냈다. 나는 듣도 보도 못한 편지다. 북한 매체가 사과 편지를 공개해 또 한 번 망신을 당했다. 사표를 내면서 ‘현 정부의 어떤 인사가 북으로부터 칭찬을 듣겠군’이라고 생각했다.”(장 전 총재)
2000년 8월 취임한 홍순영 외교부 장관도 ‘상호주의 원칙’을 강조하다 북한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취임 4개월 만에 물러났습니다. 북한이 한동안 ‘역도’라고 부르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요즘 자제하고 있습니다. 한 북한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을 때는 예외 없이 비밀 남북 접촉이 있었다.”

“북한 입맛 맞추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현인택 전 장관은 지나치게 강경했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한 것의 절반 정도만 했어야 한다. 해결책은 명확하다. 북한 주민이 먹고살도록 도와줘야 한다. 대결 의식을 버리고 달래면서 협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