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가끔 꿈이 아닌가 볼을 꼬집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 자신도 “믿을 수 없다. 올해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새로운 골프 여제 청야니(22·대만) 얘기다. 청야니는 10월 23일 대만 양메이 선라이즈골프장(파72)에서 끝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로써 그는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통산 7번째 트로피를 안았다.
평균 270야드 호쾌한 장타
이 대회는 그의 모국 대만에서 열린 최초의 LPGA 투어라 더 각별한 의미를 지녔다. 청야니는 앞선 말레이시아 시암다비 대회에서 절친한 사이인 최나연(24·SK텔레콤)에 1타차로 져 준우승에 머문 뒤 “다음에는 내 차례”라고 공언했다. 홈팬 앞에서 승리의 주인공이 되겠다던 다짐을 7일 만에 이룬 것. 고향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 텐데도 강한 정신력으로 극복했다.
대회 기간 내내 수만 명의 대만 갤러리가 골프장을 찾아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흔들며 청야니에게 일방적인 응원을 보냈다. 응원단 가운데는 93세인 청야니의 할머니도 있었다. 코스에는 “야니 짜요(加油·힘내라)”라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청야니는 “대만에서 골프는 야구나 농구에 비해 그리 인기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이런 열기는 처음”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또한 “점점 많은 사람이 골프를 즐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대만골프협회에 주니어골프 육성기금으로 10만 달러를 쾌척했다.
청야니의 올 시즌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대만 대회 1승과 유럽 투어 2승을 포함하면 올해만 10번 정상에 올랐다. 안니카 소렌스탐(41·스웨덴)과 로레나 오초아(30·멕시코)가 은퇴한 후 지난해까지 골프 여왕을 향한 경쟁이 뜨거웠다.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자리도 신지애, 미야자토 아이(일본), 크리스티 커(미국) 등 여러 명이 각축을 벌이는 혼전 양상이었다.
에지는 청야니가 필드를 지배하면서 평정한 양상이다. 청야니는 2월 처음 세계 1위에 오른 뒤 독주하고 있다. 대만 대회 우승 상금으로 30만 달러를 받은 그는 시즌 상금 287만 달러를 기록해 300만 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또한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도 2년 연속 수상을 확정지었다. 평균 타수(69.38타), 최다 버디(333개) 등 주요 기록 부문에서도 1위다.
청야니의 가장 큰 무기는 장타다. 올 시즌 그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70야드에 육박해 1위에 올랐다. 마침 LPGA 투어의 코스도 300~400야드 길어져 6800야드 가까이 되고 페어웨이도 넓어졌다. 청야니를 위한 맞춤형이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그는 임팩트 때 배를 쭉 내미는 이른바 ‘배치기 스윙’으로 장타를 만들어낸다. 클럽헤드 페이스에 공이 맞는 순간 강력한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것이다. ‘골프다이제스트’는 “임팩트 때 하체를 단단히 잡아두면서 힙을 타깃 방향으로 밀어주는 차별화된 동작이 파워의 비결이다. 큰 스윙 아크도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서는 쇼트게임과 퍼트 등 세심한 기술까지 향상됐다. 올 US여자오픈 우승자 유소연은 청야니의 성공 비결에 대해 “파워가 뛰어나 딱딱한 그린에서도 공을 잘 세우는 능력을 지녔다. 무엇보다 퍼트가 좋아진 것 같다. 3∼4m 되는 애매한 거리에서 성공률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뛰어난 붙임성과 뒷심이 상승세 배경
청야니는 한때 새가슴이라는 오명을 들었다. 2008년과 2009년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4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놓쳤다. 하지만 그 후 선두로 나선 6개 대회에서 5승을 거뒀다. 강한 뒷심은 불같은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홈팬의 열성적인 응원을 받거나 메이저 대회 같은 큰 무대에서 우승을 다투는 상황이라면 중압감에 시달릴 만한데, 그는 번번이 정면 돌파했다. LPGA 투어 통산 12승 가운데 5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채웠다.
한때 그는 성별 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선머슴 같은 이미지에 단발을 고집했기 때문. 겉모습만큼이나 힘도 장사였다. 7월 US여자오픈을 취재 갔을 때 그와 미국에서 주니어 시절을 함께 보낸 한 선수의 아버지에게서 믿기지 않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동료 선수들이 화장실로 끌고 가 옷을 벗겨본 일도 있답니다.”
어려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청야니는 적응에 애를 먹었다. 언어 장벽이 문제였다. 지난해 1주일에 5번, 하루 3시간씩 어학연수기관에 다니면서 노력한 결과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앴다. 인터뷰나 팬들과의 대화에도 거침이 없다. 최나연은 “영어로 대화할 때 청야니는 실수를 마다하지 않는다. 내가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해도 오히려 웃어넘기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말했다.
뛰어난 붙임성도 상승세의 비결이다. 그는 신지애, 최나연 등 동료 선수들과 어울리며 된장찌개, 삼겹살 같은 한국 음식을 즐긴다. 전성기 때 타이거 우즈(미국)는 남다른 코스 공략으로 뛰어난 상상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들었다. 청야니도 비슷하다. 그는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하나은행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3번 홀(파5)에서 난데없이 14번 홀을 향해 티샷을 하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단거리를 노려 손쉬운 버디 기회를 잡을 의도였는데, 다른 출전 선수 누구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김영재 스카이72골프장 사장은 “진짜 기발했다”며 무릎을 쳤다. 하지만 청야니는 “연습 라운드를 할 때 미리 점검해본 공략법이었다”고 말했다. 우연이 아닌 철저한 준비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청야니는 주니어 때부터 소렌스탐의 경기를 보며 골프 스타의 꿈을 키웠다. 2009년에는 아예 소렌스탐이 살던 올랜도 집을 구입했다. 소렌스탐과는 이웃사촌으로, 지금도 자주 조언을 구한다. 통산 메이저 10승을 기록한 소렌스탐은 33세 때인 2003년 LPGA 챔피언십에서 5번째 메이저 우승을 기록했다. 소렌스탐은 “청야니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덕담이 어느덧 현실이 됐다.
청야니는 소렌스탐, 오초아보다 빠른 20대 초반에 전성기를 맞았다. 성장 가능성은 무한해 보인다. 소렌스탐이 메이저 2승을 포함해 LPGA 투어에서 10승을 거둔 2005년과 청야니의 올 시즌 기록은 흡사하다. 오초아는 2007년 8승을 올린 뒤 2008년에는 7승 고지를 밟았다. 소렌스탐과 오초아의 시대에는 대항마들이 존재한 반면 청야니 주변에는 강력한 라이벌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 선수들은 올해 2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고, 그나마 LPGA 투어 정회원 우승은 최나연이 유일하다. 한 한국 선수는 “청야니의 컨디션이 나쁘거나 불참한 대회에서나 우승을 노려볼 만할 것 같다. 수준이 다른 골프를 한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코리아 군단의 분발이 절실하다.
청야니는 상종가를 누린다. 지난해 9월 중국 귀화를 조건으로 거액의 후원 계약(5년 동안 2500만 달러와 전세기 사용, 베이징의 고급 빌라 제공 등)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하기도 했다. 청야니의 전성시대는 이제부터다. 그의 말에서 남다른 각오가 느껴진다.
“정말 행복하다. 12세 때부터 품어온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가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더 많은 역사를 만들고 싶다.”
평균 270야드 호쾌한 장타
이 대회는 그의 모국 대만에서 열린 최초의 LPGA 투어라 더 각별한 의미를 지녔다. 청야니는 앞선 말레이시아 시암다비 대회에서 절친한 사이인 최나연(24·SK텔레콤)에 1타차로 져 준우승에 머문 뒤 “다음에는 내 차례”라고 공언했다. 홈팬 앞에서 승리의 주인공이 되겠다던 다짐을 7일 만에 이룬 것. 고향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 텐데도 강한 정신력으로 극복했다.
대회 기간 내내 수만 명의 대만 갤러리가 골프장을 찾아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흔들며 청야니에게 일방적인 응원을 보냈다. 응원단 가운데는 93세인 청야니의 할머니도 있었다. 코스에는 “야니 짜요(加油·힘내라)”라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청야니는 “대만에서 골프는 야구나 농구에 비해 그리 인기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이런 열기는 처음”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또한 “점점 많은 사람이 골프를 즐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대만골프협회에 주니어골프 육성기금으로 10만 달러를 쾌척했다.
청야니의 올 시즌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대만 대회 1승과 유럽 투어 2승을 포함하면 올해만 10번 정상에 올랐다. 안니카 소렌스탐(41·스웨덴)과 로레나 오초아(30·멕시코)가 은퇴한 후 지난해까지 골프 여왕을 향한 경쟁이 뜨거웠다.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자리도 신지애, 미야자토 아이(일본), 크리스티 커(미국) 등 여러 명이 각축을 벌이는 혼전 양상이었다.
에지는 청야니가 필드를 지배하면서 평정한 양상이다. 청야니는 2월 처음 세계 1위에 오른 뒤 독주하고 있다. 대만 대회 우승 상금으로 30만 달러를 받은 그는 시즌 상금 287만 달러를 기록해 300만 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또한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도 2년 연속 수상을 확정지었다. 평균 타수(69.38타), 최다 버디(333개) 등 주요 기록 부문에서도 1위다.
청야니의 가장 큰 무기는 장타다. 올 시즌 그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70야드에 육박해 1위에 올랐다. 마침 LPGA 투어의 코스도 300~400야드 길어져 6800야드 가까이 되고 페어웨이도 넓어졌다. 청야니를 위한 맞춤형이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그는 임팩트 때 배를 쭉 내미는 이른바 ‘배치기 스윙’으로 장타를 만들어낸다. 클럽헤드 페이스에 공이 맞는 순간 강력한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것이다. ‘골프다이제스트’는 “임팩트 때 하체를 단단히 잡아두면서 힙을 타깃 방향으로 밀어주는 차별화된 동작이 파워의 비결이다. 큰 스윙 아크도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서는 쇼트게임과 퍼트 등 세심한 기술까지 향상됐다. 올 US여자오픈 우승자 유소연은 청야니의 성공 비결에 대해 “파워가 뛰어나 딱딱한 그린에서도 공을 잘 세우는 능력을 지녔다. 무엇보다 퍼트가 좋아진 것 같다. 3∼4m 되는 애매한 거리에서 성공률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뛰어난 붙임성과 뒷심이 상승세 배경
청야니는 한때 새가슴이라는 오명을 들었다. 2008년과 2009년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4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놓쳤다. 하지만 그 후 선두로 나선 6개 대회에서 5승을 거뒀다. 강한 뒷심은 불같은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홈팬의 열성적인 응원을 받거나 메이저 대회 같은 큰 무대에서 우승을 다투는 상황이라면 중압감에 시달릴 만한데, 그는 번번이 정면 돌파했다. LPGA 투어 통산 12승 가운데 5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채웠다.
한때 그는 성별 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선머슴 같은 이미지에 단발을 고집했기 때문. 겉모습만큼이나 힘도 장사였다. 7월 US여자오픈을 취재 갔을 때 그와 미국에서 주니어 시절을 함께 보낸 한 선수의 아버지에게서 믿기지 않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동료 선수들이 화장실로 끌고 가 옷을 벗겨본 일도 있답니다.”
어려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청야니는 적응에 애를 먹었다. 언어 장벽이 문제였다. 지난해 1주일에 5번, 하루 3시간씩 어학연수기관에 다니면서 노력한 결과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앴다. 인터뷰나 팬들과의 대화에도 거침이 없다. 최나연은 “영어로 대화할 때 청야니는 실수를 마다하지 않는다. 내가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해도 오히려 웃어넘기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말했다.
뛰어난 붙임성도 상승세의 비결이다. 그는 신지애, 최나연 등 동료 선수들과 어울리며 된장찌개, 삼겹살 같은 한국 음식을 즐긴다. 전성기 때 타이거 우즈(미국)는 남다른 코스 공략으로 뛰어난 상상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들었다. 청야니도 비슷하다. 그는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하나은행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3번 홀(파5)에서 난데없이 14번 홀을 향해 티샷을 하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단거리를 노려 손쉬운 버디 기회를 잡을 의도였는데, 다른 출전 선수 누구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김영재 스카이72골프장 사장은 “진짜 기발했다”며 무릎을 쳤다. 하지만 청야니는 “연습 라운드를 할 때 미리 점검해본 공략법이었다”고 말했다. 우연이 아닌 철저한 준비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청야니는 주니어 때부터 소렌스탐의 경기를 보며 골프 스타의 꿈을 키웠다. 2009년에는 아예 소렌스탐이 살던 올랜도 집을 구입했다. 소렌스탐과는 이웃사촌으로, 지금도 자주 조언을 구한다. 통산 메이저 10승을 기록한 소렌스탐은 33세 때인 2003년 LPGA 챔피언십에서 5번째 메이저 우승을 기록했다. 소렌스탐은 “청야니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덕담이 어느덧 현실이 됐다.
청야니는 소렌스탐, 오초아보다 빠른 20대 초반에 전성기를 맞았다. 성장 가능성은 무한해 보인다. 소렌스탐이 메이저 2승을 포함해 LPGA 투어에서 10승을 거둔 2005년과 청야니의 올 시즌 기록은 흡사하다. 오초아는 2007년 8승을 올린 뒤 2008년에는 7승 고지를 밟았다. 소렌스탐과 오초아의 시대에는 대항마들이 존재한 반면 청야니 주변에는 강력한 라이벌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 선수들은 올해 2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고, 그나마 LPGA 투어 정회원 우승은 최나연이 유일하다. 한 한국 선수는 “청야니의 컨디션이 나쁘거나 불참한 대회에서나 우승을 노려볼 만할 것 같다. 수준이 다른 골프를 한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코리아 군단의 분발이 절실하다.
청야니는 상종가를 누린다. 지난해 9월 중국 귀화를 조건으로 거액의 후원 계약(5년 동안 2500만 달러와 전세기 사용, 베이징의 고급 빌라 제공 등)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하기도 했다. 청야니의 전성시대는 이제부터다. 그의 말에서 남다른 각오가 느껴진다.
“정말 행복하다. 12세 때부터 품어온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가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더 많은 역사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