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너티브’ 아이러니에 지갑 연 이유](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1/10/31/201110310500037_1.jpg)
상황이나 구도는 좀 다르지만, 1990년대 초 미국 시애틀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소위 ‘그런지(Grunge) 음악’열풍이 불었을 때도 비슷한 후일담이 있었다. 그런지는 음악에서나 패션에서나 저예산 특유의 ‘후줄근함’이 특징이었지만, 여기에 ‘시애틀 출신이면 일단 계약하고 본다’는 식으로 메이저 음반사가 자본을 투입하면서 웃지 못할 코미디가 벌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펑크밴드 머드허니의 회고다.
“그 사람들은 한 곡 녹음하는 데 무려 2만 달러를 주더군요. 그 돈 받고 친구네 작업실에서 단돈 164달러로 녹음했죠.”
![‘얼터너티브’ 아이러니에 지갑 연 이유](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1/10/31/201110310500037_2.jpg)
20년 전 프로듀서였던 부치 빅에 따르면,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은 이런 매끈한 프로듀싱, 특히 오버더빙(over dubbing)을 비롯한 스튜디오 기술에 강하게 반발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코베인이 원했던 대로 자연스러운 라이브 사운드를 재현했다면 ‘Nevermind’가 과연 그처럼 뜨거운 반응을 얻을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이 무렵 함께 그런지 음악 열풍을 견인했던 펄잼, 사운드가든, 앨리스 인 체인스의 대표작이 알고 보면 모두 주류 음반사가 고용한 A급 프로듀서와 함께 정교하게 다듬어낸 앨범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또한 코베인은 ‘Nevermind’ 작업 내내 비틀스의 음반을 끼고 살 정도로 팝을 사랑했고, 자기 노래가 너무 ‘팝’적이라 동료의 비웃음을 살까 봐 걱정하기도 했다.
![‘얼터너티브’ 아이러니에 지갑 연 이유](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1/10/31/201110310500037_3.jpg)
*정바비는 1995년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인디 뮤지션. ‘줄리아 하트’ ‘바비빌’ 등 밴드를 거쳐 2009년 ‘브로콜리 너마저’ 출신 계피와 함께 ‘가을방학’을 결성,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