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8월25일 ‘급작스럽게’ 사퇴한 이남주 부패방지위원장(이하 부방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27일 제3대 위원장으로 정성진 전 국민대 총장(64)을 임명했다. 한 달여 전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전격 교체하고 김승규 변호사를 임명했던 인사와 비견될 만한 인사였다.
예상에 없던 인사인 데다 결과도 의외라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우선 시민단체 출신(YMCA)인 이 전 위원장의 임기가 1년 반 넘게 남은 상태였기 때문에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자의 반 타의 반’ 사퇴였다는 뒷얘기가 나돌았다. 애초 부패방지위원회(이하 부방위) 산하에 새로 신설될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이하 고비처)의 수장에 관심이 쏠렸지만, 위원장이 바뀌게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노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신진 인물이 아닌, 10여년 전 ‘재산공개 파문’과 관련해 물러난 인물이 중용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 또한 거의 없었다.
김승규 법무부 장관과 정성진 신임 부방위원장은 모두 무난한 성품에, 검찰에 오래 몸담아온 무색무취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존경받는 분들이지만 개혁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라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지적처럼 청와대가 처음 주장했던 ‘개혁’ 코드와 거리가 멀게 느껴진 것. 그러나 우선 ‘안전성’이라는 점에서 권력 핵심으로부터 합격 판단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청와대는 ‘권력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검찰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을 법하다.
애초 부방위원장 자리는 재야 법조계의 대부로 평가받는 C변호사가 강력하게 거론됐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강금실 카드를 버리고 김승규 법무부 장관을 택한 논리와 마찬가지로 C변호사 카드를 버린 셈이 됐다.
정위원장은 사시 2회 출신으로 송광수 검찰총장보다 무려 11년이나 선배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검찰 조직인 만큼 송총장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정위원장이 대검 중수부장을 거친 특수 수사통이자 형사법 전문가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정위원장-김성호 사무총장이라는 투 톱 시스템으로 고비처를 대검 중수부 수준의 수사기관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인적 인프라를 단번에 확보한 셈이다.
아직은 계획 단계인 고비처의 법적 안정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의 거센 비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비처의 안정적인 출범을 위해서라도 학자 출신의 이론가를 모셔오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는 고민이 배어 있는 것이다. 이른바 고비처에 대한 법조계의 불신을 원로인사를 통해 우회 돌파하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또한 지역적인 안배와 60대 이상의 보수층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정위원장은 경북고-서울대 법대를 나온 정통 TK.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축하합니다. 통보는 언제 받았나.
“감사하다. 임명 절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게 옳다. 다시 공직을 맡는 것이 개인적으로 합당한가, 의무와 책임질 준비가 돼 있는지 고민하다가 이것도 하나의 운명이라 여기고 승낙했다. 65살 이후에는 법조계로 복귀하겠다고 공언해왔는데 꿈을 이룬 셈이다.”
-검찰에서 물러난 지 10년 만이다. 10년간의 활동이 인상적인데, 대학총장 연임 제의가 있었다고 들었다.
“일찍이 검사로 청춘을 보낸 뒤 만 55살이라는 뒤늦은 나이에 법학 교수로 보람을 찾고, 대학총장으로 사회봉사도 했기에 평범한 법률가로 사회봉사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분수를 지키자는 생각에서 총장직은 포기했다. 아무래도 25년간 공직에 있었기 때문인지 실사구시적 행정 능력이 잘 발휘됐다. 공과 사를 구분하고 사람보다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서 그런지 다행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됐다.”
-참여정부의 개혁을 지지해 부방위원장직을 수락했는가.
“우선 참여정부에 실책이 있었고, 비판받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사실 신문에 칼럼 쓰면서 정부 시책에 대해서 비판의 말도 많이 했다. 그러나 공직자 부패방지에 대한 책임은 개인의 과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와 국가가 짊어진 영속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선호와 관계없이 시민이자 법률가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해 나서게 됐다.”
공직자 부패방지는 영속적 과제
-고비처 신설로 인해 특히 검찰과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고비처 신설에 동의하는가.
“부패방지법이나, 특히 고비처 설치에 관한 법은 국회에서 공론의 과정을 거쳐 가을께나 제정될 예정인 것으로 안다. 검찰이 우리 형사소송의 한 축을 이루는 중요한 기구이긴 해도 과거에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행스럽게 회복되는 과정에 있지만 한쪽에 집중된 권력은 시정할 필요가 있다. 형사소송의 대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권력 견제란 측면을 고려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시민적 여망에도 합당하고, 헌법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고비처 신설이 돼야 한다고 본다.”
-고비처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과 관련한 논란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비처에 조사권과 기소권을 다 부여하겠다는 주장 말인가. 정부에서는 고비처에 기소권은 부여하지 않겠다고 정리한 것으로 안다. 아직 정확한 업무 보고를 받지 못해 언급하기 곤란하다.”
-부방위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데 조사권을 가진 고비처와의 관계 설정이 걱정스럽다.
“부방위란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대통령 소속의 산하에 있다고 해서 고비처가 대통령에게 종속되는 기구로 돌변하는 것은 아니다. 중립적이지만 냉철하게 공직자 비리를 감시ㆍ척결하여 국민의 신망을 받을 수 있는 기구로서 성장할 수 있다면 소임을 다하는 일이다. 입법 조치를 통한 조직 확대도 중요하지만 우선 국민의 지지와 신뢰가 우선이다.”
-검찰의 반응이 호의적인데….
“검찰의 좋은 반응이라. …좋다는 말은 하지 말아달라. 사실 내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청렴성과 학자적 인품, 게다가 특수 수사 전문가라는 점에는 동의하는 분도 계신데, 개혁성에 점수를 짜게 주는 분들이 있다.
“바로 그런 점 때문이다. 검찰 편으로만 생각하는 분이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 운영 측면에서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시민정신을 반영하여 국민 대다수 정서와 동떨어지지 않고 권력에서 독립적인 부방위와 고비처가 될 것이다.”
-검찰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다. 그간 다방면에서 활동해 짧게 느껴질 것 같다(정위원장은 대검 중수부장으로 재직하던 93년 당시 판ㆍ검사 재산공개를 통해 62억원을 신고했다. 처가 재산이 많아 생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발표 직후 권력 핵심부의 뜻에 따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옷을 벗어야 했다).
“당시 조직과 벼슬에 대한 환멸 같은 게 생겼다. 역사적인 흐름 앞에서는 개인의 의지가 어쩔 수 없다는 것도 경험했다. 구질구질하게 변명하지 말고 의연하게 몸가짐을 가져보자는 생각에 공부하고 싶다는 소망을 실천했고,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는 계기가 됐다.”
-공직자의 청렴을 대표하게 됐는데….
“사실 부담이 없을 수 없다. 청렴에 대해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보통사람 생각 수준에서 국민들이 승복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내 보겠다. 평균적인 수준에서 생각하고 평가하면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예상에 없던 인사인 데다 결과도 의외라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우선 시민단체 출신(YMCA)인 이 전 위원장의 임기가 1년 반 넘게 남은 상태였기 때문에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자의 반 타의 반’ 사퇴였다는 뒷얘기가 나돌았다. 애초 부패방지위원회(이하 부방위) 산하에 새로 신설될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이하 고비처)의 수장에 관심이 쏠렸지만, 위원장이 바뀌게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노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신진 인물이 아닌, 10여년 전 ‘재산공개 파문’과 관련해 물러난 인물이 중용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 또한 거의 없었다.
김승규 법무부 장관과 정성진 신임 부방위원장은 모두 무난한 성품에, 검찰에 오래 몸담아온 무색무취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존경받는 분들이지만 개혁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라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지적처럼 청와대가 처음 주장했던 ‘개혁’ 코드와 거리가 멀게 느껴진 것. 그러나 우선 ‘안전성’이라는 점에서 권력 핵심으로부터 합격 판단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청와대는 ‘권력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검찰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을 법하다.
애초 부방위원장 자리는 재야 법조계의 대부로 평가받는 C변호사가 강력하게 거론됐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강금실 카드를 버리고 김승규 법무부 장관을 택한 논리와 마찬가지로 C변호사 카드를 버린 셈이 됐다.
정위원장은 사시 2회 출신으로 송광수 검찰총장보다 무려 11년이나 선배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검찰 조직인 만큼 송총장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정위원장이 대검 중수부장을 거친 특수 수사통이자 형사법 전문가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정위원장-김성호 사무총장이라는 투 톱 시스템으로 고비처를 대검 중수부 수준의 수사기관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인적 인프라를 단번에 확보한 셈이다.
아직은 계획 단계인 고비처의 법적 안정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의 거센 비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비처의 안정적인 출범을 위해서라도 학자 출신의 이론가를 모셔오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는 고민이 배어 있는 것이다. 이른바 고비처에 대한 법조계의 불신을 원로인사를 통해 우회 돌파하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또한 지역적인 안배와 60대 이상의 보수층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정위원장은 경북고-서울대 법대를 나온 정통 TK.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축하합니다. 통보는 언제 받았나.
“감사하다. 임명 절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게 옳다. 다시 공직을 맡는 것이 개인적으로 합당한가, 의무와 책임질 준비가 돼 있는지 고민하다가 이것도 하나의 운명이라 여기고 승낙했다. 65살 이후에는 법조계로 복귀하겠다고 공언해왔는데 꿈을 이룬 셈이다.”
-검찰에서 물러난 지 10년 만이다. 10년간의 활동이 인상적인데, 대학총장 연임 제의가 있었다고 들었다.
“일찍이 검사로 청춘을 보낸 뒤 만 55살이라는 뒤늦은 나이에 법학 교수로 보람을 찾고, 대학총장으로 사회봉사도 했기에 평범한 법률가로 사회봉사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분수를 지키자는 생각에서 총장직은 포기했다. 아무래도 25년간 공직에 있었기 때문인지 실사구시적 행정 능력이 잘 발휘됐다. 공과 사를 구분하고 사람보다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서 그런지 다행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됐다.”
-참여정부의 개혁을 지지해 부방위원장직을 수락했는가.
“우선 참여정부에 실책이 있었고, 비판받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사실 신문에 칼럼 쓰면서 정부 시책에 대해서 비판의 말도 많이 했다. 그러나 공직자 부패방지에 대한 책임은 개인의 과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와 국가가 짊어진 영속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선호와 관계없이 시민이자 법률가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해 나서게 됐다.”
공직자 부패방지는 영속적 과제
-고비처 신설로 인해 특히 검찰과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고비처 신설에 동의하는가.
“부패방지법이나, 특히 고비처 설치에 관한 법은 국회에서 공론의 과정을 거쳐 가을께나 제정될 예정인 것으로 안다. 검찰이 우리 형사소송의 한 축을 이루는 중요한 기구이긴 해도 과거에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행스럽게 회복되는 과정에 있지만 한쪽에 집중된 권력은 시정할 필요가 있다. 형사소송의 대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권력 견제란 측면을 고려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시민적 여망에도 합당하고, 헌법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고비처 신설이 돼야 한다고 본다.”
-고비처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과 관련한 논란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비처에 조사권과 기소권을 다 부여하겠다는 주장 말인가. 정부에서는 고비처에 기소권은 부여하지 않겠다고 정리한 것으로 안다. 아직 정확한 업무 보고를 받지 못해 언급하기 곤란하다.”
-부방위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데 조사권을 가진 고비처와의 관계 설정이 걱정스럽다.
“부방위란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대통령 소속의 산하에 있다고 해서 고비처가 대통령에게 종속되는 기구로 돌변하는 것은 아니다. 중립적이지만 냉철하게 공직자 비리를 감시ㆍ척결하여 국민의 신망을 받을 수 있는 기구로서 성장할 수 있다면 소임을 다하는 일이다. 입법 조치를 통한 조직 확대도 중요하지만 우선 국민의 지지와 신뢰가 우선이다.”
-검찰의 반응이 호의적인데….
“검찰의 좋은 반응이라. …좋다는 말은 하지 말아달라. 사실 내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청렴성과 학자적 인품, 게다가 특수 수사 전문가라는 점에는 동의하는 분도 계신데, 개혁성에 점수를 짜게 주는 분들이 있다.
“바로 그런 점 때문이다. 검찰 편으로만 생각하는 분이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 운영 측면에서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시민정신을 반영하여 국민 대다수 정서와 동떨어지지 않고 권력에서 독립적인 부방위와 고비처가 될 것이다.”
-검찰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다. 그간 다방면에서 활동해 짧게 느껴질 것 같다(정위원장은 대검 중수부장으로 재직하던 93년 당시 판ㆍ검사 재산공개를 통해 62억원을 신고했다. 처가 재산이 많아 생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발표 직후 권력 핵심부의 뜻에 따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옷을 벗어야 했다).
“당시 조직과 벼슬에 대한 환멸 같은 게 생겼다. 역사적인 흐름 앞에서는 개인의 의지가 어쩔 수 없다는 것도 경험했다. 구질구질하게 변명하지 말고 의연하게 몸가짐을 가져보자는 생각에 공부하고 싶다는 소망을 실천했고,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는 계기가 됐다.”
-공직자의 청렴을 대표하게 됐는데….
“사실 부담이 없을 수 없다. 청렴에 대해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보통사람 생각 수준에서 국민들이 승복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내 보겠다. 평균적인 수준에서 생각하고 평가하면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