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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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에 쓴 신기남의 ‘思父曲’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09-03 19: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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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년 전에 쓴 신기남의 ‘思父曲’

    1988년 역사비평 가을호에 실린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기고문.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사부곡(思父曲)이 발견됐다. 신 전 의장이 변호사 시절인 1988년 역사비평(역사문제연구소) 가을호의 ‘한국현대사의 증언, 6·25와 빨치산’ 특집에 ‘빨치산 토벌대, 지리산 보아라부대’란 제목으로 6쪽짜리 원고를 기고한 것. 이 글은 과거사 정국과 관련해 유탄을 맞고 중도낙마한 신 전 의장의 아버지에 대한 단상과 존경심 등을 읽을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신 전 의장은 이 글에서 빨치산 토벌에 혁혁한 공을 세운 부친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역할과 리더십을 높이 평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글에서 신 전 의장은 1951년 7월 제2대 지리산지구전투경찰사령부(약칭 지전사)에 사령관으로 부임한 부친 신상묵 경무관을 이렇게 설명했다.

    “신(상묵)사령관은 일제 때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한 수재형으로 학병으로서 일본군에 들어갔으며, 해방 후 대한민국 경찰에 투신, 진도 나주 장성 등 전라도 지역의 경찰서장을 거쳤다.”

    신 전 의장에 따르면 신사령관은 부임 후 귀순 빨치산을 중심으로 보아라부대를 창설해 빨치산에 큰 타격을 주었다는 것. 신 전 의장은 이 글에서 당시 귀순한 빨치산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의 활약 모습을 자세히 적고 있다. 신 전 의장은 “산에서 내려온 빨치산의 신분을 바꾸어 빨치산을 잡으러 보낸 것은 상식을 초월한 조화로, 이 아이디어는 대단한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신 전 의장은 보아라부대의 명칭과 관련 “만천하의 의심 많은 사람들아 두고 보아라. 이 부대의 눈부신 활약을 똑똑히 보아라라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신 전 의장은 부친 신씨가 여러 방면의 반대가 있었지만, 용맹하고 담대하며 대한민국에 충성을 바칠 자세가 된 자들을 중심으로 보아라부대를 창설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묘사했다.



    지리산 유격대 사령부 작전참모장의 직책을 맡다가 귀순한 문순묵씨(보아라 부대장)를 포섭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신사령관의 리더십을 신 전 의장은 이렇게 적고 있다.

    “신사령관은 인민군 장교복을 입고 산청지서로 귀순한 그를 즉석에서 사령관 관사로 데려가 큼지막한 술상을 보아오게 하여 통음한 다음, 권총을 옆에 풀어놓은 채 한방에서 잤다. 이후 문은 신사령관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게 되었고, 아울러 보아라부대의 충성심을 담보하는 존재가 되었다.”

    신 전 의장은 이 글의 편집후기에서 “그들의 이념을 따지지는 말자”며 “사람에게 이념은 분명 하나의 족쇄이지만 그 족쇄를 여닫는 키는 결국 개개인의 이해관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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