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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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사는 호주, 자원 강탈 너무하네

티모르 해 매장 천연가스·석유 독식 … 최빈국 동티모르 이익 배분 개선 요구 뒤늦게 대응

  • 애들레이드=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yahoo.co.kr

    입력2004-09-03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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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사는 호주, 자원 강탈 너무하네
    ”내가 과거 호주인이었고, 과거에 내 조국을 진정 사랑했던 것이 부끄럽습니다.”

    이는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모르의 첫 번째 영부인인 크리스티 스워드 구스마오(Kristy Sword Gusmao)가 호주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구스마오 여사가 동티모르의 영부인으로서 친정 국가인 호주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호주가 ‘티모르 해’에 매장된 천연가스와 석유를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와 동티모르 사이 바다에 묻힌 지하자원의 가치는 무려 130억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문제는 티모르 해에 묻힌 상당량의 지하자원이 호주보다 동티모르에 가깝게 매장되어 있는데도 호주가 이를 독식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국제법은 각 나라의 대륙붕을 기준으로 하여 지하자원이 매장된 위치와 가장 가까운 나라가 그 자원을 소유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도 호주는 이를 어기고 있는 셈이다.

    동티모르에 훨씬 가까이 위치



    티모르 해에서 가장 많은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된 장소인 ‘그레이터 선라이즈’를 보자. 이곳은 동티모르와 144km 떨어져 있지만, 호주와는 무려 276km나 떨어져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로 벌어들인 수익의 82%를 호주가, 18%를 동티모르가 가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호주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천연가스 매장 지역인 ‘라미나리아 콜라리나’에서 뽑아 올린 천연가스를 판매해 총 20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 지역 역시 호주보다는 동티모르와 훨씬 가깝다.

    때문에 “티모르 해의 지하자원에 대한 수익은 호주 정부 손안에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호주 정부는 ‘과거 두 나라가 이들 지역의 지하자원을 어느 나라 소유로 할 것인지 명확하게 합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자국 소유임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티모르 해의 지하자원은 60년대 당시 동티모르를 지배하던 포르투갈에 의해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75년 동티모르가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하고 이듬해 인도네시아에 주권을 강탈당하면서 이 지역 지하자원은 인도네시아와 호주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됐다. 포르투갈의 항의에도 두 나라는 티모르 해 지하자원에 대한 권한을 현재의 비율로 나누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호주와 동티모르가 다른 국가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서로 반반씩 수익을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동티모르 정부 역시 정확하게 50대 50으로 나눌 것을 주장하고 있다. 동티모르 정부에 따르면 티모르 해에 매장된 천연가스는 30∼40년 정도 채굴할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공정하지 못한 현재의 수익 분배 비율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동티모르 정부가 55억 달러를 얻는 반면, 호주 정부는 그 두 배가 넘는 115억 달러를 차지하게 될 예정이다.

    동티모르 정부는 ‘이익 배분 비율의 균등’과 ‘티모르 해 인근에서 벌어지는 영토 분쟁의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나 국제해양법재판소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아직 때가 아니다’라며 동티모르 정부와의 회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1인당 GNP(국민총생산)가 2만4000달러에 이르는 ‘잘사는’ 호주가, 세계 최빈국(最貧國) 가운데 하나이며 1인당 GNP가 530달러인 동티모르의 자원을 뺏고 있는 데 대해 비판적인 분위기다. 동티모르 지도자들은 “동티모르 어린 자녀들의 유일한 희망을 잘사는 호주가 강탈해 가고 있다”며 호주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낙후한 산업시설 가난으로 고통

    현재 동티모르는 낙후한 산업시설과 심각한 수준의 가난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동티모르의 실낱같은 희망이라고는 해안에 묻힌 천연가스와 석유가 유일하다고 말할 정도다. 과거 포르투갈이 동티모르를 통치할 때는 농지를 개간하고, 커피를 생산하여 그런대로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통치한 24년 동안 끊임없이 탄압이 벌어져 수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됐고, 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대다수 농지도 파괴됐다.

    독립을 이룬 지금도 과거의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 있다. 낙후한 의료시설 탓에 영아사망률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UN(국제연합)의 통계에 따르면 동티모르 아이들 가운데 12%가 5살을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문맹률도 높아 성인 여성의 80%가 글을 읽지 못한다.

    이와 같은 동티모르의 비참한 실상과 티모르 해에 매장된 지하자원의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거론되기 시작하자, 호주 정부는 마침내 동티모르와의 대화 채널을 열기 시작했다. 8월12일 호주 외무장관인 알렉산더 다우너는 “늦어도 올해 크리스마스 전까지 동티모르 정부와 진지하게 지하자원 문제를 합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논의 대상에는 동티모르의 수익 비율을 크게 높이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과거 인도네시아와 호주가 정한 해안경계선을 바꾸는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

    사실 호주는 수익을 조금 양보하는 대신 기존의 해안경계선을 국제사회에서 확인받는다면 미래의 가상 적국인 인도네시아의 위협으로부터도 해안경계선을 지킬 수 있다. 때문에 ‘50대 50으로 나누자’는 동티모르 정부의 제안은 호주에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그럼에도 동티모르 정부는 ‘수익 배분 비율을 개선하자’는 호주의 제안을 크게 반기고 있다. 현재 동티모르 정부 처지에서는 어려운 경제 탓에 정치적인 고려까지 하기엔 너무 벅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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