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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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층 출입 골프장에 조선족 마타하리?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4-09-03 19: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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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층 출입 골프장에 조선족 마타하리?

    신원이 불확실한 여성이 고위층 인사들이 드나드는 골프장에서 장기간 캐디로 일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단순 불법 체류자인가, 아니면 한국판 마타하리를 자처한 탈북자인가.’

    한 조선족 여성이 서류를 위조해 군 관련 기관이 운영하는 골프장에 취업해 3년간 고위층 인사들의 경기보조원(캐디)으로 근무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골프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5월4일 권양숙 여사 등과 함께 라운딩한 곳으로 총리를 비롯해 장·차관, 군 장성 등이 수시로 드나드는 고급 사교장. 그만큼 일급 보안이 유지돼야 할 곳에 신원이 불확실한 여성이 경기보조원으로 일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다. 이에 따라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들은 이 여성의 대공 용의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 등의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핵심 의혹은 이 여성이 노무현 대통령 등 최고위급 인사들의 골프 라운딩에 동행하면서 고급 정보를 수집한 것 아니냐는 점. 일각에서는 이 여성이 이 골프장을 관리하는 기관의 비호 아래 정보 수집 업무를 담당해왔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 여성을 구속한 경기 구리경찰서 관계자도 “그런 얘기가 나돈 것은 맞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기 구리경찰서는 8월16일 서울 T골프장에서 근무하던 중국 출신의 조선족 K씨(41)를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K씨는 2001년 7월 한국인 문모씨(33)의 주민등록등본과 이력서를 자신의 서류인 것처럼 조작한 뒤 T골프장에 입사했다. T골프장은 영관급 이상의 장교,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등만 출입할 수 있는 곳. 이곳에서 강씨는 경북 출신으로 행세했으나 주위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북한을 탈출한 뒤 중국을 거쳐 한국에 입국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어와 일본어에 능통해 중국어 가정교사를 한다며 정보기관 한 관계자의 집을 일주일에 몇 차례씩 방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강씨의 탈북 사실을 알고 있는 정보기관이 이를 빌미로 강씨를 이용, 정부 고위층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신원이 불확실한 이가 장기간 고위 공직자들이 출입하는 골프장 경기보조원으로 활동한 것은 구멍 뚫린 보안 의식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높다.

    이에 대해 T골프장 측은 “군 관련 기관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이기는 하지만, 직원들은 모두 민간인이기 때문에 면접 때 주민등록등본을 받는 것을 제외하곤 신원 조회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며 “K씨는 경기보조원 가운데 ‘중’ 등급이기 때문에 최고위층 인사의 라운딩 때 동행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경찰도 “K씨가 수사 과정에서 탈북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탈북자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정보 수집에 대한 내용도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경찰 관계자는 “최고위층을 수행할 때는 경찰도 다시 신원 조회를 받는다.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골프장 관리 기관 측에서는 강씨의 신원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한나라당이 관련자 문책과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마타하리의 환생일까, 아니면 타향살이에 지친 한 불법체류자의 어설픈 생존술일까. 궁금증은 갈수록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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