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국민은행장
금감원이 적발한 국민은행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란, 지난해 9월 국민카드 합병 당시 절세를 위해 대손충당금 처리 등을 불투명하게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위법 사항’에 대해 상당수 회계 전문가들이 “중대 과실이 아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이다. 게다가 국민은행은 이 일을 처리하기 전 회계법인, 내부 감사 및 감사위원회, 국세청 질의까지 마쳤다. 8월25일 증권선물위원회의 ‘국민은행 회계기준 위반’ 의결 전 열린 감리위원회에서도 민간위원 5명 중 4명이 “전혀 회계 위반이라 볼 수 없다”거나 “과실이라 해도 단순과실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한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26일 오전 김중회 부원장이 직접 기자들을 불러모아 놓고 “국민은행 최고 책임자에게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 말하는 등 김행장 연임 불가를 기정사실화하려 했다.
금융당국이 ‘김정태 밀어내기’에 사력을 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서는 “김행장이 SK글로벌과 LG카드 부실 처리 과정에서 시장 논리를 앞세우며 정부 뜻을 거스른 것이 결정적 이유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그 ‘심정적 배후’로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거론하고 있다. 이부총리는 올 2월 취임사에서 “일부 금융기관이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금융시장 전체의 안정을 돌보지 않고 있다”는 발언을 해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른바 ‘이헌재 사단’이 관-민 금융계를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는 지금, 김행장 몰아내기에 이부총리의 ‘복심’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까. 물론 이에 대해 이부총리는 “국민은행은 정부가 직간접으로 투자한 금융기관이 아니므로 금융 회계 감독당국이 판단할 사안”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렇더라도 틈날 때마다 ‘내추럴 본 시장주의자’임을 강조해온 경제부총리 재임 중, 역시 시장경제 원칙을 집요하리만큼 고수해온 선도 은행장이 중징계 논란에 휩싸인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모양새가 좋지 않은 일임이 분명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