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은 톱스타를 기준으로 연예인을 이해해요. 연예인의 스펙트럼은 무척 넓죠. 서울 강남에 수십억원대 빌딩을 가진 스타가 있는 반면, 배역을 못 따 배를 곯는 무명배우도 많아요.”
한예조는 방송 관련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노동조합. 김 위원장의 최근 관심사는 연예인 인권과 생활고. 그는 지난 4월 고(故) 장자연 씨 사건을 계기로 실시한 연예인 인권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들려줬다.
“전체 연예인의 95%인 2000여 명에게 설문지를 보내 183명에게 답을 받았어요. 그중 24.6%인 45명이 인권 관련 직접 피해를, 68.2%인 125명이 동료의 피해 사례를 호소했죠. 피해 유형은 ‘금품 요구’(42.6%), ‘인격 모독’(39.3%), ‘접대’(34.4%), ‘성상납’(19.1%) 순이었어요.”
연예인 인권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인권침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김 위원장은 ‘관행’을 꼽았다.
“설문조사 결과 ‘관행’(35.5%), ‘미흡한 사법처리’(33.9%), ‘캐스팅을 노린 연기자 개인의 이기주의’(31.1%), ‘연기자들의 집단 해결 노력 부족’(30.1%) 순의 답변이 나왔어요. 특히 법적 대응을 하면 오히려 피해를 입을 것이란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었어요. 캐스팅 불이익, 이미지 손상 등 그들이 쥔 카드가 연예인 생활에 치명적이니까요.”
설상가상 최근에는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더해졌다. 지상파 방송 3사가 대부분 드라마를 외주 제작사에 맡기면서 생긴 일이다. 현재 방송 3사 드라마 12편의 미지급금은 60여 억원. 김 위원장은 “방송사는 법적 책임이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무리 예술직군이라지만 연예인도 직업인이에요. 일한 대가는 받아야죠. 하루아침에 부당한 일들이 사라지리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연예인들의 든든한 ‘백’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