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WIS) 2009’ 전시회에서 방문객들이 참가업체의 부스를 관람하고 있다.
언제 상황이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기에는 물론, 예상치 못한 갖가지 변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주식시장이다. 과연 하반기 증시도 이런 상승세를 이어갈 것인가. 투자자의 불안 심리를 반영하듯 전문가들끼리도 견해가 엇갈린다.
[낙관론]
주식시장이 연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는 경기회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올해 2, 3분기에는 감세 등 정부의 소득지원 정책이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소비 경기가 회복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이런 호조세에 각 기업이 내놓은 2분기 실적은 주식시장을 더욱 달구고 있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대기업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발표가 잇따르는 가운데 업종 전반적으로 실적이 양호하다. 국내 기업의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올해 3분기부터 20% 이상의 플러스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관점에서도 국내 증시의 이익 모멘텀(방향성)은 비교우위에 있다. 현재 국내 기업의 12개월 예상 EPS(주당순이익) 증감률은 34%로, 신흥 아시아국(24%)과 신흥국(12%)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실을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일련의 현상이 위기 극복 과정에서 급증한 시중 유동성에 따른 일시적 경향이라며 평가절하한다. 그만큼 주식시장이 상향 곡선을 이어가기는 어렵다는 것. 그렇다면 이처럼 혼란한 시점에 주식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몫’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언제가 될까.
보수적 엇박자 투자 속에 잃은 이익
한국 투자자는 자산관리, 특히 주식투자에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오랜 세월 주가의 급등락을 목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자연스러운 태도지만, 이런 행태는 민첩한 대응이 요구되는 주식시장의 특성과는 정면 배치된다. 실제로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가장 활발한 시기는 한국 증시가 고점을 기록하기 직전인 2007년 말이었고, 시장이 의미 있는 ‘바닥’을 확인한 지난해 말부터는 오히려 자금이 순유출되는 실정이다.
자동차 주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기반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간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 18세기 프랑스의 미시시피 버블,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 그리고 2000년대 인터넷 버블을 거쳐 최근의 글로벌 금융 버블 등이 단적인 예다.
거품이 발생한 시기만 다를 뿐 당시의 경제상황은 매우 유사한 모습을 띤다. 무언가 열풍이 불면 사람들은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지나친 낙관론에 빠졌다가 거품이 꺼지면 다시금 지나친 비관론에 빠져들기를 반복했던 것.
거품에 열광하고 거품에 놀라 흩어지는 행동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이런 관점에서 ‘안정적 투자’라는 말은 자산 가격의 속성과 배치될 수 있다. 자산 가격은 언제나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면서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가시적 경기회복의 신호를 찾고자 주식시장 참여를 망설이던 투자자는 2009년 상반기 랠리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즉 지나치게 안전만 추구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특히 ‘조심스럽게 투자한다’는 것은 가격이 상당한 수준까지 오른 뒤에야 투자에 나서는 고점 매수가 될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하반기에도 상승 기조 유지
따라서 투자자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태도로 망설이기보다 지금이라도 저평가된 자산을 찾아 투자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여러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현 시점에 좀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임한다는 역발상의 사고를 갖고 시장에 참여해야 본격적인 경기회복 이후에 주어질 과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 등 많은 투자 대가(大家)들이 ‘외로움’을 성공의 제1 덕목으로 꼽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가깝게는 올 하반기 증시에 적극적인 투자 마인드로 접근해도 좋겠다는 판단이다. 특히 글로벌 위상이 강화된 중국과 하반기 미국의 소비경기 회복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최근 중국은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내에서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고 있으며, 소비 위주 성장정책으로의 전환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더블딥(Double Dip)’ 가능성이 완화될 수 있고,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수출국 수혜가 기대되며, 글로벌 불균형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역시 가계 저축률이 8%에 이르는 4분기부터 완만한 소비지수 회복이 전망된다. 또한 정부의 직접 지출이 집중되는 내년부터 경기부양정책 효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8월 국내 증시는 중국과 미국의 적극적인 내수경기 부양, 수면 아래로 내려간 출구전략(Exit Strategy·금융위기 이후 시중에 풀린 과다한 돈을 회수하는 전략), 기업 이익 모멘텀 개선 등을 바탕으로 상승 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올 하반기 투자 전략은 실적과 국내외 소비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춘 ‘경기 민감 섹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기반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간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매력적이다. 상반기 경기부양 과정에서 쏟아져나온 유동성 효과와 순이자 마진(NIM)의 개선이 기대되는 은행, 그리고 증시 회복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 시행의 수혜가 기대되는 증권 업종도 유망하다.
김주형 동양종합금융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jhkim@myasset.com
[비관론]
세계 증시가 연일 폭락하던 지난해 9월29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인이 침통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4일의 저점(938)을 기준으로 보면 62%, 올 들어서는 33% 상승했다. 패닉 상태에 빠진 투자 심리도 빠르게 회복되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만큼 사람의 생각과 기대를 빠르게 변화시키는 곳도 없지 않나 싶다.
하반기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에 앞서 먼저 확인할 부분은 ‘글로벌 주식시장이 패닉의 굴레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선진국 주식시장의 경우 2007년 고점 대비 하락폭의 35% 안팎, 리먼 사태 이후 하락폭의 55% 안팎으로 복원됐다.
상대적으로 강한 랠리를 펼친 이머징 주식시장의 경우, 2007년 고점 대비 하락폭의 50% 안팎으로 복원됐으며, 리먼 사태 이후의 하락폭도 모두 만회했다.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에 앞서 빠른 복원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3월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이 인상적인 반등을 보인 촉매의 한 축은 급강하 흐름을 보이던 경기 모멘텀의 반전이다. 지난해 말 전후로 글로벌 경기 흐름이 상승세로 반전되면서 회복세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4분기에는 다시 모멘텀 역전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머징 경기가 탄력적으로 회복되고 있음에도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금융 부문이 회복되고 있음에도 실물 부문의 회복은 지연되기 때문이다.
금리인하,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금융 부문의 영향력이 감소할 경우 전반적인 경기 흐름이 다시 돌아설 수 있다. 경기선행지수 흐름을 봐도 지수 값이 추세에 근접한 상황에서 2~4개월 내에 모멘텀의 정점을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 패턴이었다. 이는 8~10월에 경기선행지수 모멘텀이 정점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 1분기 이후 회복되기 시작한 기업이익에 대한 기대감 역시 3분기 이후에는 다소 약화될 듯하다. 1, 2분기 기업이익에서 나타난 환율 효과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직 글로벌 수요 회복이 확연하게 나타나지 않아 모멘텀 약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4분기를 정점으로 경기 흐름이 재차 반락한다면 수요 회복에 따른 기업이익 개선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현재 기업이익의 전망치가 상당히 낙관적인 관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도 기업이익에 대한 신뢰성을 높게 잡기 어려운 이유다. 환율 효과로 상반기 주식시장에서 빛을 발한 IT, 자동차가 하반기에도 주식시장의 견인차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 실제 이들 종목의 주가 자체가 상당히 높은 수치에 와 있다.
투자 유망 업종 거론은 ‘민폐’?
지난 3월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의 인상적 반등은 경기와 기업이익 모멘텀의 반전, 반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 반등 흐름상의 제약 요인이 적지 않음을 감안할 때 경기 흐름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일정 부분 조정이 필요하다. 기업이익에 대한 기대치 조정도 있어야 한다.
순환적 모멘텀 약화와 구조적 요인의 압박으로 하반기 기업이익의 탄력적, 추세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기와 기업이익 모멘텀이 약화된다면 상반기의 빠른 상승세에 대한 부담이 표면화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3월 이후 상향 변동성에 대해서도 약화 및 하향 변동성이 출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시점이 됐다. 하반기 주식시장은 나무보다 숲을 볼 필요가 있다. 숲이 흔들리면 나무가 부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하반기 시장을 시원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투자 유망 업종을 꼽는 것은 ‘민폐’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원-달러 환율이 내릴 것이라는 점에서 여행 및 운송주가 주목되고, 경기 상승 흐름이 하강세로 변하더라도 내수 쪽이 강한 유통주는 추천할 만하다. 유통주는 경기에 과민한 경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듯하다. 경기 흐름에 무관하고 방어력이 좋은 제약주도 무난해 보인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jslim@nhi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