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청약 열풍을 주도한 인천 청라지구의 아파트 모델하우스.
경기에 대한 무조건적 낙관은 아직 이를지 모르나 소비자심리지수(CSI)가 7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는 등 일반 경기가 긍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확실하다. 이에 발맞춰 부동산시장 또한 저금리 기조 속에 형성된 시중 유동성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에선 시류에 편승한 ‘묻지마 식’ 투자는 절대 금물. 부동산은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초기 투자금액이 크고 부동성(不動性), 부증성(不增性) 등 고유의 특성 탓에 금리, 정부 정책 등 외부 여건에 매우 예민하기 때문이다. 현명한 부동산 투자를 위한 종목별 시장동향을 점검해본다.
주택·아파트 | 신작로 중심으로 탄력 붙어
새로운 길이 생기면 인근 주택 및 아파트 가격은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서울지하철 9호선, 신분당선 외에 7월1일 개통한 경의선, 7월15일 개통한 경춘고속도로 주변은 새로운 교통환경 덕분에 주택시세가 들썩인다. 특히 경춘고속도로는 개통된 후에도 인근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주목을 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남양주시 평내동과 호평동 일대의 105㎡ (32평) 아파트 매매가가 도로 개통 후 일주일간 약 750만원 오른 2억1500만~2억5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좀처럼 매매가 변동이 없던 가평군도 청평면 일대를 중심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개통을 전후해 저렴하게 나온 급매물은 대부분 소진돼 향후 투자를 고려하는 이들은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닥터아파트 김연순 주임 애널리스트는 “경춘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 어느 정도 가격 프리미엄이 반영된 부분도 있으나, 개통 후 교통이 원활해진 것을 체감하니 다시 주문이 늘면서 호가가 상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의선 복선전철 개통은 경기 서북부지역인 고양시와 파주시의 부동산시장에 탄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양시 행신동, 화정동이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는다. 행신지구와 화정지구는 서울 강서구, 서대문구와 가까운데도 그간 대중교통이 불편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으나 전철 개통으로 이런 어려움이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지역은 도심 주택지로서는 남한에서 사실상 최북단에 자리해 북한과의 관계 악화가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경의선을 감안하면 주택거래 시 남북관계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측면이 있다.
이미 한 차례 광풍이 쓸고 지나간 청라 신도시와 송도 신도시 외에 광교 신도시, 판교 신도시, 김포한강 신도시 등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김포한강 신도시도 발품을 열심히 팔면 저렴하고 투자가치가 높은 물건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재건축 아파트는 상승세가 다소 주춤거리는 추세다.
서울 강남구 교보타워 사거리~논현동 상권은 최근 지하철 9호선 개통으로 패션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부동산114 이미윤 과장은 “경기회복이라는 전반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실거래가 원활하지 않다는 푸념이 들려오기도 한다”며 재건축주택 시장의 숨고르기 형국을 지적했다.
상가 | 투자 분위기 활발하게 반전
상가는 실물경기의 바로미터다. 경기가 조금만 나빠도 크게 위축되고 경기가 풀리면 재빠르게 회복 기미를 보이기 때문. 따라서 상가 투자를 위해선 무엇보다 실물경기 동향을 잘 살펴야 한다. 최근 살아나는 경제동향에 발맞춰 판교 상가, 수도권 주공단지 내 상가 1층 등의 낙찰률이 100%에 육박하는 등 상가가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는다.
상가114 권혁춘 팀장은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신규 분양상가의 경우 50% 이하의 낙찰률을 보였는데, 최근 활발한 투자 분위기로 반전됐다. 물론 일부 지역 상황만 보고 상가 경기가 전체적으로 좋아졌다고 판단할 순 없지만 전반적인 투자 분위기는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상가정보연구소는 최근 금액대별 상가 투자법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억~2억원대 외환위기 이후 1억원 안팎의 투자처로서 각광받던 테마 쇼핑몰은 2005년을 전후해 투자성이 급감했다. 따라서 유사상품 투자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안전성이 비교적 확보된 수도권 주공단지 내 상가 1층 유찰분을 추천할 만하다. 다만 유찰된 이유는 분석해야 한다. 또 2억원대라면 수도권 택지지구 내 근린상가 4층 이상도 투자 가능한 금액이다.
3억~7억원대 청라, 남양주 진접, 양주 고읍, 용인 흥덕지구 등 수도권 택지지구 3층 이하 상가 분양이 가능한 금액대. 동판교, 서판교, 서초, 강남 등의 3층 이상을 노려볼 수도 있다. 다만 택지지구는 상권 형성 기간이 필요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8억~10억원대판교 중심상업지나 강남 빅3 지역 내 2층 이상부터 공략할 수 있다. 아울러 동판교, 서판교 1층 상가를 타깃으로 삼을 수도 있다. 배후 수요가 견실한 송도국제도시 내 상가와, 분양가는 낮지만 공급면적이 크고 전문업종을 유치할 수 있는 아파트형 공장상가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11억~20억원대 인기지역 내 1층 상가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다. 특히 후면부가 아닌 전면부 1층은 접근성, 가시성이 뛰어나 비교적 임차수요도 풍부하다. 분양가가 높다는 점이 흠이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상가투자 수익률은 7% 선이 적정하며 심리적 양보선으로 6% 정도까지 여유를 두는 게 좋다”며 “상가에 투자할 때는 유동인구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배후수요 인구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를 잘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개발 | 일부 과열 양상, 규제는 시기상조
보금자리주택단지로 선정된 서울 서초구 우면동 비밀하우스촌.
최고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인 흑석동 뉴타운은 최근 지하철 9호선 개통과 맞물려 과열 양상을 보이는데, 11월 흑석6구역의 ‘센트레빌’이 179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성수동, 신당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성수동 재개발지역은 7월1일 서울시의 공공관리자제도 시범구역으로 지정된 후 지분가가 폭등하고 있으며, 신당동 재개발지역은 서울의 최고 중심부 재개발이라는 지역특성상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이들 지역은 과열 우려지역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때문에 대출규제, 금리인상, 자금출처 조사 등의 정부 규제책(이른바 출구전략·Exit Strategy)이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재개발 전문가들은 “어설프게 부동산 유동성을 규제하다 경기 급락, 부실 확대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개발 뉴타운 관리처분의 정석’ 저자인 조건희 부동산J테크 대리는 “현시점에서 대출규제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으며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다시 살아나는 추세인 것은 맞지만 정부에서 각종 규제를 서두를 만큼 과열됐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일축했다.
최근 구로구 고척3구역 재개발지에서는 8월 중 ‘벽산블루밍’ 아파트 총 339가구 중 147가구를 일반분양한다. 한강 르네상스 계획과 맞물려 지역 호재가 있는 금호동 재개발지역 역시 9월경 적은 물량이지만 일반분양 물량이 나올 예정이다. 마포 및 아현 뉴타운지역도 연말에 일반분양분이 나올 예정이라 재개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2000년대 재개발의 대명사라 할 용산지역은 지난 4월 한남뉴타운 개발계획 발표 이후 꾸준한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으나 수년 전부터 이미 상당한 상승폭을 보였고, 사업 주체의 자금난, 인근 주민과의 마찰 등으로 갈등을 빚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문제 등이 아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 같은 재개발 열기를 전국적 현상으로 확대해석하는 건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연구실장은 “지방의 경우 미분양도 많고 전반적인 경기도 움츠려 있어 수도권에서의 열기만으로 재개발시장 전반을 낙관하긴 어렵다. 수도권 등 일부 유명지역을 제외한 지역은 거래가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 시장 동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토지 | 수도권 그린벨트, 상업용지 등 관심
토지에 대한 각종 규제가 완화되고 새로운 개발계획이 속속 등장하면서 토지 투자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경인 아라뱃길, 제2영동고속도로, 4대강 살리기 등 각종 개발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인근 토지가격이 들썩인다. 거래활성화를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대규모로 해제하는 데 더해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도 풀어 토지투자 분위기는 꽤 무르익은 상태. 하지만 토지 투자자의 관심은 뭐니 뭐니 해도 수도권 그린벨트지역(개발제한구역)에 쏠려 있다.
현재는 환경보호를 위해 제한하고 있지만 규제가 완화되면 언제든 황금지역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조심스럽게나마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역을 살펴보면 우선 경기 시흥지역을 꼽을 수 있다. 시흥시는 최근 ‘2020년 수도권광역도시계획 및 시흥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며 개발이 필요한 곳을 중심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각종 규제 강도도 조절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린벨트 조정이 예상되는 지역은 구체적으로 매화지구, 구 염전지구, 월곶지구, 행정타운 잔여지구 등이다.
서울에서는 보금자리주택 후보지인 강남 수서·세곡동 일대와 강동 강일3지구, 구로 항동 등 인근에 자리한 일부 그린벨트지역의 해제가 예상된다. 또한 서울시가 최근 계획 중인 서북권 르네상스 계획과 관련, 은평구 등 일부 지역의 그린벨트도 해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모두 예상일 뿐 토지 관련 계획은 언제 변동할지 모르는 것이니 관심 있는 투자자들은 반드시 해당 지역을 방문하고 전문가의 조언 등을 참고해야 한다.
미래새한 감정평가법인 남상원 감정평가사는 “토지는 다른 부동산 종목보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그린벨트지역은 해제가 되더라도 건축 규제가 까다로운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그린벨트 해제 예상지역이라 해서 장밋빛 환상을 갖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택지개발지구 내 상업용지 전매가 허용돼 새로운 토지 투자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6월 실시된 판교 신도시 상업·업무용지 입찰에서는 평균 12.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10개 필지가 100% 낙찰된 바 있다. 올 하반기에는 인천에서 송도지구 32개 필지, 영종지구 51개 필지, 청라지구 198개 필지의 상업용지를 분양할 계획이며, 평택 소사벌지구에서 356개 필지, 성남 판교 신도시에서 6개 필지, 화성동탄지구에서 1개 필지의 상업·업무용지가 분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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