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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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인간들, 飛上으로 감동 선물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

  • 강유정 영화평론가·국문학 박사 noxkang@hanmail.net

    입력2009-08-05 1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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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설픈 인간들, 飛上으로 감동 선물
    이쯤 되면, 한국형 장르 영화에 하나의 법칙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을 듯싶다. 이런 식 말이다. ‘주류라고 부를 수 없는, 말하자면 열외 인종 혹은 마이너리티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이런저런 일 가운데서 울고 웃기는 해프닝을 만들어간다. 그들이 하는 일도 주류와 거리가 멀다.

    핸드볼, 역도, 스키점프 등. 순박한 그들의 정서와 행동에 배꼽 빠지게 웃다 보면 어느새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목울대가 뻐근해진다. 영화는 이 감동의 순간에 멈춘다. 생이 흘러가듯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것처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시작된 마이너리티 취향은 ‘킹콩을 들다’ ‘해운대’를 거쳐 지금 ‘국가대표’로 이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작품들이 각기 다른 장르임에도 유사한 서사구조를 지닌다는 사실이다. 최근의 한국 영화들은 초반에는 주로 촌스러움과 친근한 유머로 웃음을 제공하다가 애환을 보여주고 마지막엔 감동적 결말로 매듭지어진다. 웃음과 감동, 눈물 이 세 가지가 바로 최근 한국 장르 영화의 마술적 필수요소다.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는 한국형 스포츠 영화의 계보를 따라간다. 줄거리는 이렇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스키점프팀이 급조된다. 스키는 알지만 점프는 모르는 열외 인간들이 군대를 면제받겠다는 일념으로 모인다. 조금 다른 이유로 국가대표가 된 차헌태는 해외 입양아다. 그는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다 그녀가 ‘차헌태 선수’를 찾게 하기 위해 무주로 향한다.

    ‘국가대표’는 비주류 스포츠에 주변부 인생을 결합해 즐거운 웃음을 창조한다. 웃음의 코드는 주로 스키점프의 척박한 환경에서 비롯된다. 아직 공사 중인 스키점프대 때문에 다인승 승용차에 발을 고정해 바람에 적응하고, 후룸라이드 레일에 비닐장판을 깔아 활강 연습을 한다. 어딘가 모자란 선수의 동생과 어딘가 이상한 코치의 딸은 엇박자로 어설픈 낙오자들의 공간에 웃음을 보탠다. 어설픔이야말로 이 영화의 웃음을 견인하는 핵심 코드인 셈이다.



    어설픈 인간들, 飛上으로 감동 선물

    차헌태(하정우 분·가운데) 등으로 급조된 스키점프팀은 우여곡절 끝에 제대로 된 팀으로 거듭난다. 그 순간 웃음은 감동으로 바뀐다.

    미국에서 주니어 선수로 활약했던 차헌태는 정작 스키점프대에 올라 “경사도가 이상해”라며 뒷걸음질치고, 약물중독으로 메달까지 박탈당했던 흥철은 영어를 못 알아들어 관객을 웃긴다.

    이는 영화 ‘국가대표’의 정서가 웃음에서 감동으로 바뀌는 순간이 어설픈 인간들이 멋지게 날아오르는 그때임을 짐작게 한다. 어설프다 못해 시시해 보였던 선수들은 우여곡절 끝에 제대로 된 선수로 거듭난다. 이제 그들은 웃음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자들로 바뀐 것이다.

    고작 5명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의 스키점프 대표선수들은 예상을 뒤엎고 동메달을 딸 뻔한다. 중요한 것은 딴 게 아니라 ‘딸 뻔’했다는 점이다. 비주류 종목을 소재로 삼는 최근의 스포츠 영화들은 이기는 결말이 아니라, 모르거나 혹은 지는 결말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국가대표’ 역시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고독한 ‘록키’처럼 고생 끝에 링 위의 황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고생은 했지만 패자가 되어 돌아온다.

    앞선 작품들과의 차별성은 차헌태라는 인물에 있다. 엄마를 찾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왔던 차헌태는 엄마를 눈앞에 두고 다가서지 않는다. 대신 엄마가 전해준 어린 시절 앨범을 보며 눈물을 참는다. 흘리지 않고 고인 눈물 덕분에 ‘국가대표’는 신파의 위험을 딛고 감동의 지점으로 나아간다.

    아직 눈물을 흘릴 때가 아니라며 마음을 다잡는 차헌태처럼 영화는 적당한 감동의 지점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사람들의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국가대표’는 삶의 희로애락을 그려낸다. 영웅이 제공하는 환상이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의 소소한 체험에 관객의 공감이 쌓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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