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옌볜자치구의 시장 풍경.
중국은 2001년에 발표한 한 외교전략 보고서에서 이미 한반도 통일 이후 간도와 백두산 일대를 둘러싼 영토 분쟁 등 영토 문제가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분명한 사실은 한반도 통일 이후 중국의 동부 국경선 쪽에 민족주의로 무장한 ‘중등’ 강국이 출현할 것이며, 이로 인해 중국과의 영토 문제가 필연적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전쟁 직후 북한과 백두산 일대의 국경선을 확정한 이래, 1998년 11월3일에는 러시아까지 끌어들여 북한과 함께 세 나라가 두만강 일대의 국경선을 확정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서부 및 동북지역 가치 적극 선전
특히 중국은 200만명에 이르는 중국내 조선족들이 한국에 대해 귀속감(identity)을 갖게 되는 상황을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한국과 달리 54개에 이르는 다수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 중국은 비단 현재뿐 아니라 과거에도 소수민족에 대한 관리가 국가 유지의 중요한 관건이었다.
다행히 중국의 내몽골 지역은 접경 국가 몽골이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기 때문에 내몽골 주민이 몽골에 귀속감을 갖는 경우는 드물다. 마찬가지로 중앙아시아 지역의 경우도 타지키스탄 등 옛 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에 귀속감을 갖는 현지 소수민족은 매우 적다.
중국은 고구려사 왜곡에 이어, 한국의 요리를 동북지방의 요리로 소개하고 있다.
다만 조선족들도 이제 한국 등과 교류를 통해 상당수가 부를 축적하고 있는 상황이며, 최근 중국 정부는 조선족을 비롯한 소수민족에 대해 포용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 정부 및 한국인들은 중국 동포에 대해 여전히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조선족이 반드시 한국에 귀속감을 가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은 최근 서부와 동북지역의 오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현지 소수민족 문화의 가치를 적극 선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수민족들의 요리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동북지방의 요리, 즉 동북요리 편을 보면 많은 부분이 조선족 요리로, 실제로는 한국요리다. 중국은 동북요리를 소개하면서 요리 재료가 백두산 등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 생산된 녹색식품이고 몸에 좋은 건강식이기 때문에(사실 이는 한국 사람들이 한국요리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논리다) 서양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고 설명한다. 자칫하면 이제 고구려 역사만이 아니라 한국 요리도 중국에 빼앗길 형편이 되었다.
중국과 북한의 접경 지대
고구려의 유적지인 오녀 산성.
물론 초기 단계에서는 정부 차원이 아니라 단지 일부 학자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점점 그 양과 질을 확대 발전시키면서 한국 측의 항의가 있으면 일정 부분 양보하고 타협하는 방식을 취한다. 두 발 전진했다가 한 발 물러서면서 그 부분은 기정사실화해 나가는 식이다.
두 걸음 전진 후 한 발 빼는 전략 구사
중국과 북한의 국경 백두산을 가르는 21개 국경 경계비 가운데 5호비.
특히 중국은 하나의 국가라기보다 하나의 세계라고 할 정도로 넓고 크며 많다. 예를 들어 베이징권·상하이권·광저우권·충칭권 등 각 지역별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할 때만 일시적으로 들끓었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임기응변 방식으로는 현시대 치열한 국제경쟁의 무대에서 항상 패배할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는 주변의 모든 강대국과 우호관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호관계란 정확한 정책과 역량의 기초 위에서만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현재 미국과의 외교관계가 적지 않은 마찰을 빚고 있지만, 외교란 그 과정에서 발전하는 것이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 상호 새로운 관계가 정립되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인근 대국이자 최근에 이르러서는 미국의 대안으로도 파악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천지물이 흘러내리는 창바이 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