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성모 마리아(오른쪽)에게 성령에 의해 예수를 잉태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혼인 후 1년간 성관계 맺지 않고 친정 거주 관습 전국의 홀아비들이 예루살렘 성전으로 모여들었다. 대제사장은 그들이 가지고 온 지팡이들을 들고 성전으로 들어가 기도한 뒤에 다시 나와서 지팡이들을 홀아비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런데 다른 지팡이들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나 요셉의 지팡이에서는 비둘기가 솟아나와 그의 머리 위에 앉았다. 그리하여 요셉이 마리아의 남편이 되었다. 당시 이스라엘에서는 처녀가 혼인을 한 다음에도 신랑과 성관계를 맺지 않은 채 친정에 눌러 사는 관습이 있었다. 그러다가 1년 뒤쯤 신랑이 처가로 와서 신부를 시댁으로 데리고 갔다. 마리아는 그 기간을 지내며 요셉과 합하여 가정을 이룰 꿈을 꾸고 있었다. 얼마나 마음 설레는 기간이었는지 모른다. 요셉도 경건한 청년이라 두 사람은 그 기간 동안 서로 순결을 지킬 것을 굳게 약속하였다.
예비 신부로서 마리아는 하루하루 날짜 가는 것이 더디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6개월쯤 지났을 때 요셉이 마리아가 잉태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요셉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충격이었다. 요셉이 느낀 배신감은 이루 형용할 수 없었다. 요셉은 자기 얼굴을 치며 굵은 베 위에 몸을 던지고 심히 울며 소리쳤다. “무슨 면목으로 주 하나님을 뵐 수 있겠는가. 내가 이 처녀를 위하여 어떻게 기도한단 말인가. 그녀를 나의 주 하나님 성전에서 받아들였는데 그녀는 순결을 지키지 않았구나. 나를 이토록 비참하게 만든 자가 누구냐. 누가 내 집에서 악행을 저질러 이 처녀를 욕되게 하였는가. 아담에게 일어난 일이 내게도 일어난 것인가. 아담이 찬미의 기도를 드리고 있는 사이에 뱀이 와서 하와가 혼자 있는 것을 보고 그녀를 속였던 것처럼, 이와 똑같은 일이 내게도 일어났구나!”
요셉은 몸을 일으킨 뒤 마리아를 불러 따져 물었다. “하나님의 보살핌 가운데 있는 네가 어찌하여 이런 일을 저질렀단 말이냐. 너의 주 하나님을 잊어버렸단 말이냐. 지성소에서 살며 천사의 손에서 음식을 받고 있던 네가 어찌하여 마음을 비천하게 먹었단 말이냐.” 마리아가 크게 울며 대답했다. “나는 결백하며, 또한 남자를 알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네 뱃속의 아이는 어디서 왔단 말이냐?” “나의 주 하나님은 살아 계십니다. 나는 어떻게 하여 생겼는지 알지 못합니다.”
‘저주의 물’ 마시고 아무 증상 없어 무혐의 판정
요셉은 마리아의 대답을 듣고 더욱 혼돈스럽기만 하였다. 그는 마리아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심하였다. “만일 내가 그녀의 죄를 숨긴다면 하나님의 율법을 위반하는 자가 된다. 만일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녀를 내놓는다면 그들은 그녀를 석형(石刑•돌로 쳐서 죽이는 사형제도)에 처할 것이다.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천사의 지시대로 성령에 의해 생긴 것이라면 나는 죄 없는 피를 흘리는 자가 될 것이다. 이 일을 어떡하면 좋단 말인가.
다른 사람 몰래 그녀와 파혼하고 헤어지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이와 같이 야고보 원복음서에서 비교적 자세히 묘사한 요셉의 갈등을 마태복음에서는 단 한 줄로 처리하고 있다. ‘그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라 저를 드러내지 않고 가만히 끊고자 하여 이 일을 생각할 때에.’(마태복음 1:19, 20) ‘이 일을 생각할 때에’라는 짧은 구절 속에 요셉의 온갖 사념과 분노와 갈등이 녹아 있는 셈이다. 성질 사나운 남자 같으면 여자의 머리채를 틀어쥐고 온 동네를 끌고 다니며 “이 화냥년을 보라”며 고래고래 고함을 쳤을 것이나 요셉은 그래도 마리아를 아끼고 사랑하였는지 조용히 파혼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때 요셉의 꿈에 천사가 나타나 그에게 지시를 내렸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네 아내 마리아 데려오는 일을 무서워 말라. 저에게 잉태된 자는 성령으로 된 것이니라.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그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요셉은 잠에서 깨어나 천사의 지시대로 마리아를 데리고 와 아내로 삼고, 아들을 낳을 때까지 동침하지 아니하였다. 신약 복음서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야고보 원복음서에는 요셉이 마리아를 데리고 옴으로써 큰 곤경에 처하게 된다. 요셉이 순결을 지켜야 할 기간에 마리아와 동침하여 아이를 배게 하였다는 것이다. 이 문제로 제사장들이 회의를 하고 요셉과 마리아를 불러 신문하였다. 요셉과 마리아는 제사장들 앞에서 이 일은 살아 계신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진 것으로, 자기들은 동침한 사실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하였다.
그러자 판결을 맡은 제사장이 선고를 내렸다. “위증을 해서는 안 된다. 요셉은 마리아와 은밀히 동침하고 그 사실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밝히지 않았다. 그러므로 요셉은 성전에서 받아들인 마리아를 반환하도록 하라.” 마리아를 반환하라는 말에 요셉은 눈물을 흘렸다. 제사장의 선고가 계속 이어졌다. “너희에게 저주의 물을 마시게 하겠다. 그러면 너희의 죄를 너희 눈 앞에 드러낼 것이다.”
여기서 ‘저주의 물’이라고 하는 것은 민수기 5:11 이하에 나오는 율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남편이, 아내가 몰래 다른 남자와 간통을 하였다고 의심하는 경우에 제사장이 판결을 내리는 방법에 관한 율법이다. 제사장은 토기에 거룩한 물을 붓고 성막 바닥의 티끌을 그 물에 넣은 뒤 여자를 불러와 선포한다. “네가 네 남편을 두고 실행하여 사람과 동침하여 더럽힌 일이 없으면 저주가 되게 하는 이 쓴 물의 해독을 면하리라. 그러나 네가 네 남편을 두고 실행하여 더렵혀서 네 남편 아닌 사람과 동침하였으면 여호와께서 네 넓적다리로 떨어지고 네 배로 부어서 너로 네 백성 중에 저줏거리, 맹셋거리가 되게 하실 것이니라. 이 저주가 되게 하는 이 물이 네 창자에 들어가서 네 배로 붓게 하고 네 넓적다리로 떨어지게 하리라.”(민수기 5:19-22) 여자는 아멘, 아멘 해야 한다. 그 다음 제사장은 저주의 말을 두루마리에 써서 그 글자를 토기의 물에 빨아 녹아들게 한다. 그러면 그 물이 저주의 쓴 물이 되는데, 그 물을 여자에게 마시게 하고 반응을 살핀다.
이런 절차를 요셉과 마리아도 밟았지만 그들 몸에서는 아무 증상도 나타나지 않아 동침 혐의가 풀리게 된다. 마리아가 순결을 지켰으므로 요셉은 그래도 덜 고통스러웠겠지만 실제로 다른 남자와 간통한 아내를 둔 남편의 고통은 뼈가 썩고 타는 듯할 것이다.(잠언 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