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5일 제주공항을 출발해 김포공항에 착륙, 첫 취항을 마친 제주항공 Q-400기 앞에서 기장과 승무원 등이 포즈를 취했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선에서 적자에 허덕이던 양대 항공사는 제주항공의 출현이 적잖이 신경 쓰이는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5월 말 김포-제주 노선을 추가로 할인 노선에 포함시켰으며, 아시아나항공은 6월 중 특정 시간대에 한해 제주항공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다. “신생 항공사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제주항공은 양대 항공사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는 아니다. 제주항공 출범을 총지휘한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기존 항공사와 지향하는 바가 아예 다르다”고 못 박았다. 그럼에도 양대 항공사가 ‘출혈경쟁 불사’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저가 항공사의 ‘파괴력’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가격·서비스 치열한 경쟁 예고
제주항공은 100회 이상의 시험비행을 거쳐 6월5일부터 김포-제주 간 하루 10편씩(5회 왕복) 운항을 시작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첫 출발이라 일부 시행착오도 있었고, 제주 지역 기상 문제로 30분 정도 지연 운항되는 일도 있었지만, 승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라며 고무된 모습이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8월 성수기까지 김포-제주 노선이 매진됐다는 것.
실제 이용해본 승객들은 “일반 비행기에 비해 실내공간이 다소 좁은 느낌을 주고 천장이 낮으며 비행 도중 프로펠러 회전으로 인해 소음이 많고 좌석 떨림 현상이 있었지만, 좌석 넓이가 기존 항공사와 차이가 없어서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소음은 김포-제주 등 국내선 단거리 비행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현재 운항 중인 1번기에 이어 6월 중 추가로 1대를 더 도입, 김포-김해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어 10월까지 총 5대를 확보해 김포-제주 노선 운항 횟수를 하루 28회로 늘리는 것을 비롯해 김포-김해 14회, 김포-양양 4회, 김해-제주 4회씩 운항한다는 목표다.
제주항공의 소프트랜딩은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항공 요금을 주중(월~목요일) 5만1400원, 주말 5만9100원, 성수기 6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양대 항공사의 70~80% 수준이다. 비용 측면에서 ‘거품’을 빼고, 운항 효율성 확보 등을 통해 ‘고효율’ 구조를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제주항공의 기종은 캐나다 봄바디어사의 Q-400(74인승)이다. 일본항공(JAL), 전일본항공(ANA), 영국 플라이비 등 15개 항공사에서 97대가 운항 중이며 항공기 인도 이후 운항 사고가 전무한 기종이라는 게 제주항공 측의 자랑이다. 아울러 경험과 기량을 겸비한 조종사와 정비사를 대거 스카우트, 해외 위탁교육을 통해 항공기 운영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게 함으로써 안전운항에 만전을 기했다는 것.
Q-400 항공기는 특성상 제트기종에 비해 좌석당, 운항시간당 연료 소모량이 낮다. 제주항공은 여기에 항공기 일시불 구매를 통해 리스료 부담을 줄였고, 기종의 단일화로 조종사와 정비사의 운용 효율이 높아 교육 훈련비 및 정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절감한 비용은 저렴한 요금으로 승객들에게 되돌려준다는 것.
제주항공은 지난해 1월 애경그룹과 제주도가 각각 75%, 25%씩 출자해 설립한 일종의 민관 합작법인. 양대 항공사의 높은 운임이 관광객 감소뿐만 아니라 제주도민에게도 부담이 된다고 판단한 제주도의 지역 항공사 설립 방침에 따라 탄생했다. 1954년 비누회사인 애경유지로 출발해 50여 년 만에 매출 2조원 규모의 중견그룹으로 성장한 애경그룹으로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은 셈.
그러나 당시 재계 일각에선 애경의 항공사업 진출에 대해 ‘모험을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항공사업은 초기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국내선 항공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 그러나 채형석 부회장은 “어떤 사업이든 리스크가 없는 사업은 없다”면서 “저가 항공사업은 우리나라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면서 결단을 내렸다는 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