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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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책은 천국으로 가는 길?

  • 출판칼럼니스트

    입력2006-06-19 1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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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책은 천국으로 가는 길?
    요즘 출판사 대표를 만나면, 책을 마무리해놓긴 했는데 월드컵 때문에 출간시기를 늦춰야 할지 어떨지 고민스럽다는 하소연을 종종 듣는다. 보통 여름 시장에 책을 런칭하기 위해서는 6월이 출간 최적기다. 출간 후 홍보, 이벤트, 광고를 통해 분위기를 조성해놓아야 여름 시장까지 판매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판사가 신간 출간을 망설이고 있고, 그러다 보니 도매상마저 울상이다. 모두 2006년 월드컵 때문에 생긴 일이다.

    출판계 속설 중의 하나로 ‘영화책을 출간하는 건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안 팔린다는 뜻이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스포츠 관련 책을 내는 일은 영화책보다 지옥으로 먼저 가는 길이었다. 적어도 2002년 월드컵 붐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팀의 선전은 축구 역사를 다시 쓴 일이자, 출판에서 스포츠 책의 진가를 새삼 확인해준 사건이기도 했다.

    당시 화제가 된 책은 크게 두 부류다. 하나는 월드컵 개막 이전에 출간돼 한국팀의 선전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킨 책이다. 고원정이 월드컵 조 추첨 이후 탈고했다는 소설 ‘마지막 15분’은 한국팀이 16강에 진출한 뒤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를 격파하고 8강에 진출한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소설로 썼는데, 실제로 적중해 화제가 됐다. 또 개막 직전 출간된 홍명보의 자서전 ‘영원한 리베로’는 한국팀의 선전과 더불어 승승장구했다. 폴란드전 승리 이후 하루 700~800부가 판매되다 16강 확정 이후에는 1500부 이상으로 증가했고, 급기야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홍명보의 승부차기가 4강을 확정짓는 골이 되자 판매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나머지 하나는 한국 축구가 기적을 만들어낸 순간을 기다려 한국축구의 힘을 전략적으로 분석한 책들이다. ‘세계가 놀란 히딩크의 힘’은 책을 다 만든 뒤 한국팀이 8강에 진입하는 시점을 출간시기로 잡고 인쇄 날짜를 저울질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철두철미하게 히딩크를 분석한 책으로, 출간 후 종합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CEO 히딩크-게임의 법칙’은 월드컵이 끝나고 나서 출간됐지만, 한국 축구의 신화를 이끌어낸 히딩크를 축구 경영자로 파악하고 이를 다시 조직의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한 책으로, 월드컵 후폭풍의 주역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가톨릭대 경영학부 이동현 교수와 동아일보 체육부 김화성 기자의 공저로 축구와 경영을 절묘하게 합치해낸 점이 돋보였다.

    2006년에는 일찌감치 축구책들이 선보였다. 박지성의 자서전 ‘멈추지 않는 도전’이나 김화성 기자의 ‘박지성 휘젓고 박주영 쏜다’, 최원창의 ‘투혼’ 등이 한국축구의 새로운 히어로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한국축구가 독일월드컵까지 걸어온 길과 앞날을 생생하게 중계하고 있다.



    흔히 축구를 전쟁이라고 한다. 각국의 대리전 역할을 하는 데다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의 막이 올랐다. 축구의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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