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6일과 7일, 이틀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연의 이름은 ‘아름다운 기억’이었다. 기억의 주인공은 고 유재하와 그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유재하 가요제. ‘아름다운 기억’은 유재하 가요제를 계속하기 위한 기금마련 공연이었다.

유재하는 단 한 장의 음반을 남기고 1987년 11월1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지난날’ ‘우울한 편지’ 등이 수록된 그 한 장의 음반은 가요사에 남을 명반으로 평가받는다. 유재하 가요제는 그를 기념하기 위해 1989년에 만들어졌다. 그동안 유재하 가요제를 통해 배출된 이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조규찬, 고찬용, 유희열, 이한철, 강현민, 심현보, 나원주, 정지찬.... 모두 독특한 색깔과 높은 음악성으로 우리 대중음악의 수준을 끌어올린 뮤지션들이다. 그들이 유재하 가요제 출신이라는 사실이 이 가요제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웅변한다. 대중적인 인기와는 다른 방향에서 대한민국 대중음악에 다양한 자양분을 공급하고 질적 토대를 지탱해온 것이다.

이번 공연의 제목은 ‘아름다운 기억’이다. 문제는 유재하 가요제가 아직 과거의 유물로 기억의 창고에 틀어박혀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1989년부터 2004년 16회 대회까지 매년 개최되었던 유재하 가요제는 2005년 재정적인 문제로 개최가 무산되면서 이상 징후가 감지되었다. 주최 측과 뜻있는 지인들이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유산되고 만 것이다. 격년제 개최 등의 대안이 모색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아직 불투명하다. 유재하 가요제의 지속 여부는 작년 한 해를 건너뛴 올해 개최를 성사시키느냐 여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아름다운 기억’은 이런 안타까움과 절박함이 만들어낸 공연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획일화되고 척박해져 가는 대중음악판에서 작은 보석처럼 빛나던 유재하 가요제를 과거의 기억으로 넘기고 싶지 않은 것은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