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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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원대 아파트 거래 급증… 노후 빌라도 투자 대상 각광

유거상 ‘아실’ 공동대표 “정부 규제 풍선효과, 분양권·저가 주택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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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1-04-0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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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그래프를 보세요. 올해 1억 원대 저가 아파트 거래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이제까지 부동산시장에서 못 보던 특이한 현상이에요.” 

    유거상(38) ‘아실’ 공동대표가 스마트폰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유 대표는 최근 부동산시장의 주된 흐름을 ‘저가 아파트와 빌라의 인기’ ‘서울 아파트의 비교우위 강화’ 등으로 풀이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중과세, 공시가격 현실화, 2·4 부동산대책 같은 정책들이 본래 의도와 달리 풍선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부동산시장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실은 2014년 유 대표가 창업한 프롭테크(proptech: 부동산 자산+기술) 기업이다. 개인용컴퓨터(PC)와 스마트폰을 통해 아파트 실거래가를 지역·단지별로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제공한다. 최근 거래가 활발한 아파트 단지, 매물 증감 등 부동산시장 흐름을 시각화해 이해도 쉽다. 급변하는 부동산시장, 유 대표에게 부동산 데이터 분석과 대처 방안을 물었다.


    유거상 ‘아실’ 공동대표. [홍중식 기자]

    유거상 ‘아실’ 공동대표. [홍중식 기자]

    “시흥 저가 아파트, 경기도 내 거래량 1위”

    최근 눈에 띄는 부동산시장 흐름은?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다주택자다. 최근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정부의 부동산세 중과다. 6월 1일부터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최고세율은 기존 3.2%에서 최대 6%로 오르고, 조정대상지역에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경우 취득세는 8%까지 증가한다. 다만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주택은 여기에 산입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최근 거래량이 많은 아파트의 상당수가 공시가격 1억 원 미만이었다. 평소 거래가 적은 아파트들이다.” 

    거래가 어느 정도 활발한가. 

    “아실의 ‘많이 산 아파트’ 기능을 통해 지역별 거래량이 많은 아파트 단지를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에선 시흥시 월곶동 ‘풍림아이원1차’ 아파트가 가장 많이 사고팔렸다. 1월 1일부터 3월 19일까지 173건이 거래됐다(3월 31일 기준 183건으로 1위). 보통 한 단지에서 이뤄지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거래량이다. 광명·시흥지구가 3기 신도시 개발 대상이 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중과세를 피해 1억 원대 아파트를 사도 투자 가치를 따지지 않겠나. 개발 이슈가 많은 동네가 인기일 수밖에 없다.” 



    실수요자가 움직인 것 아닌가. 

    “그럴 가능성은 낮다. 실제 거주할 목적으로 1억 원대 주택을 ‘영끌’해 사는 경우는 드물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1억 원가량 저축한 사람이 내 집을 마련한다고 가정해보자. 3억~5억 원 정도 대출을 전제하고 살 집을 알아본다. 최근 거래가 급증한 저가 아파트는 내 집 마련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모든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순 없지만, 주로 외지의 다주택자가 투자 목적으로 산 것이라고 봐야 한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결과적으로 서민이 사는 아파트 가격까지 올린 셈이다.” 

    3월 15일 정부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했다. 전국 공시가격 상승률은 평균 20%에 달한다. 70%인 아파트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을 2030년까지 90%로 높이기로 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른 것이다. 부동산세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부동산 민심’은 흉흉하다. 

    공시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에 맞춰 상당 부분 현실화됐다. 문제는 현실화 정도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활발하게 거래돼 가격이 높은 토지나 아파트는 시세가 비교적 명확하다. 반면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지역이나 아파트가 아닌 주택은 거래 자체가 적다. 부동산은 투자 대상이라는 속성을 띨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은 곳도 앞으로 기대 가치에 따라 실거래가가 높아질 수 있다. 공시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는데 일부 지역이 이처럼 저평가되면 불만이 생긴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풍선효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취득세·보유세 안 내는 분양권 거래 활발

    1월 1일~3월 31일 경기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는 시흥시 월곶동 풍림아이원1차였다. [아실 캡처]

    1월 1일~3월 31일 경기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는 시흥시 월곶동 풍림아이원1차였다. [아실 캡처]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그렇다. 분양권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2023년 4월 입주 예정인 ‘이트리니공도센트럴파크’(경기 안성시 공도읍) 단지를 보자. 103건 거래돼 경기도 내 아파트 거래량 6위다(3월 31일 기준 115건으로 5위). 분양권은 취득세, 보유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실제 주택이 아닌, 앞으로 주택에 입주할 권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는 분양권 매입을 위한 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이는 주택도 마찬가지다. 똑같이 중도금을 자납(自納)해 자산을 취득한다면 세금 부담이 적은 편이 좋지 않나. 같은 맥락에서 노후 빌라도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최근 실거래가 기준 1억~2억 원대 빌라의 거래도 늘었다. 정부가 발표한 2·4 부동산대책의 영향도 있는 듯하다. 2·4 대책은 도심 재개발·재건축과 저층 주거지·준공업지역 개발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뼈대다. 상대적으로 낙후한 도심에 많이 있는 저층 빌라가 수혜주다. 1억 원도 안 되던 노후 빌라 가격이 2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또 다른 변수는 3기 신도시 건설이 불투명해졌다는 것. 

    3기 신도시 건설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으로, 경기 고양·광명·남양주·부천·시흥·하남시와 인천 계양구 일대에 20만 호를 공급하는 것이 뼈대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이 건설 예정지에 투기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공정성이 훼손된 신도시 계획을 백지화하라는 여론이 적잖다. 

    3기 신도시 건설이 불투명해졌는데. 

    “당장 신도시 건설이 어찌될지 예단할 수 없다. 다만 국민 대다수의 심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현직 직원의 투기 의혹으로 LH가 주도하는 신도시 건설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다. 이미 일부 지역 주민이 토지 수용에 반대하고 있지 않나. 3기 신도시 건설이 더뎌지면 사람들의 이목은 역시 서울로 향할 수밖에 없다.” 

    서울 부동산시장은 포화 상태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이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서울뿐 아니라 광역시까지 번졌다. 특히 부산은 서울의 비(非)강남지역 아파트 가격과 비슷할 정도로 올랐다. 각 도시의 인구와 경제력 등을 고려해 주택 가격이 어느 정도여야 적당한지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자. 비서울지역의 주택 가격과 차이가 줄면 역설적으로 서울 가치가 더 조명된다. 주식시장을 예로 들면 이해가 빠르다. 가령 삼성전자 주식이 갑자기 떨어질 경우 투자자들은 어떻게 반응하겠나. 국내 대표 우량주를 매입할 절호의 기회로 여기지 않겠나. 3기 신도시 건설이 차질을 빚어 공급량이 줄면 이런 추세는 더 강해질 것이다.” 


    “가격 저평가된 곳 주목하라”

    불확실한 시장에서 현명한 부동산 투자 방법은 무엇일까. 유 대표는 “특정 지역을 콕 집어 얘기하는 것은 의미 없다. 부동산시장에서 자본이 어디로 흐를지가 중요하다. 현 시점에선 부동산 가격이 비교적 저평가된 지역을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당장 자신이 사는 곳뿐 아니라 동네에서 가장 비싼 단지의 가격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네마다 학군이 좋거나 교통이 편리해 가격이 높은 ‘형님’ 아파트가 있다. 형님 단지 가격이 오르면 ‘아우’ 격인 다른 단지도 오른다. 자기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가장 비싼 집을 사는 편이 유리하다. 거품 낀 부동산 가격이 곧 폭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당장 처분할 것이 아니라면 주택 가격 등락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부동산 하락세에서는 좋은 입지의 집이 비교적 저렴해질 수 있다. 그때를 부동산 ‘환승’ 기회로 노려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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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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