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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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합동감찰 정당성, 8년 전 황교안 ‘채동욱 감찰’만도 못해”

‘검찰 길들이기’ 감찰? “공정성 의심 임은정·박은정 배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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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1-04-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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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9일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이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연석회의에 참석하고자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3월 29일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이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연석회의에 참석하고자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만도 못한 처사다.”(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 

    “정치적 의도의 감찰이라는 것을 세상이 다 아는데…. 구태여 말하고 싶지도 않다.”(현직 검사)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시한 합동감찰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 비판 목소리가 높다. 3월 17일 박 장관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대검찰청(대검) 부장회의 측에 재검토하라고 수사지휘하는 한편, 법무부·대검 합동감찰을 지시했다. 이틀 뒤 대검은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무혐의 처리했다. 박 장관은 무혐의 처분을 수용하면서도 “합동감찰이 흐지부지 용두사미로 끝나지는 않는다. 상당 기간, 상당 규모로 진행할 것”이라며 감찰 지시를 거둬들이지 않았다.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인 감찰 대상은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처리 과정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직무배제 논란 △대검 내 의사결정 과정 △대검 부장회의 결과 외부 유출 경위 등이다.


    “법과 원칙에 반한 정치적 의도”

    이에 대해 전현직 검사들은 “한 전 총리 사건 ‘뒤집기’가 좌절되자 검찰을 압박하려는 정치적 의도의 감찰”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직 A 검사는 “대검이 장관의 면을 세워주면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럼에도 감찰로 한 전 총리 사건 수사진은 물론, 이번 회의(대검 부장회의) 관계자까지 억누르려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검찰 고위직을 지낸 B 변호사는 “구체적인 비위 사실이 있어야 감찰에 돌입할 수 있다. 개별 사건 수사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은 감찰의 본 기능이 아니다”라며 “세평처럼 박 장관의 이번 감찰은 검찰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 법과 원칙에 반하는 정치적 의도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애초에 감찰이 성립할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 및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감찰은 명확한 비위 혐의가 있을 때 징계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 실제 비위가 있어도 징계 시효 3년이 지나면 징계할 수 없다”며 “10년 전 사건을 들춰 사건 관계자를 위협하는 것은 ‘한명숙 구하기’에 불과하다. 정당성 없는 정치적 감찰”이라고 지적했다. 



    ‘검사징계법’(제25조 징계 등 사유의 시효)에 따르면 검사에 대한 징계는 그 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3년(국가재정법·국유재산법 등을 어긴 횡령·배임·절도 등은 5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이 한 전 총리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것은 2009년, 논란이 된 김모 씨와 최모 씨(한 전 총리에게 금품을 건넨 건설업자의 구치소 동료)의 법정 증언은 2011년이었다. 김씨, 최씨의 모해위증 혐의 공소시효도 3월 22일과 3월 7일 각각 끝났다. 

    그럼에도 감찰은 이미 본격화됐다. 3월 29일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 구성원(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포함)은 합동감찰 연석회의를 열었다. 참석이 예상되던 법무부 감찰관실 소속 박은정 감찰담당관은 불참했다.


    “독립된 헌법기관이 檢 인사·감찰·징계권 행사해야”

    지난해 12월 1일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참석한 후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지난해 12월 1일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참석한 후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임 연구관과 박 담당관이 감찰을 맡은 것도 논란이다. 임 연구관은 검찰의 한 전 총리 수사가 잘못됐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대검의 불기소 처분 과정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박 담당관도 지난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징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법·탈법 논란(직권남용·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발됐다. 

    검찰 재직 시절 감찰 부서에서 근무한 C 변호사는 “임은정, 박은정 두 사람을 감찰에서 배제해야 한다. 가족이나 친구가 다른 사건으로 검찰에 고발되는 등 문제가 생겨도 (감찰 업무를) 기피하는 것이 당연하다. 각종 혐의로 고발된 두 사람은 감찰 담당자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살아 있는 권력이 감찰을 ‘검찰 길들이기’에 악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두고 감찰을 지시했다. 채 총장이 사퇴해 실제 감찰이 이뤄지진 않았으나 정치적 탄압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B 변호사는 “(황 전 장관의 채 전 총장 감찰은) 의도는 불순하지만 규정에 어긋난 것은 아니었다. 이번 감찰은 그것보다 더 문제다. 한 전 총리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드러났는데도 무리하게 감찰에 나섰다. 황 전 장관의 감찰 지시만도 못한 처사”라고 말했다. 

    김종민 변호사도 “채 전 총장에 대한 감찰도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다분했다. 다만 혼외자 의혹은 검사로서 품위를 손상시켜 감찰 대상일 수 있었다. 박 장관의 합동감찰 지시는 그 정도 명분조차 없다”며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검찰에 대한 감찰이 여러 차례 악용됐다. 판검사를 대상으로 한 감찰은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엄해야 한다. 다만 지금처럼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 및 감찰에 개입하는 것은 악용의 여지가 크다. 프랑스에선 헌법상 독립기관 ‘최고사법평의회’가 검사에 대한 인사·감찰·징계권을 행사한다. 한국도 비슷한 기관을 둬 검찰 조직의 정치적 독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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