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걸스의 ‘Rollin’’ 원 커버(위)와 새롭게 교체된 커버. [바이브 캡처 ]
새삼스럽지만, 스트리밍 시대라 가능한 일이다. 과거와 같은 실물 음반이었다면 커버를 바꿔 재판을 찍어야 했을 것이다. 그만큼 제작비와 물류비가 발생하니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 같은 맹렬한 역주행은 그 자체로 스트리밍 시대의 특수한 현상이라고 할 만하다. 언제든, 무엇이든 들을 수 있고, 그것이 빠르게 차트에 반영돼 화제를 모으며, 더 큰 반향을 일으키는 시대니 가능한 일이다. 실물 음반 시대였다면 4년 전 곡을 재발굴하더라도 시중에 음반 재고가 있어야 팔릴 것 아니겠나.
몇 년 전부터 한 장의 음반을 두세 번에 나눠 연재하듯 발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5곡을 담은 미니앨범을 내고, 추후 5곡을 더해 10곡짜리 앨범을 만드는 식이다. 이 경우 음반 2장으로 셈하기도 하지만, 나중에 발매된 앨범이 기존 앨범을 ‘덮어쓰기’하기도 한다. 어떤 아티스트는 앨범을 발매한 후 한 수록곡의 사운드에 아쉬움을 느꼈고, 결국 이 곡을 재작업해 새로운 음원으로 ‘교체’한 바 있다. 다른 아티스트는 일부 가사를 재녹음해 역시 음원을 ‘교체’하기도 했다.
음원 삭제와 덮어쓰기 신중해야
이는 당연히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만 가능한 발매 방식이다. 음원 서비스에 같은 상품 코드로 자료를 ‘업데이트’하면 모든 사용자에게 변경 사항이 적용되니 말이다. 좀 더 완성도 있고 온당한 작품을 위해, 또는 좀 더 효과적으로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기 위해 과거라면 불가능했을 다양한 전략이 시도되고 있다. 그 결과 실물 음반 시대의 ‘음반’ 개념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고 해도 좋겠다. 이제 음반은 업데이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마냥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아이유는 1월 싱글 ‘Celebrity’를 발표했는데, 이 곡을 3월 발매한 앨범에도 수록하면서 이전 싱글은 서비스에서 ‘삭제’됐다. 매우 많은 케이팝(K-pop) 아티스트에게서 발생하는 일이다. 사용자 처지에서는 있던 음반이 사라진 셈이다. 곡은 앨범으로 들을 수 있지만, 싱글의 커버아트나 첨부된 소개자료 등은 증발해버린다. 간혹 음반을 분명 발매했는데 무슨 사정인지 음반을 ‘삭제’하고 사라져버리는 아티스트도 있다. 사실 앞선 사례들 역시 비슷한 구석이 있다. 브레이브걸스가 과거 어떤 커버를 내놓았고 그것이 교체됐다는 사실, 어느 앨범은 두어 번에 걸쳐 발매됐다는 사실, 어떤 곡은 새롭게 녹음됐다는 사실은 삭제된다.
음원 서비스를 통해 우리는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과거 차트를 세세하게 조회하거나, 한 음반에 참여한 아티스트가 또 어떤 활동을 했는지 뒤져볼 수도 있다. 과거 음반 매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종의 아카이브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음악 관계자들은 가끔 농담처럼 “멜론에 없으면 그 아티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이 역시도 음원 서비스가 가진 신뢰성의 무게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어떤 기록을 남기고 어떤 것을 삭제할지 좀 더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스트리밍 환경 특유의 업데이트가 과거를 지우고 덮어버리기보다 맥락을 풍성하게 하는 데 쓰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