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AH-1Z 공격헬기. [사진 제공 · 미 해병대]
애리조나주 사막의 중고 항공기 4000대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항공우주 정비 및 재생 센터(AMARC). [위키피디아]
2014년 전투기 노후화 및 수량 부족 문제가 대두하자 미군 F-16 퇴역 기체를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그럼에도 중고 무기 도입은 실제로 성사되지 않았다. S-3B 바이킹은 기체 상태가 좋지 않다고 평가받아 P-8A 포세이돈을 새로 도입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중고 F-16 임대 계획은 국산 T/A-50 20대로 전력 공백을 메우는 것으로 대치됐다.
중고 도입이 특히 매력적인 무기체계는 헬기다. 항공정비업계에 따르면 헬기는 정비만 잘하면 수명이 매우 길다. 미 육군 신형 CH-47F의 시리얼 넘버를 들여다보면 1970년대 만든 기체를 손본 재생 기체가 많다. 미 해병대 주력 공격헬기 AH-1Z 역시 대부분 AH-1W(1983년 초도 비행)를 개조한 재생 기체다. 미 해병대는 AH-1Z 도입 초기 단계부터 기체 재제조(remanufacturing)에 중점을 뒀다. 2010년 발주한 AH-1Z 226대 중 신조기는 58대뿐이었다. 나머지 168대는 AH-1W를 재제조한 기체였다. 이들 헬기가 노후된 기체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경우도 거의 없었다.
주목할 만한 ‘중고매물’
미군 AH-1Z 공격헬기 내부 조종석. [군사 & 항공전자 홈페이지]
미 해병대는 우선 하와이에 주둔하는 제367해병경공격헬기비행대(HMLA-367)를 해체한다고 밝혔다. HMLA-367은 AH-1Z 헬기 18대와 UH-1Y 9대를 운용하고 있다. 미 해병대는 해당 부대의 전력을 포함해 1차 퇴역 물량 AH-1Z 27대, UH-1Y 26대를 내년까지 스크랩 처리하기로 했다. 이 기체들은 지금도 해외 수출용으로 생산하는 AH-1Z와 같은 사양이다. 게다가 AH-64E 아파치 가디언을 제외하면 세계 최정상급 성능이다. 당초 2030년대에도 사용하려던 기체라 상태도 좋다. 공격헬기를 장만하려는 한국 해병대에겐 기막힌 기회다.
‘포스 디자인 2030’ 개편 앞둔 美 해병대
과거 한국군은 ‘가성비’ 좋은 무기 도입 기회를 놓친 바 있다. 2018년 1월 미국 연방정부 공개 입찰 사이트 ‘FBO(Federal Business Opportunities)’에 해병대가 운용하던 AH-1W 슈퍼코브라 중고 매물 100대가 올라왔다.당시 한국 해병대는 항공단 창설을 앞두고 공격헬기대대 설립을 추진 중이었다. 미군은 1986~1998년 해당 기체를 180대 도입했다. 주력 무장은 아파치와 같은 헬파이어 미사일이고 전방 감시 적외선 장비(FLIR)와 야간 조준 시스템(NTS)을 탑재해 야간·악천후에도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걸프전과 이라크전에서 맹활약했다. 국내 일부 업체도 AH-1W를 구매 후 개조, 납품할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정작 군은 회의적이었다. ‘중고 기피증’으로 우수한 무기를 저렴하게 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중고 AH-1Z의 일부 핵심 부품을 교체해 해병대 항공단에 배치하면 공격헬기 도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동일 기종을 운용하는 미 해병대의 도움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한국 해병대는 이 헬기로 공격헬기 운용 인프라와 제반 교리를 정비할 수 있다. 미국은 2030년대 중반쯤 차세대 공격헬기를 개발할 전망이다. 한국군도 차세대 공격헬기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사이 징검다리로서 미 해병대 중고 헬기를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군 당국은 이번에 퇴역하는 미 해병대의 ‘베테랑’ AH-1Z 헬기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