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조영철 기자]
3월 19일 KTB투자증권 본사에서 만난 김한진 수석연구위원의 말이다. 26년 차 베테랑 증권맨인 김 연구위원은 언론사 주관 베스트 애널리스트 시상에서 최다 수상(11회) 기록을 갖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과 피데스자산운용 부사장을 거쳐 현재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으로 일한다. 그는 올해를 “주식 매매와 매도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시기”라고 전망했다. 김동환 대표와 함께 2월 5일 출간한 책 ‘주식의 시대, 투자의 자세’에서도 회의적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최근 1년간 주식시장에서 달려온 개인투자자는 올해 어떻게 숨 고르기를 해야 할까. 김 연구위원은 “지난해와 올해는 다르다”며 입을 열었다.
주식을 팔 때인가.
“적극적으로 팔 때는 아니지만 마땅한 기업이 보이지 않으면 쉬어가는 것이 맞다. 괜히 애매한 가격에 투자했다 손실을 보지 마라. 현재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2배다. 지난해 3월 0.6배였는데 많이 올랐다. 주식투자로 큰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 다만 주식시장에 거품이 꼈다고 보지는 않는다. 모든 종목이 과열된 건 아니다.”
코스피 변동 범위가 어느 정도일까.
“악재가 터졌을 때 지수가 30%는 하락할 수 있다고 본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장 큰 걱정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로금리 정책 기조를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주가 상승이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올해 코스피는 2500에서 3300 사이를 횡보할 것으로 보인다. 지수 하락 시 추가 매매가 가능한 자신 있는 종목만 슬림하게 갖고 가자.”
금융주 비중을 높여 금리인상에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최근 금융주가 너무 올랐다. 오히려 금융주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본다. 금리가 상승한다고 반드시 편안한 상황이 나타나지만은 않을 것이다. 국내 은행의 경우 상황이 낫지만 해외 은행은 주가가 많이 올랐다.”
“애플·구글 비싸지 않아”
김 연구위원은 “성장주는 물론 성격이 상이한 전통주, 소비재 관련주, 항공산업과 여행산업이 속한 대면주 모두 주가가 많이 올랐다. 올해는 기업 실적이 개선됐다는 사실만으로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다. 어닝서프라이즈(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를 보여야 주가가 오를 것”이라며 “주도주 위주로 투자하되, 30% 이상 수익을 장담할 수 있는 기업의 주식을 사라”고 조언했다.
주도주는 무엇인가.
“2년~10년 세상을 이끌어가는 기업을 말한다. 소비재주·IT주·경기순환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주도주가 있어왔다. 지금은 혁신 성장 기업이 주도주인 시대다. 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반 회사가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부유한 노인들이 주요 고객인 헬스케어나 바이오 관련 산업도 유망하다.”
메가트랜드 산업에 주목하라는 말로 들린다.
“세상 흐름에 올라타는 게 맞다. 다만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기업을 찾아야 한다. 성장주는 대체로 PER(주가수익비율)나 PBR가 높다. 당장 사지 않으면 해당 주도주를 영원히 놓칠 것 같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90% 확률로 실패한다. 나는 아무리 성장주여도 PER가 30배가 넘고 PBR가 5배가 넘으면 투자를 재고한다.”
요즘 PER 30배 이하인 기업이 없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차 떼고 포 떼면 살 만한 주도주나 성장주가 별로 없다. 외국의 경우 애플이나 구글이 아직 고평가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외에도 PER가 30배 이하인 괜찮은 기업이 많다.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걸 잘 안다. PER는 절대지표가 아니다. 시장 대비, 해외 경쟁 기업 대비 등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라.”
주도주 위주 투자의 장점은 무엇인가
“투자 종목을 줄여야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전문가는 대부분 소수 기업에 집중해 투자하기를 권한다. 여러 종목에 조금씩 투자해 소규모로 수익을 올려봤자 재산 불리기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수의 주도 기업에 확신을 갖고 투자해야 주가 변동 시에도 마인드 컨트롤이 가능해 손실을 덜 본다.”
몇 개 종목이 적당한가.
“자산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투자자는 3개 종목을 넘어가면 관리가 어렵다. 사실 확신을 갖고 투자할 만한 주도주를 3개 찾기도 힘들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지만 여러 바구니에 달걀을 담는 게 더 위험하다. 본업이 있는데 여러 기업의 분기 실적과 공시 사항, 기관과 외국인의 매매 동향을 어떻게 매일 확인하나. 주식을 방치하기 십상이다.”
진짜 주도주와 가짜 주도주를 어떻게 구별하나.
“대기업의 경우 설비투자 능력이 있는지, 비즈니스 모델이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쫓아가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뉴스만 열심히 봐도 알 수 있다. 중소형주의 경우 경영진과 대주주를 확인해야 한다. 이들의 업계 평판은 물론, 연구소장의 연구개발 성과와 특허 보유 상황 등을 봐야 한다.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에 납품한 사실이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 주식시장, 장기적으로는 어떨까.
“10년 후 코스피가 5000 이상 갈 것이다. 명목경제성장률이 10년간 5%를 유지하면 가능한 수치다. 다만 장기투자가 무조건 옳다고 생각지 않는다. 투자 기업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언제든 손절해라.”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디아지오코리아, 국내 이익 90% 이상 본사 송금
‘반도체 겨울론’ 모건스탠리, 한 달 만에 반성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