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2018년부터 마라톤을 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풀코스 완주 요령을 이같이 설명했다. 멀리 있는 목표만 보고 뛰면 금방 지치지만 자기 앞에 놓인 발을 보고 한 걸음 한 걸음 뛰다 보면 완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안 대표의 정치 행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경쟁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타격을 입었지만, 야권 승리를 위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유세 현장을 적극적으로 누비며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안 대표와 경쟁한 오 후보도 3월 29일 “진심으로 도와준다는 것이 느껴져 정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20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줄곧 정권교체를 강조해왔다. 야권 단일화 경선판을 키우면서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1야당인 국민의힘 조직력이 살아났고 오 후보가 중도 확장성을 내세우면서 초반 승기를 유지하지 못했다.
깨끗이 패배 승복 “전진은 멈추지 않아”
일각에선 단일화가 어그러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안 대표는 신속하고 깨끗하게 단일화 결과에 승복하며 후일을 기약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대표는 3월 23일 “시민 여러분의 선택을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새로운 정치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안철수의 전진은 외롭고 힘들더라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안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오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우며 권토중래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가 내년 ‘대선 전초전’ 성격이 강한 만큼 향후 야권 정계 개편 과정에서도 적잖은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이번 선거는 안 대표가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소통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고, 야권 승리를 통해 정치적으로 재기할 기반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단일화 패배 다음 날인 3월 24일 빨간 넥타이를 매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안 대표가 정치적 보폭을 넓힌 뒤 곧바로 차기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권교체를 위한 범야권 대통합을 강조한 만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차기 대선주자들과 함께 야권 후보 단일화에 다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