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30분. 하늘이 조금씩 열리면서 하늘색이 오렌지빛으로 변해간다. 고요 속에 아득하게 들려오는 새소리와 막 잠에서 깬 생물들의 기지개 소리. 어느새 타임머신을 타고 원시시대로 날아가 있다. 여기는 경남 창녕군에 있는 우포늪.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생태계의 보고, 바로 그곳이다.
우포늪이 생긴 것은 무려 1억4000만년 전. 어디에선가 공룡이 살고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태고의 숨결이 느껴진다. 특히 이른 아침에 그곳에 있다 보면 시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신비스러움만 남아,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
우포는 사시사철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봄이면 파릇파릇한 새싹의 재잘거림이 있고 여름에는 야생화가 만발한다. 가을에는 흔들리는 억새가 장관이고 겨울이면 하얀 눈이 내려 사랑스럽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슴 설레게 하는 때는 역시 여름. 끝도 없이 이어진 넓은 늪이 부드러운 파란 융단으로 뒤덮이는 여름의 우포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특별함을 선물한다. 더 늦기 전에 우포로 떠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새벽 우포에서 만나는 신비로움
우포늪에 도착하면 많은 여행자가 ‘여기 늪 맞아?’라고 반문한다. 그도 그럴 것이 늪이라고 하면,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늪이나 악어가 사는 무시무시한 곳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늪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늪은 회색빛의 어두운 이미지와 달리 생물이 살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지구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곳이다.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구실을 할 뿐 아니라 홍수나 가뭄 같은 자연재앙도 막아주기 때문이다. 우포늪은 웬만한 호수보다도 넓어 보인다. 그럼에도 호수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수심 때문이다. 수심이 6m 이상이면 호수, 이하면 늪으로 분류된다.
우포늪에는 수많은 생명이 숨 쉬고 있다. 잎의 길이만 2∼3m인 가시연꽃을 비롯해 부들, 생이가래 등 수많은 수생식물이 살고 있다. 또한 우포늪은 큰고니, 고니, 왜가리와 같은 철새들의 도래지인 데다 수서곤충, 무척추동물 등 다양한 생물이 집을 둔 곳이다. 우포에 터전을 잡은 생물만 해도 수생식물 34종, 수서곤충 35종, 조류 350종에 이른다. 우리나라 또 어느 곳에 이렇게 다양한 생명이 숨을 쉬고 있을 것인가.
우포는 창녕군의 대합면, 이방면, 유어면에 걸쳐 약 23만14000m²에 펼쳐져 있다. 우포늪은 우포와 사지포, 쪽지벌, 목포 4개의 습지로 나뉘는데, 하늘에서 본 땅이 소의 모양 같다고 해서 ‘우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목포’는 이 부근에 소나무가 많이 있어서 얻은 이름이다.
우포는 넓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길을 따라 돌아본다고 가정할 때, 자전거를 이용하면 5∼6시간, 걸어서는 13∼14시간이 소요된다. 너무나 넓기 때문에 무턱대고 걸었다가는 금세 지치기 쉽다. 그래서 우포를 여행할 때는 우포늪 생태관(www.upo.or.kr)을 찾아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우포늪 생태관은 우포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데, 늪에 사는 동식물의 표본과 모형이 전시돼 있어 우포늪을 좀더 재미있게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안내데스크에 가서 설명을 요청하면, 우포늪의 자연 생태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니 꼭 이용해보자.
대대제방에서 마주하는 황홀한 일몰
우포늪 생태관에서 예습을 마쳤다면, 본격적으로 우포늪을 돌아볼 단계다. 우포늪 생태 탐방 추천 코스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광활한 우포의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두 번째 코스를 걷기로 했다. 우포늪 생태관에서 나와 탐방로를 따라 내려가니 이태리포플러 군락이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대대제방이 나오고 왼쪽으로 가면 우포전망대로 향한다.
먼저 전망대에 올라보자. 우포늪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데다 망원경이 설치돼 있어 물닭과 백로 등 우포늪에서 쉬고 있는 여러 생물을 가깝게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다시 이태리포플러 군락으로 향한다. 또 배수장을 거쳐 좀더 가다 보면 대대제방 길에 들어서게 된다. 우포늪을 가로질러 사지포로 연결되는 제방은 과거 습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시절 경작지로 만들기 위해 쌓은 것으로, 제방을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펼쳐진 논도 한때 습지였음을 알 수 있다.
대대제방은 우포의 아름다움을 걸으면서 만끽하기에 좋은 곳이다. 제방을 따라 피어 있는 꽃과 눈앞에 펼쳐진 초록색 물풀 융단이 마음을 더없이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바쁘게 갈 필요 없다. 천천히 대대제방을 걸으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받아들여보자. 대대제방은 새들이 머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여름에는 중대백로와 왜가리 등을 볼 수 있고 겨울에는 큰기러기와 청둥오리를 찾아볼 수 있다.
우포늪 어디에 있더라도 훌륭한 노을을 볼 수 있지만, 기왕이면 대대제방에서 보는 것이 좋다. 마음에 진한 여운을 주는 황홀한 노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대대제방을 지나 사지포로 들어서면 우포와는 다른 느낌의 생태환경을 만나게 된다. 다른 늪지보다 모래가 많고 토평천으로부터 물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름철이면 사지포를 뒤덮은 물옥잠 군락을 만날 수 있다. 사지포제방을 지나 사지마을에 들어서면서 평화롭게 이어진 우포 습지 걷기는 마무리된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늪 체험 도전
걷기가 힘들다면 자전거를 타고 우포를 돌아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우포늪 생태관에서 나오면 바로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쉽게 빌려 탈 수 있다. 1인용, 2인용 자전거가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바람을 가르며 우포늪을 즐기는 것도 색다른 맛이다.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환경단체 ‘푸른우포사람들’이 운영하는 우포자연학습원(www.upoman.kr)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우포늪은 환경보호를 위해서 늪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지만, 우포자연학습원에서는 늪 체험장을 별도로 마련해놨다. 그리고 아이들의 생생한 체험학습을 위해 직접 늪에 들어가서 그곳에 사는 미꾸라지와 논우렁이 등을 잡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10월까지는 장대나무배 타기와 수생식물 관찰로 탐방, 곤충 및 물고기 체험 등으로 이뤄진 여름생태 교실을 운영해 가족 단위로 우포늪을 찾을 때 이용하면 공부와 재미를 한꺼번에 충족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포에 갈 때 잊지 말아야 할 점!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과 충분한 물을 꼭 챙겨야 한다. 게다가 우포늪 안에는 식사를 할 만한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든든하게 밥을 먹고 가거나 도시락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물론 자연생태계 보전을 위해 늪에 사는 동물을 잡거나 식물을 꺾지 않는 것은 기본. 낚시를 좋아한다고 해서 혹시 낚시를 하다 들키면 물고기 한 마리당 2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하니 주의하자.
우포늪이 생긴 것은 무려 1억4000만년 전. 어디에선가 공룡이 살고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태고의 숨결이 느껴진다. 특히 이른 아침에 그곳에 있다 보면 시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신비스러움만 남아,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
우포는 사시사철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봄이면 파릇파릇한 새싹의 재잘거림이 있고 여름에는 야생화가 만발한다. 가을에는 흔들리는 억새가 장관이고 겨울이면 하얀 눈이 내려 사랑스럽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슴 설레게 하는 때는 역시 여름. 끝도 없이 이어진 넓은 늪이 부드러운 파란 융단으로 뒤덮이는 여름의 우포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특별함을 선물한다. 더 늦기 전에 우포로 떠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새벽 우포에서 만나는 신비로움
우포늪에 도착하면 많은 여행자가 ‘여기 늪 맞아?’라고 반문한다. 그도 그럴 것이 늪이라고 하면,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늪이나 악어가 사는 무시무시한 곳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늪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늪은 회색빛의 어두운 이미지와 달리 생물이 살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지구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곳이다.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구실을 할 뿐 아니라 홍수나 가뭄 같은 자연재앙도 막아주기 때문이다. 우포늪은 웬만한 호수보다도 넓어 보인다. 그럼에도 호수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수심 때문이다. 수심이 6m 이상이면 호수, 이하면 늪으로 분류된다.
우포늪에는 수많은 생명이 숨 쉬고 있다. 잎의 길이만 2∼3m인 가시연꽃을 비롯해 부들, 생이가래 등 수많은 수생식물이 살고 있다. 또한 우포늪은 큰고니, 고니, 왜가리와 같은 철새들의 도래지인 데다 수서곤충, 무척추동물 등 다양한 생물이 집을 둔 곳이다. 우포에 터전을 잡은 생물만 해도 수생식물 34종, 수서곤충 35종, 조류 350종에 이른다. 우리나라 또 어느 곳에 이렇게 다양한 생명이 숨을 쉬고 있을 것인가.
우포는 창녕군의 대합면, 이방면, 유어면에 걸쳐 약 23만14000m²에 펼쳐져 있다. 우포늪은 우포와 사지포, 쪽지벌, 목포 4개의 습지로 나뉘는데, 하늘에서 본 땅이 소의 모양 같다고 해서 ‘우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목포’는 이 부근에 소나무가 많이 있어서 얻은 이름이다.
우포는 넓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길을 따라 돌아본다고 가정할 때, 자전거를 이용하면 5∼6시간, 걸어서는 13∼14시간이 소요된다. 너무나 넓기 때문에 무턱대고 걸었다가는 금세 지치기 쉽다. 그래서 우포를 여행할 때는 우포늪 생태관(www.upo.or.kr)을 찾아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우포늪 생태관은 우포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데, 늪에 사는 동식물의 표본과 모형이 전시돼 있어 우포늪을 좀더 재미있게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안내데스크에 가서 설명을 요청하면, 우포늪의 자연 생태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니 꼭 이용해보자.
<B>1</B> 대대제방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 <B>2</B> 신비한 멋을 풍기는 우포늪. <B>3</B> 대대제방에서 바라본 논길. <B>4</B> 우포늪으로 탐방 나온 아이들.
우포늪 생태관에서 예습을 마쳤다면, 본격적으로 우포늪을 돌아볼 단계다. 우포늪 생태 탐방 추천 코스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광활한 우포의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두 번째 코스를 걷기로 했다. 우포늪 생태관에서 나와 탐방로를 따라 내려가니 이태리포플러 군락이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대대제방이 나오고 왼쪽으로 가면 우포전망대로 향한다.
먼저 전망대에 올라보자. 우포늪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데다 망원경이 설치돼 있어 물닭과 백로 등 우포늪에서 쉬고 있는 여러 생물을 가깝게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다시 이태리포플러 군락으로 향한다. 또 배수장을 거쳐 좀더 가다 보면 대대제방 길에 들어서게 된다. 우포늪을 가로질러 사지포로 연결되는 제방은 과거 습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시절 경작지로 만들기 위해 쌓은 것으로, 제방을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펼쳐진 논도 한때 습지였음을 알 수 있다.
대대제방은 우포의 아름다움을 걸으면서 만끽하기에 좋은 곳이다. 제방을 따라 피어 있는 꽃과 눈앞에 펼쳐진 초록색 물풀 융단이 마음을 더없이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바쁘게 갈 필요 없다. 천천히 대대제방을 걸으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받아들여보자. 대대제방은 새들이 머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여름에는 중대백로와 왜가리 등을 볼 수 있고 겨울에는 큰기러기와 청둥오리를 찾아볼 수 있다.
우포늪 어디에 있더라도 훌륭한 노을을 볼 수 있지만, 기왕이면 대대제방에서 보는 것이 좋다. 마음에 진한 여운을 주는 황홀한 노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대대제방을 지나 사지포로 들어서면 우포와는 다른 느낌의 생태환경을 만나게 된다. 다른 늪지보다 모래가 많고 토평천으로부터 물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름철이면 사지포를 뒤덮은 물옥잠 군락을 만날 수 있다. 사지포제방을 지나 사지마을에 들어서면서 평화롭게 이어진 우포 습지 걷기는 마무리된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늪 체험 도전
걷기가 힘들다면 자전거를 타고 우포를 돌아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우포늪 생태관에서 나오면 바로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쉽게 빌려 탈 수 있다. 1인용, 2인용 자전거가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바람을 가르며 우포늪을 즐기는 것도 색다른 맛이다.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환경단체 ‘푸른우포사람들’이 운영하는 우포자연학습원(www.upoman.kr)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우포늪은 환경보호를 위해서 늪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지만, 우포자연학습원에서는 늪 체험장을 별도로 마련해놨다. 그리고 아이들의 생생한 체험학습을 위해 직접 늪에 들어가서 그곳에 사는 미꾸라지와 논우렁이 등을 잡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10월까지는 장대나무배 타기와 수생식물 관찰로 탐방, 곤충 및 물고기 체험 등으로 이뤄진 여름생태 교실을 운영해 가족 단위로 우포늪을 찾을 때 이용하면 공부와 재미를 한꺼번에 충족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포에 갈 때 잊지 말아야 할 점!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과 충분한 물을 꼭 챙겨야 한다. 게다가 우포늪 안에는 식사를 할 만한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든든하게 밥을 먹고 가거나 도시락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물론 자연생태계 보전을 위해 늪에 사는 동물을 잡거나 식물을 꺾지 않는 것은 기본. 낚시를 좋아한다고 해서 혹시 낚시를 하다 들키면 물고기 한 마리당 2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하니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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