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네일버프ㆍ애비너시 딕시트 지음/ 이건식 옮김/ 쌤앤파커스 펴냄/ 656쪽/ 2만5000원
불확실성의 시대, 새로운 기회를 찾고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누구나 목말라 하는 것이 전략이다. 제대로 된 전략 유무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첨예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고 어떤 행보를 할 것인가.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전반에 걸쳐 말 그대로 전략적 사고와 의사결정 능력을 갈구하는 사람은 정말로 많다.
사람들은 전략을 어떻게 정의할까. 전략이란 내게 유리하도록 상황을 변화시키는 기술이다. 상대의 수를 한 발 앞서 읽는 기술로 정의되기도 하고, 상대와의 협력가능 방법을 찾는 기술로 설명되기도 한다. 내가 원하는 바를 상대에게 관철하는 기술, 무수히 많은 정보 중 내게 유리한 정보만 골라 활용하는 기술이 또한 전략이다. 전략을 어떻게 정의하든 단순한 추론과 논리적 사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이 전략이라는 데 이론은 없다.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로 미국 경제학회장을 역임한 애비너시 딕시트와 예일대 석좌교수 배리 네일버프의 최근 공저 ‘전략의 탄생(Art of Strategy)’이 번역되어 거의 동시출간이라 할 만큼 따끈따끈하다. 저명한 전략이론가들답게 게임이론과 전략이론의 다양한 도구(평형, 추론, 선별, 협상, 경쟁, 공약과 이행, 전략적 사고, 의사결정 등)를 현장의 사례와 접목해 흥미진진한 전략 필독서를 빚어냈다.
평범한 사고의 틀을 전략적으로 바꿔놓고 저자들과 두뇌 싸움을 벌이듯 생생한 긴장감을 선물한다. 전략에 관해 현실감 있으면서도 지적이고, 유려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책을 찾던 독자라면 주목해도 좋다.
‘1만 달러만 투자하면 1년 뒤에는 5만 달러를 벌 수 있다’는 달콤하지만 확실히 믿음이 가지 않는 제안을 받는다면 어떻게 할까. 분명한 배신은 아니지만 슬금슬금 약속을 어기며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상대에게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당신에게 모든 결정권을 맡긴다며 호의를 베푸는 듯 보이는 상대의 진심은 무엇일까.
언제든 가격인하 등의 편법을 동원해 나를 공격하는 경쟁회사를 비용 들이지 않고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상대가 진짜로 거래를 그만두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려고 허풍 치는 것인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좋은 학벌과 성적, 훌륭한 매너의 소유자인 지원자가 정말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걸러낼 방법은 없을까.
몇 년째 열애 중인 상대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결혼을 미뤄 진짜 나를 사랑하는 건지 모르겠다면 어떻게 할까. 둘 중 하나가 먼저 포기하면 다른 하나는 막대한 이익을 얻는데, 둘 다 버티면 둘 다 망하고 둘 다 포기하면 투자금을 날리는 상황에서 협상을 할 수도 없다면 어떻게 할까. 전략적 사고의 출발은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예측하고 그것에 영향을 미치도록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거나 상대방의 처지에서 사유해보는 통찰에 있다.
세상에는 도덕과 윤리, 신의와 성실로 해결되지 않는 영역이 너무나 많다. 전략을 모른다면 무기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도 같다. 당신은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나. 그간 전략이라는 말이 무성했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백과사전적 정의가 아니다. 현실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고 패턴만 익히면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art)’이다.
‘전략의 탄생’은 현실에서 부딪치는 가장 첨예하고 흥미로운 상황을 모아 그 해결을 위한 사고와 행동패턴을 명료하게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대의 속임수를 내게 유리하도록 유도하며 기다리는 기술,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진정한 시그널을 포착해 상대 의도를 간파하는 기술, 상대가 무엇을 하려는지 예견해 한 발 앞서 나가는 기술,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쟁의 와중에서도 협력을 끌어내는 기술,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 기술, 수학 공식처럼 외워두었다가 내게 필요한 상황마다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이 책은 전수한다.
반신반의할 독자들에게 말한다. 필자로 하여금 서평을 이렇게 쓰게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이 책 자체가 갖고 있는 전략이 탁월하다는 방증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