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te Not, 2009
현재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리고 있는 중국 작가 성동의 전시는 한 개인의 삶은 물론 중국의 근대사를 짚어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비누, 플라스틱 병, 옷감, 신발, 가구, 대야, 단추, 잡지, 약 등 세월이 그대로 드러나는 낡은 물건들이 종류별로 정리돼 있죠. 전시장 한복판에는 다 쓰러져가는 집 한 채가 서 있습니다. 관객들은 이 모든 것이 한 개인이 일생 버리지 못하고 집에 쌓아둔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쓰레기봉투에 들어가야 마땅한 물건을 평생 모은 주인공이 바로 작가의 어머니입니다. 어릴 적부터 성동의 어머니는 근검절약을 생존의 조건으로 배웠습니다. 한 사람당 한 달에 고작 비누 반 조각이 배급되던 시절, 사람들은 손톱만큼이라도 비누가 남으면 다시 큰 비누에 녹여 붙여 조금의 낭비도 없게 했죠.
성동의 어머니는 자식들이 혹시라도 비누 걱정을 하며 살아갈까봐 사용하고 남은 비누를 모아두기 시작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강박은 비누뿐 아니라 모든 살림살이까지 악착같이 모아두는 습관으로 확대됐는데요. 이렇게 평생을 모은 물건들이 오늘날 아무 쓸모 없는 구닥다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합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실의에 빠진 어머니를 위해 성동은 어머니가 평생 모은 물건을 미술관에 진열했고, 살던 집까지 고스란히 옮겨놓았습니다.
이번 전시는 온갖 물건이 한 인간의 정체성은 물론 그 개인이 사는 국가의 정치, 사회적 정체성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보여줍니다. 또 개인의 물건이 미술관 같은 공공장소로 자리를 옮기면서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는 것도 보여주죠. 언젠가 일상에서 중요하게 쓰일 것이라는 기대로 모은 물건들이 본래의 용도와는 전혀 다른 사용처를 갖게 된 겁니다.
이뿐 아니라 작가는 어머니의 손으로 자신의 물건을 직접 전시하게 했는데요. 이는 가족 중심의 중국 문화를 잘 드러내주는 대목입니다. 또 ‘근검’의 정신으로 모아둔 물건이 다음 세대에는 부담스러운 쓰레기더미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역설적으로 보여주죠. 안타깝게도 성동의 어머니는 전시가 열린 올해 세상을 떠났는데요. 성동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내가 이렇게 물건을 모아둔 것이 결국 얼마나 쓸모 있는 일이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