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www.daum.net)을 인터넷 초기화면으로 설정해놓은 대학생 조수영(21) 씨는 요즘 컴퓨터 앞에서 지갑 열 일이 잦아졌다. 메인화면 오른쪽 상단에 1만원도 채 안 되는 스키니진, 3900원짜리 컨버스화, 드러그스토어보다 2000원쯤 싸게 파는 보디로션 등이 ‘오늘만 특가’라며 손짓하기 때문.
이 코너 바로 아래엔 ‘60~80% 세일’ ‘파격 반값’ ‘마지막 수량’ 등의 문구를 곁들인 패션 아이템 이미지가 정렬돼 있다. 패션에 관심 많은 여대생으로서는 도무지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조씨와 같은 다음 애용자라면 최근의 변화를 눈치챘을 것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 4월 메인화면 하단에 있던 쇼핑코너를 상단으로 옮기는 등 쇼핑 서비스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런 시도는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발표된 올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다음은 매출 584억원에 영업이익 115억원을 기록, 2008년 4분기 이후의 적자 행진을 중단했다. 2분기 쇼핑 부문 매출은 11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2.8%, 전년 동기 대비 211.4%나 성장했다.
다음 올 2분기 “쇼핑 덕분에 살았네”
포털업체의 주력 상품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검색광고다. 그러나 검색광고 시장은 정체 또는 축소되는 추세. 다음의 올 2분기 검색광고 매출은 277억원으로 304억원이던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시급한 포털업체들이 주목한 것이 인터넷쇼핑이다. 2000년 이후 매년 30% 가까이 성장한 인터넷쇼핑은 2006년 슈퍼마켓을 제치고 대형마트, 백화점에 이은 3대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했다. 인터넷쇼핑의 가파른 성장은 현재도 진행 중이어서 향후 1~2년 내에 백화점을 앞지를 것으로 예측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게다가 유통업은 ‘현금 장사’라 포털의 구미를 당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포털업체들은 인터넷쇼핑 덕분에 많은 수익을 올렸다. 우선 오픈마켓과 온라인쇼핑몰들은 포털의 주요 광고주다. 이들은 포털의 디스플레이 광고, 검색광고 등을 활용해 고객을 유치한다. 또 많은 사람이 포털의 가격비교 검색을 활용해 온라인쇼핑을 즐긴다. 그 결과 G마켓, 옥션 등 오픈마켓 방문자 3명 중 1명은 포털을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즉 소비자는 포털→오픈마켓→개별 판매자라는 3단계 유통과정을 거쳐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셈. 오픈마켓은 판매자에게서 판매수수료(판매가액의 7~9%)를, 포털은 오픈마켓으로부터 광고비나 판매수수료(판매가액의 2% 내외)를 거둬들임으로써 수익을 낸다(아래 그림 참조).
그런데 최근 네이버와 다음이 한 단계 진화한 쇼핑 서비스를 시작해 기존 오픈마켓 사업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네이버의 ‘체크아웃’과 다음의 ‘쇼핑원’ 서비스가 그것으로, 포털 아이디 하나로 여러 사이트에서 쇼핑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특히 네이버 체크아웃은 결제 및 배송조회 서비스까지 제공해, 네이버가 사실상 오픈마켓 구실을 시도하는 것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A, B, C 세 사이트에서 물건을 하나씩 구입하고자 한다면 각각의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해 각각 결제하고 배송조회도 각 사이트에서 따로 해야 한다. 그러나 네이버 체크아웃을 이용하면 각 사이트에 회원가입할 필요가 없다. 결제도 네이버에서 한 번만 하면 되고, 세 물건에 대한 배송조회도 네이버에서 한꺼번에 가능하다(하단 그림 참조).
한편 다음은 현재 다음 아이디 하나로 다른 사이트에서 쇼핑만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향후 배송조회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오픈마켓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결제 서비스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된 바 없다”고 다음 관계자는 밝혔다. 이런 포털의 쇼핑사업 확장에 대해 기존 오픈마켓과 인터넷쇼핑몰들은 긴장하는 한편,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이 각각 4000만명에 가까운 회원을 자사 쇼핑 사이트에 끌어들인다면 온라인 유통의 ‘중간단계’인 오픈마켓들이 배제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빅사이즈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퀸앤조이 이상묵 대표는 “포털을 통하면 오픈마켓을 거치지 않고도 많은 방문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며 포털의 쇼핑 서비스 강화에 관심을 보였다.
“정상 마진율 보장 유통구조가 더 시급”
그러나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장담(?)도 나온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쇼핑은 시장을 한 단계 확장시킬 동인(動因)이 필요한 시점인데, 포털의 사업 확장이 그런 동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온라인쇼핑은 그리 만만한 사업이 아니라 노하우가 없는 포털이 성공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확언했다.
또 다른 오픈마켓 관계자는 “CJ홈쇼핑이 전액 출자한 오픈마켓 앰플은 시장에서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철수했으며, SK텔레콤의 11번가도 1년 넘도록 마케팅 투자로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며 “오픈마켓으로 수익을 내려면 4~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엄청난 마케팅 투자를 해야 하는데, 포털이 그럴 각오가 돼 있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네이버 측은 “네이버는 체크아웃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지 않는다”며 “가맹점들이 체크아웃 덕분에 매출을 늘리게 되면 네이버에 더 많은 광고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뿐”이라며 오픈마켓 시장 진출을 부인했다. 네이버와 다음의 새로운 쇼핑 서비스 도입은 일단 낙제점인 것으로 보인다. 7월 말 선보인 네이버 체크아웃은 18개 가맹점을, 6월 중순 론칭한 다음 쇼핑원 서비스는 하나(신세계몰)의 가맹점만을 확보했을 뿐이다.
그나마 가맹점들은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위상이 상당히 미미한 업체들에 불과하다. 온라인쇼핑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G마켓,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들은 이들 서비스와 가맹 계약을 맺을 의사가 전혀 없는 상태.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가맹하는 순간 온라인쇼핑 주도권을 포털에 넘겨주는 꼴이 될 것”이라며 외면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런 포털과 오픈마켓 사이의 신경전에 대해 온라인 판매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주도권을 누가 쥐든 적정 수준의 마진율을 보장하는 건전한 온라인 유통구조 정착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쇼핑몰 솔루션 ‘카페24’를 운영하는 심플렉스인터넷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100개 쇼핑몰 운영자 중 오픈마켓을 경험한 사람이 2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많은 판매자들이 오픈마켓의 높은 판매수수료, 저가판매 강요 등을 못 이기고 ‘독립’을 시도하는 것이다. 오픈마켓을 이용하다 최근 독립 쇼핑몰을 낸 한 판매자는 “최저가여야 포털에서 노출이 되고, 오픈마켓이 저가와 무료배송을 강요하다 보니 마진율이 오픈마켓에 내는 판매수수료보다 낮은 게 현실”이라며 “오픈마켓과 포털의 주도권 싸움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외면한 채 중간상인들끼리 벌이는 다툼에 불과하다”며 씁쓸해했다.
이 코너 바로 아래엔 ‘60~80% 세일’ ‘파격 반값’ ‘마지막 수량’ 등의 문구를 곁들인 패션 아이템 이미지가 정렬돼 있다. 패션에 관심 많은 여대생으로서는 도무지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조씨와 같은 다음 애용자라면 최근의 변화를 눈치챘을 것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 4월 메인화면 하단에 있던 쇼핑코너를 상단으로 옮기는 등 쇼핑 서비스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런 시도는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발표된 올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다음은 매출 584억원에 영업이익 115억원을 기록, 2008년 4분기 이후의 적자 행진을 중단했다. 2분기 쇼핑 부문 매출은 11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2.8%, 전년 동기 대비 211.4%나 성장했다.
다음 올 2분기 “쇼핑 덕분에 살았네”
포털업체의 주력 상품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검색광고다. 그러나 검색광고 시장은 정체 또는 축소되는 추세. 다음의 올 2분기 검색광고 매출은 277억원으로 304억원이던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시급한 포털업체들이 주목한 것이 인터넷쇼핑이다. 2000년 이후 매년 30% 가까이 성장한 인터넷쇼핑은 2006년 슈퍼마켓을 제치고 대형마트, 백화점에 이은 3대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했다. 인터넷쇼핑의 가파른 성장은 현재도 진행 중이어서 향후 1~2년 내에 백화점을 앞지를 것으로 예측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게다가 유통업은 ‘현금 장사’라 포털의 구미를 당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포털업체들은 인터넷쇼핑 덕분에 많은 수익을 올렸다. 우선 오픈마켓과 온라인쇼핑몰들은 포털의 주요 광고주다. 이들은 포털의 디스플레이 광고, 검색광고 등을 활용해 고객을 유치한다. 또 많은 사람이 포털의 가격비교 검색을 활용해 온라인쇼핑을 즐긴다. 그 결과 G마켓, 옥션 등 오픈마켓 방문자 3명 중 1명은 포털을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즉 소비자는 포털→오픈마켓→개별 판매자라는 3단계 유통과정을 거쳐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셈. 오픈마켓은 판매자에게서 판매수수료(판매가액의 7~9%)를, 포털은 오픈마켓으로부터 광고비나 판매수수료(판매가액의 2% 내외)를 거둬들임으로써 수익을 낸다(아래 그림 참조).
그런데 최근 네이버와 다음이 한 단계 진화한 쇼핑 서비스를 시작해 기존 오픈마켓 사업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네이버의 ‘체크아웃’과 다음의 ‘쇼핑원’ 서비스가 그것으로, 포털 아이디 하나로 여러 사이트에서 쇼핑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특히 네이버 체크아웃은 결제 및 배송조회 서비스까지 제공해, 네이버가 사실상 오픈마켓 구실을 시도하는 것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A, B, C 세 사이트에서 물건을 하나씩 구입하고자 한다면 각각의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해 각각 결제하고 배송조회도 각 사이트에서 따로 해야 한다. 그러나 네이버 체크아웃을 이용하면 각 사이트에 회원가입할 필요가 없다. 결제도 네이버에서 한 번만 하면 되고, 세 물건에 대한 배송조회도 네이버에서 한꺼번에 가능하다(하단 그림 참조).
한편 다음은 현재 다음 아이디 하나로 다른 사이트에서 쇼핑만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향후 배송조회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오픈마켓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결제 서비스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된 바 없다”고 다음 관계자는 밝혔다. 이런 포털의 쇼핑사업 확장에 대해 기존 오픈마켓과 인터넷쇼핑몰들은 긴장하는 한편,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이 각각 4000만명에 가까운 회원을 자사 쇼핑 사이트에 끌어들인다면 온라인 유통의 ‘중간단계’인 오픈마켓들이 배제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빅사이즈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퀸앤조이 이상묵 대표는 “포털을 통하면 오픈마켓을 거치지 않고도 많은 방문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며 포털의 쇼핑 서비스 강화에 관심을 보였다.
“정상 마진율 보장 유통구조가 더 시급”
그러나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장담(?)도 나온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쇼핑은 시장을 한 단계 확장시킬 동인(動因)이 필요한 시점인데, 포털의 사업 확장이 그런 동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온라인쇼핑은 그리 만만한 사업이 아니라 노하우가 없는 포털이 성공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확언했다.
또 다른 오픈마켓 관계자는 “CJ홈쇼핑이 전액 출자한 오픈마켓 앰플은 시장에서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철수했으며, SK텔레콤의 11번가도 1년 넘도록 마케팅 투자로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며 “오픈마켓으로 수익을 내려면 4~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엄청난 마케팅 투자를 해야 하는데, 포털이 그럴 각오가 돼 있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네이버 측은 “네이버는 체크아웃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지 않는다”며 “가맹점들이 체크아웃 덕분에 매출을 늘리게 되면 네이버에 더 많은 광고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뿐”이라며 오픈마켓 시장 진출을 부인했다. 네이버와 다음의 새로운 쇼핑 서비스 도입은 일단 낙제점인 것으로 보인다. 7월 말 선보인 네이버 체크아웃은 18개 가맹점을, 6월 중순 론칭한 다음 쇼핑원 서비스는 하나(신세계몰)의 가맹점만을 확보했을 뿐이다.
그나마 가맹점들은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위상이 상당히 미미한 업체들에 불과하다. 온라인쇼핑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G마켓,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들은 이들 서비스와 가맹 계약을 맺을 의사가 전혀 없는 상태.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가맹하는 순간 온라인쇼핑 주도권을 포털에 넘겨주는 꼴이 될 것”이라며 외면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런 포털과 오픈마켓 사이의 신경전에 대해 온라인 판매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주도권을 누가 쥐든 적정 수준의 마진율을 보장하는 건전한 온라인 유통구조 정착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쇼핑몰 솔루션 ‘카페24’를 운영하는 심플렉스인터넷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100개 쇼핑몰 운영자 중 오픈마켓을 경험한 사람이 2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많은 판매자들이 오픈마켓의 높은 판매수수료, 저가판매 강요 등을 못 이기고 ‘독립’을 시도하는 것이다. 오픈마켓을 이용하다 최근 독립 쇼핑몰을 낸 한 판매자는 “최저가여야 포털에서 노출이 되고, 오픈마켓이 저가와 무료배송을 강요하다 보니 마진율이 오픈마켓에 내는 판매수수료보다 낮은 게 현실”이라며 “오픈마켓과 포털의 주도권 싸움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외면한 채 중간상인들끼리 벌이는 다툼에 불과하다”며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