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실패는 없다.’ 아랍에미리트(UAE) 회전(會戰)에서 ‘아직 날아보지도 못한’ 이탈리아의 M-346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한국산 고등훈련기 T-50이 싱가포르 혈전에서는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UAE에서 실패한 T-50이 싱가포르에서 분투하는 것은 ‘게임의 룰’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UAE는 자신들이 정해놓은 대수(48대)의 고등훈련기를 직접 사는 방식을 택했기에 구입 시점의 가격이 중요했다. 잘 알려진 대로 T-50은 마하 1.5로 비행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게다가 스웨덴 사브사(社)가 만든 ‘그리펜’ 전투기에 탑재한 F-404 엔진을 달았으니, 말만 훈련기이지 성능은 소형 전투기인 F-5보다 훨씬 뛰어나다.
농구나 배구 같은 경기에서는 체중보다는 키가 실력을 가르는 중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권투, 태권도 등 격투기에서는 체중이 체급을 나누는 요소가 된다. 전투기는 자체 무게와 엔진 추력 등에 따라 분류한다. 오른쪽 표는 T-50과 M-346의 주요 성능을 비교해놓은 것인데, 한눈에 T-50이 월등한 강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록히드마틴과 짝 이뤄 응찰
T-50은 M-346보다 체중이 무겁고, 힘(엔진 추력)이 세며, 더 많이 싣고 이륙해 더 빨리 날 수 있다. 한국의 전자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T-50에 탑재한 항공전자 장비도 M-346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M-346이 플라이급이라면 T-50은 밴텀급을 넘어 페더급쯤에 해당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아반떼보다는 쏘나타가, 쏘나타보다는 그랜저가 비싼 대신 성능과 내장재가 더 좋다. 이러한 아반떼와 쏘나타를 구입 시점에서의 단가만을 놓고 판단한다면, ‘쏘나타’(T-50)는 절대 ‘아반떼’(M-346)를 이길 수 없다. 게다가 M-346을 만드는 아에르마키사의 모그룹인 핀메카니카는 20억 달러가 넘는 산업협력을 UAE에 제공하겠다고 했으니, 2억 달러의 산업협력을 제시한 한국은 고배를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다른 룰을 만들었다. 사실 운전술을 익히는 데는 누구도 ‘쏘나타가 아반떼보다 낫다’고 단정할 수 없다. 더구나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전투기만 보유하면 됐지, 굳이 훈련기까지 보유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것은 20년 동안 ○○명의 조종사를 양성할 훈련 시스템이다”라고 못을 박았다. 이렇게 되자 미국의 양대 항공기 제작사인 록히드마틴과 보잉이 조종사 훈련회사를 만들어 응찰했다.
미국의 항공기 제작사들은 훈련기를 만들지 않으므로 록히드마틴은 공동사업자인 한국항공의 T-50과 손을 잡고, 보잉은 대안이 없으니 이탈리아의 M-346과 짝을 이뤘다. T-50은 잔고장이 적어 정비할 일이 적다. 또 더 오래 비행할 수 있으니 그렇지 못한 비행기보다 대수가 적어도 된다. 싱가포르는 두 훈련회사에 고등훈련기 대수는 알아서 결정하라고 했으므로 구입 시점의 가격이 비싸다는 T-50의 약점이 사라져버렸다.
T-50으로 50시간 훈련하면 다른 항공기로 60시간 비행한 것보다 효과가 좋다. 따라서 싱가포르가 비행시간을 규정하지 말고 조종 능력만 갖춰달라고 요구했으면, T-50은 훨씬 유리할 뻔했다. 이런 조건 속에서 두 컨소시엄은 8월 중순 최종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현재는 싱가포르 측이 궁금해하는 것을 보충 설명해주는 상태다.
싱가포르는 이 제안서를 검토해 10월 하순, 늦어도 연말까지는 최종 결정을 내리는데, 소식통들이 전하는 싱가포르의 분위기는 ‘T-50 컨소시엄의 상당한 우세’다. 대수를 정하진 않았지만 싱가포르가 필요로 하는 고등훈련기는 12~14대, 금액으로는 3억 달러 선일 것으로 추정된다.
UAE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싱가포르 시장은 2014년 계약이 이뤄질 예정인 미국 시장을 위한 교두보라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미 공군은 고급형 5세대 전투기인 F-22를 실전배치한 데 이어, 보급형 5세대 전투기인 F-35의 개발 완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보급형인 F-35가 양산되면 미 공군은 이 전투기를 몰 조종사를 대량으로 확보해야 한다.
美, 고등훈련기 350대 도입 예정
미국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국방비를 아끼기 위해 고민한다. 때문에 현재 많이 보유한 F-16 전투기를 훈련기로 개조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배(훈련기를 도입하는 비용)보다 배꼽(F-16을 훈련기로 개조하는 비용)이 더 크다’는 판단을 내리고 포기했다. 2014년 기종이 결정되면 미 공군은 2017년부터 순수 고등훈련기 350대, 전술입문기 100~150대, 훈련 시뮬레이터 45식을 도입한다.
미 국방부는 최근 이러한 내용이 담긴 의향서(LOI, Letter Of Intent)를 미국의 양대 항공기 제작사에 보냈다. 이로써 록히드마틴-한국항공의 T-50 컨소시엄과 보잉-아에르마키의 M-346 컨소시엄은 사상 최대의 한판 승부를 준비하게 됐다.
미국 대회전에서 승리한다면 T-50은 그 여세를 몰아 폴란드와 그리스 등 여타 시장도 점령해 고등훈련기 분야의 1인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UAE도 애초 계획을 번복해 T-50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UAE에서 패배한 뒤 사색이 된 T-50 관계자들의 표정엔 확실히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김칫국부터 마시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말은 극도로 아낀다.
UAE는 자신들이 정해놓은 대수(48대)의 고등훈련기를 직접 사는 방식을 택했기에 구입 시점의 가격이 중요했다. 잘 알려진 대로 T-50은 마하 1.5로 비행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게다가 스웨덴 사브사(社)가 만든 ‘그리펜’ 전투기에 탑재한 F-404 엔진을 달았으니, 말만 훈련기이지 성능은 소형 전투기인 F-5보다 훨씬 뛰어나다.
농구나 배구 같은 경기에서는 체중보다는 키가 실력을 가르는 중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권투, 태권도 등 격투기에서는 체중이 체급을 나누는 요소가 된다. 전투기는 자체 무게와 엔진 추력 등에 따라 분류한다. 오른쪽 표는 T-50과 M-346의 주요 성능을 비교해놓은 것인데, 한눈에 T-50이 월등한 강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록히드마틴과 짝 이뤄 응찰
T-50은 M-346보다 체중이 무겁고, 힘(엔진 추력)이 세며, 더 많이 싣고 이륙해 더 빨리 날 수 있다. 한국의 전자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T-50에 탑재한 항공전자 장비도 M-346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M-346이 플라이급이라면 T-50은 밴텀급을 넘어 페더급쯤에 해당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아반떼보다는 쏘나타가, 쏘나타보다는 그랜저가 비싼 대신 성능과 내장재가 더 좋다. 이러한 아반떼와 쏘나타를 구입 시점에서의 단가만을 놓고 판단한다면, ‘쏘나타’(T-50)는 절대 ‘아반떼’(M-346)를 이길 수 없다. 게다가 M-346을 만드는 아에르마키사의 모그룹인 핀메카니카는 20억 달러가 넘는 산업협력을 UAE에 제공하겠다고 했으니, 2억 달러의 산업협력을 제시한 한국은 고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싱가포르 수출에 파란불이 켜진 T-50(왼쪽 사진)과 UAE에서 T-50을 이긴 이탈리아의 M-346 고등훈련기(위).
미국의 항공기 제작사들은 훈련기를 만들지 않으므로 록히드마틴은 공동사업자인 한국항공의 T-50과 손을 잡고, 보잉은 대안이 없으니 이탈리아의 M-346과 짝을 이뤘다. T-50은 잔고장이 적어 정비할 일이 적다. 또 더 오래 비행할 수 있으니 그렇지 못한 비행기보다 대수가 적어도 된다. 싱가포르는 두 훈련회사에 고등훈련기 대수는 알아서 결정하라고 했으므로 구입 시점의 가격이 비싸다는 T-50의 약점이 사라져버렸다.
T-50으로 50시간 훈련하면 다른 항공기로 60시간 비행한 것보다 효과가 좋다. 따라서 싱가포르가 비행시간을 규정하지 말고 조종 능력만 갖춰달라고 요구했으면, T-50은 훨씬 유리할 뻔했다. 이런 조건 속에서 두 컨소시엄은 8월 중순 최종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현재는 싱가포르 측이 궁금해하는 것을 보충 설명해주는 상태다.
싱가포르는 이 제안서를 검토해 10월 하순, 늦어도 연말까지는 최종 결정을 내리는데, 소식통들이 전하는 싱가포르의 분위기는 ‘T-50 컨소시엄의 상당한 우세’다. 대수를 정하진 않았지만 싱가포르가 필요로 하는 고등훈련기는 12~14대, 금액으로는 3억 달러 선일 것으로 추정된다.
UAE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싱가포르 시장은 2014년 계약이 이뤄질 예정인 미국 시장을 위한 교두보라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미 공군은 고급형 5세대 전투기인 F-22를 실전배치한 데 이어, 보급형 5세대 전투기인 F-35의 개발 완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보급형인 F-35가 양산되면 미 공군은 이 전투기를 몰 조종사를 대량으로 확보해야 한다.
자체 무게 | 최대 이륙중량 | 엔진 추력 | 최고속도 | |
T-50 | 6481kg | 1만3445kg | 8028kg | 마하 1.5 |
M-346 | 4610kg | 9500kg | 5670kg | 마하 0.95 |
美, 고등훈련기 350대 도입 예정
미국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국방비를 아끼기 위해 고민한다. 때문에 현재 많이 보유한 F-16 전투기를 훈련기로 개조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배(훈련기를 도입하는 비용)보다 배꼽(F-16을 훈련기로 개조하는 비용)이 더 크다’는 판단을 내리고 포기했다. 2014년 기종이 결정되면 미 공군은 2017년부터 순수 고등훈련기 350대, 전술입문기 100~150대, 훈련 시뮬레이터 45식을 도입한다.
미 국방부는 최근 이러한 내용이 담긴 의향서(LOI, Letter Of Intent)를 미국의 양대 항공기 제작사에 보냈다. 이로써 록히드마틴-한국항공의 T-50 컨소시엄과 보잉-아에르마키의 M-346 컨소시엄은 사상 최대의 한판 승부를 준비하게 됐다.
미국 대회전에서 승리한다면 T-50은 그 여세를 몰아 폴란드와 그리스 등 여타 시장도 점령해 고등훈련기 분야의 1인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UAE도 애초 계획을 번복해 T-50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UAE에서 패배한 뒤 사색이 된 T-50 관계자들의 표정엔 확실히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김칫국부터 마시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말은 극도로 아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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