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빛깔의 수련꽃이 여름철 내내 피고 지는 승언1저수지. 주변에는 안면송이 울창하다.
둘째 날 06:00~07:30 안개 자욱한 수련못과 안면송 숲 산책하기→07:30~08:30 짐 정리, 식사 후 숙소 출발→08:30~09:00 꽃지-백사장 간 해안도로 드라이브→09:00~10:00 원북면 신두리 해변으로 이동→10:00~11:00 신두리 사구 지대 탐방→11:00~11:20 최근 개설된 해안도로를 이용해 소원면 의항리로 이동→11:20~ 12:30 구름포, 의항, 백리포, 천리포 등 의항리 일대 해수욕장 구경→12:30~13:30 점심식사(박속밀국낙지탕)→14:00~15:00 천일염 제조과정 관찰 및 염전 체험(문의: 소원면 모항리 중화염전 041-672-9071)→15:30~16:00 태안읍 백화산 중턱 태안마애삼존불(국보 제307호) 답사→16:40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 진입
태안 안면도를 다시 찾았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다. 너무나 빠르고 무질서하게 변해버린 지금의 안면도 풍경은 볼 때마다 씁쓸함과 실망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 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실망감을 상쇄하고도 남을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대여섯 해 전쯤에 처음 알게 된 수련못도 그 ‘뭔가’ 중 하나다.
안면읍 소재지 승언리 일대에는 세 개의 인공저수지가 있다. 그중 가장 먼저 조성된 저수지가 승언1저수지로, 간척공사로 조성된 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45년에 만들어졌다. 이 저수지가 들어선 자리는 원래 바닷가였다. 조선시대 때 안면송(安眠松)으로 배를 만들어 군량미를 실어 나르던 곳이라 해서 ‘조군막터’라고 불렸던 곳이다. 그러나 오늘날 승언1저수지는 안면도 내륙 한복판에 위치한다.
수만 평에 이르는 승언1저수지는 수면의 절반가량이 수련으로 뒤덮여 있어 ‘수련못’으로도 불린다. 수련은 대규모 군락지가 흔치 않다. 뿌리부터 꽃까지 버릴 데가 없어 농민들이 특용작물로도 재배하는 연꽃과는 달리, 사찰이나 가정집의 작은 연못에서 관상용으로만 심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언1저수지의 수련은 일단 엄청난 규모만으로도 사람들을 압도한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수련의 품종이 한자리에 다 있다. 가장 흔한 흰 꽃과 연분홍 꽃은 물론이고 보기 드문 진분홍, 빨강 등 다양한 빛깔의 수련꽃들이 끼리끼리 영역을 형성하여 피고 진다.
수만 송이 수련이 한꺼번에 꽃을 피운 장관은 5월부터 8월까지, 그것도 햇볕 좋은 날 아침부터 오후 서너 시 사이에 찾아가야 구경할 수가 있다. 수련은 날씨가 흐리거나 햇살이 약해지면 꽃잎을 닫아버리는 습성을 지닌 탓이다. 그래서 이름도 ‘잠자는 연’이라는 뜻의 수련(垂蓮)이다.
승언1저수지에는 핫도그 모양의 꽃이삭이 달리는 부들이 갈대처럼 빽빽하게 자란다. 또한 마름, 가래, 개구리밥, 달뿌리풀 등의 수초가 우거진 물가에는 잠자리, 소금쟁이, 노린재 따위의 곤충들이 헤엄치거나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간혹 수면을 미끄러지듯 헤엄치는 무자치(물뱀)도 발견된다. 그래서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충만한 어린이들에게 천혜의 자연학습장이다.
① 새벽안개가짙게 깔린 안면도자연휴양림 내의 안면송 숲. <br>② 아직도 전통방식으로 천일염을 생산하는 소원면모항리 염전지대.
안면도 기지포해수욕장의 해질녘 풍경.
천혜의 자연학습장 오감 대만족
안면암은 안면도에서 가장 큰 사찰인데, 암자 앞 천수만 바다에는 두 개의 작은 무인도가 떠 있다. 그 섬들까지는 스티로폼 부표로 만든 부교가 설치돼 있다. 밀물 때 맞춰 가면 바다에 뜬 채 출렁거리는 부교를 건너 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 안면암은 또 일출 감상포인트이기도 하다. 특히 6월경에는 두 무인도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감상할 수 있다.
섬 전체가 모래섬이나 다름없는 안면도에는 사구(砂丘·모래언덕) 지대가 많다. 특히 서쪽 해안에는 파도와 조수, 바람에 의해 약 8000~ 1만년 동안 형성된 사구가 길게 늘어서 있다. 그 길이만도 총 20여km에 이른다. 현재 자연상태의 사구를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곳은 삼봉해수욕장에서 기지포, 안면 해수욕장을 거쳐 두여해수욕장에 이르는 구간이다. 특히 기지포해수욕장에는 해안사구와 곰솔 숲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자연관찰로가 개설돼 있다. 걷기 편한 나무데크 관찰로를 따라 곰솔, 갯메꽃, 두메지치, 갯완두, 좀보리사초, 갯방풍, 해당화 등의 염생식물(鹽生植物)에 대한 안내판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어 아이들도 쉽게 보고 배울 수가 있다. 또한 바닷물이 빠져나간 모래벌판에는 숨구멍만 빠끔히 내놓은 맛조개가 지천이어서 온 가족이 직접 조개를 잡는 재미도 즐길 수 있다.
태안반도 북서쪽 원북면 신두리에도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가 남아 있다. 길이 3.4km, 폭 0.5~1.3km에 이르는 신두리 사구는 2001년에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됐다. 띠나 사초 같은 풀에 뒤덮인 신두리 일대 모래언덕에는 야생 해당화가 유달리 많아 여름철 내내 환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보존지역과 개발지역의 경계가 매우 뚜렷하다는 점도 신두리 사구 지대의 특징이다.
전체 해안선 길이 530km, 총면적 328km2에 이르는 태안해안국립공원에는 무려 31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모래해변도 있고 자갈해변도 있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백사장도, 아쿠아월드처럼 아담한 해변도 있다. 장바닥처럼 북적거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쓸쓸하리만큼 한가로운 해수욕장도 있다. 개인의 기호나 가족의 취향에 따라서 다양한 해수욕장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태안해안국립공원의 가장 큰 매력이다. 또한 안면염전, 중화염전 등과 같이 지금껏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도 있고 볏가리마을(이원면 관1리), ‘노을지는갯마을’(소원면 법산2리)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농어촌체험마을도 있다. 그러니 어떤 구성원들끼리 가도 모두 만족스러워한다. 특히 자녀들의 체험과 학습에 주안점을 두는 가족 여행객들에게는 우리나라 최고의 여행지로 꼽힐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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