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시 공무원인 허밍(34) 씨. 무주택자인 그는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내 집 마련을 서둘렀다. 얼마 전 그는 미리 들어두었던 주택부금을 종자돈으로 베이징 교외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다. 집값의 80%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마련했다.
허 씨는 앞으로 15년 동안 꼼짝없이 월급의 절반가량을 대출금 상환에 써야 한다. 꾸준히 상승하는 베이징 물가, 곧 취학하는 아이의 교육비, 연로한 부모님의 부양비 등 반토막 난 월급으로 감당해야 할 돈이 만만치 않다. “자네도 이제 방노(房奴)가 됐군” 하는 친구들의 농담이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다.
‘집의 노예’를 뜻하는 방노. 허밍 씨와 같이 가계 수입의 절반 이상을 주택 대출금 상환에 쓰는 중국 월급쟁이의 삶을 빗댄 신종 유행어다.
중국의 부동산 산업은 2000년 본격적인 시장화 궤도에 올라섰다. 중국 정부는 내수경기 활성화의 방편으로 부동산 투자를 촉진해왔다. 특히 소비자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주택담보장기대출 제도를 시행, 거주 지역에 호적(戶籍)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집값의 80%(최근 70%로 조정)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상업화에 나선 시중은행들도 주택대출 영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중국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시나(新浪)’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구매자의 95%가 은행 대출을 이용했다고 한다.
은행 대출을 받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인 한국 월급쟁이가 보면 부러운 이야기다. 하지만 중국인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중국인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2005년 10월 말 기준 전국 10대 도시 가정의 평균 수입 대비 채무 비율은 38%에 달한다. 특히 상하이, 베이징, 톈진 등 3대 도시는 44~50%로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가계 부채의 가장 큰 원인은 주택 구입. 이에 중국의 금융전문가들은 “주택대출금 상환액이 수입의 35%를 초과할 경우 생계에 압박을 받게 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3대 대도시 가정 수입의 절반 빚 갚는 데 써
중국 월급쟁이들이 살인적인 채무 압박을 무릅쓰고라도 내 집 마련에 뛰어드는 이유는 가파르게 치솟는 대도시 아파트 값 때문이다. 해마다 거듭된 중앙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에도 집값 상승은 매 분기마다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양도세 인상 등 정부의 초강경 정책으로 주춤했던 상하이 부동산 시장도 요즘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08년 올림픽을 앞둔 베이징의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상승세다. 지난해 20% 오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 17.3% 급등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열심히 저축해도 한없이 오르기만 하는 집값을 따라잡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월급쟁이들이 더 늦기 전에 빚을 내서라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정상적인 수급 구조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른바 거품 논란이다. 중국 건설부는 5월14일 대도시에서 아파트가 공급과잉되고 있다고 공식 경고했다.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집값을 올리려는 풍문일 뿐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베이징시 건설위원회가 발표한 베이징시 미판매 아파트는 전체의 60%에 달했다. 부동산업계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주택의 빈집 비율이 20%이고 오피스텔 공실률은 30%다.
정부는 공급이 충분한데도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로 건설업체의 일방적 분양가 책정과 불투명한 분양 과정을 지목했다. 중국에서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전체 물량을 한꺼번에 내놓는 것이 아니라, 보통 세 차례 이상 나눠서 분양한다. 이때 1차 분양에서 허위매매 계약 등을 통해 조기 매진을 달성, 조급해진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2차와 3차 분양에서는 분양가를 더 높게 책정한다. ‘묻어두었던’ 아파트는 전체 분양이 끝난 뒤 부동산중개소를 통해 조용히 시장에 푼다.
마침내 악덕 부동산 개발업자들에 맞서 소비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전(深土川) 등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일생을 집 노예로 살 수 없다. 아파트 불매운동을 벌여 집값을 낮추자”는 운동이 일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소비자 운동가로 알려진 저우타오 씨의 주도로 지난해 말 주창된 ‘아파트 불매운동’은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서명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집값 잡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정부 관계자들은 “현 부동산 시세는 거품이다. 조급하게 부동산을 살 필요가 없다”며 이 운동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도 이 운동을 크게 보도하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사회적 감독과 소비자 운동의 시발로 높게 평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정부는 주택공급 구조조정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안정대책을 5월29일 발표했다. 2010년까지 매년 중저가 주택(經濟適用房) 공급계획을 수립해 9월까지 공개하고, 주택 거래 시 내야 하는 양도세 면세 기준을 현행 2년에서 5년 보유로 연장, 투기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정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전문가 리우젠쥔 씨는 정부 정책의 성패는 중앙정부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건설업체, 부동산 세수로 살림을 꾸려가는 지방정부에 얼마나 강력한 의지로 맞서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면 이후 닥치는 요요현상 때문에 살이 더 찌게 마련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정부 정책의 실패는 소비자에게 ‘부동산 불패 신화’를 각인시켜 오히려 주택가격 폭등을 부추길 수 있다. 중국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조치는 방노로 전락한 서민들의 분노와 한숨을 달래줄 수 있을까.
허 씨는 앞으로 15년 동안 꼼짝없이 월급의 절반가량을 대출금 상환에 써야 한다. 꾸준히 상승하는 베이징 물가, 곧 취학하는 아이의 교육비, 연로한 부모님의 부양비 등 반토막 난 월급으로 감당해야 할 돈이 만만치 않다. “자네도 이제 방노(房奴)가 됐군” 하는 친구들의 농담이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다.
‘집의 노예’를 뜻하는 방노. 허밍 씨와 같이 가계 수입의 절반 이상을 주택 대출금 상환에 쓰는 중국 월급쟁이의 삶을 빗댄 신종 유행어다.
중국의 부동산 산업은 2000년 본격적인 시장화 궤도에 올라섰다. 중국 정부는 내수경기 활성화의 방편으로 부동산 투자를 촉진해왔다. 특히 소비자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주택담보장기대출 제도를 시행, 거주 지역에 호적(戶籍)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집값의 80%(최근 70%로 조정)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상업화에 나선 시중은행들도 주택대출 영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중국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시나(新浪)’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구매자의 95%가 은행 대출을 이용했다고 한다.
은행 대출을 받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인 한국 월급쟁이가 보면 부러운 이야기다. 하지만 중국인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중국인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2005년 10월 말 기준 전국 10대 도시 가정의 평균 수입 대비 채무 비율은 38%에 달한다. 특히 상하이, 베이징, 톈진 등 3대 도시는 44~50%로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가계 부채의 가장 큰 원인은 주택 구입. 이에 중국의 금융전문가들은 “주택대출금 상환액이 수입의 35%를 초과할 경우 생계에 압박을 받게 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3대 대도시 가정 수입의 절반 빚 갚는 데 써
중국 월급쟁이들이 살인적인 채무 압박을 무릅쓰고라도 내 집 마련에 뛰어드는 이유는 가파르게 치솟는 대도시 아파트 값 때문이다. 해마다 거듭된 중앙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에도 집값 상승은 매 분기마다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양도세 인상 등 정부의 초강경 정책으로 주춤했던 상하이 부동산 시장도 요즘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08년 올림픽을 앞둔 베이징의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상승세다. 지난해 20% 오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 17.3% 급등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열심히 저축해도 한없이 오르기만 하는 집값을 따라잡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월급쟁이들이 더 늦기 전에 빚을 내서라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정상적인 수급 구조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른바 거품 논란이다. 중국 건설부는 5월14일 대도시에서 아파트가 공급과잉되고 있다고 공식 경고했다.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집값을 올리려는 풍문일 뿐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베이징시 건설위원회가 발표한 베이징시 미판매 아파트는 전체의 60%에 달했다. 부동산업계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주택의 빈집 비율이 20%이고 오피스텔 공실률은 30%다.
정부는 공급이 충분한데도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로 건설업체의 일방적 분양가 책정과 불투명한 분양 과정을 지목했다. 중국에서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전체 물량을 한꺼번에 내놓는 것이 아니라, 보통 세 차례 이상 나눠서 분양한다. 이때 1차 분양에서 허위매매 계약 등을 통해 조기 매진을 달성, 조급해진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2차와 3차 분양에서는 분양가를 더 높게 책정한다. ‘묻어두었던’ 아파트는 전체 분양이 끝난 뒤 부동산중개소를 통해 조용히 시장에 푼다.
마침내 악덕 부동산 개발업자들에 맞서 소비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전(深土川) 등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일생을 집 노예로 살 수 없다. 아파트 불매운동을 벌여 집값을 낮추자”는 운동이 일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소비자 운동가로 알려진 저우타오 씨의 주도로 지난해 말 주창된 ‘아파트 불매운동’은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서명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집값 잡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정부 관계자들은 “현 부동산 시세는 거품이다. 조급하게 부동산을 살 필요가 없다”며 이 운동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도 이 운동을 크게 보도하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사회적 감독과 소비자 운동의 시발로 높게 평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정부는 주택공급 구조조정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안정대책을 5월29일 발표했다. 2010년까지 매년 중저가 주택(經濟適用房) 공급계획을 수립해 9월까지 공개하고, 주택 거래 시 내야 하는 양도세 면세 기준을 현행 2년에서 5년 보유로 연장, 투기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정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전문가 리우젠쥔 씨는 정부 정책의 성패는 중앙정부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건설업체, 부동산 세수로 살림을 꾸려가는 지방정부에 얼마나 강력한 의지로 맞서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면 이후 닥치는 요요현상 때문에 살이 더 찌게 마련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정부 정책의 실패는 소비자에게 ‘부동산 불패 신화’를 각인시켜 오히려 주택가격 폭등을 부추길 수 있다. 중국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조치는 방노로 전락한 서민들의 분노와 한숨을 달래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