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사랑’ 파문으로 연예계가 시끄럽다.
가수 비와 고소영의 캐스팅 실패로 제작 자체가 무산된 MBC TV 미니시리즈 ‘못된 사랑’(이유진 극본·박홍균 연출) 사례는 ‘스타 파워’와 그에 따른 폐해, 그리고 외주제작사와 방송사 간의 역학 관계 등 국내 드라마 제작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이다.
3월 중순 ‘못된 사랑’의 제작을 맡았던 ㈜DNT웍스와 MBC 측은 날벼락을 맞았다. 1월 일찌감치 출연 계약(2월 말까지 여자 주인공이 결정되지 않으면 출연 계약 자체를 파기하기로 함)을 맺었던 비가 건강을 이유로 결정을 번복했다. 이에 앞서 비의 상대역으로 거론된 고소영이 대본 수정 문제로 작가와 마찰을 일으킨 뒤 출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비의 소속사 측은 “데뷔 전에 다친 코를 수술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은 그토록 원했던(?) 고소영의 출연이 무산되자 출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측은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비와 고소영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결국 망신만 당했다.
‘스타 파워’가 드라마 제작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현상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남녀 주인공 섭외 문제로 드라마의 제작 자체가 무산된 적은 거의 없었다. 스타는 이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에 올라 있다.
2004년 말 SBS TV 드라마 스페셜 ‘홍콩 익스프레스’도 주연 연기자를 선정하지 못해 제작이 무산될 뻔했다. 당시 남자 주인공 1순위에 거론됐던 영화배우 A씨는 회당 2000만원 외에 드라마 해외 판권의 일정 비율까지 요구해 외주제작사 측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지난 1999년에서 2000년 초까지만 해도 스타급 연기자의 몸값은 미니시리즈의 경우 회당 200만원이 ‘암묵적’ 상한선이었다. 그런데 불과 5년 만에 10배가량 치솟았다. 요즘 김희선, 권상우, 고현정의 몸값은 회당 2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스타의 힘이 날로 세지고 있는 것은 수요(드라마 편수)와 공급(스타급 연기자 수)의 심한 불균형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자업자득’의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지상파 방송 3사에서 일주일 동안 쏟아내는 드라마는 20여편. 특히 방송사의 외주제작비율 상승과 위성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지상파 DMB 등 새로운 매체의 출현,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드라마 콘텐츠 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다. 하지만 공급(스타급 연기자)은 턱없이 부족하다. 어디 그뿐인가. 송승헌, 장혁, 한재석, 소지섭, 이정진 등 남자 스타들이 잇따라 입대하면서 ‘배우 기근’ 현상이 한층 심해졌다. 요즘 방송가에서는 ‘6개월 전에 스타급 연기자를 섭외하지 못하면 드라마 제작을 아예 포기하는 게 낫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스타가 곧 ‘시청률 보증수표’는 아니더라도 방송사는 스타급 연기자가 포진한 드라마를 원할 수밖에 없다. 스타가 있어야 홍보와 마케팅을 손쉽게 할 수 있는 데다 콘텐츠 해외 판매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스타급 연기자를 캐스팅하고, 저비용(적은 제작비) 고효율(높은 시청률)을 얻기 위해 방송 3사는 본사 자체 제작보다는 간접광고(PPL)가 가능한 외주제작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외주제작사 역시 스타를 앞세워야 편성권을 손쉽게 따내고 간접광고 등으로 제작비 충당과 이익을 꾀할 수 있기에 기획 단계에서부터 스타급 연기자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됐고, 결국 스타의 몸값과 힘을 잔뜩 키워준 꼴이 되고 말았다.
모 프로덕션의 대표 K씨는 “미니시리즈 1편의 제작비가 보통 1억5000만원∼2억원인데 현재 방송 3사가 우리에게 지급하는 제작비는 형편없다. SBS는 회당 7000만원, MBC는 9000만원, 그나마 KBS가 가장 나은 회당 1억원가량이다. 톱스타 한두 명, 또는 스타급 작가를 섭외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스타-간접광고-제작비 충당’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제작비 현실화가 시급하다. 그래야 ‘스타 파워’를 줄일 수 있고 견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타급 연기자 대신 참신한 신인을 과감하게 기용하면 된다’ ‘스타에 의존하기보다는 작품의 완성도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등의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이상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탄탄한 대본, 감각적인 연출력, 여기에 스타급 연기자 캐스팅까지 이룬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현재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한 ‘스타 파워’는 결코 줄어들 수 없다. 한 가지 해법은 드라마 제작 편수를 과감하게 줄이는 것이다. 아울러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 주는 제작비를 현실에 맞게 지급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가수 비와 고소영의 캐스팅 실패로 제작 자체가 무산된 MBC TV 미니시리즈 ‘못된 사랑’(이유진 극본·박홍균 연출) 사례는 ‘스타 파워’와 그에 따른 폐해, 그리고 외주제작사와 방송사 간의 역학 관계 등 국내 드라마 제작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이다.
3월 중순 ‘못된 사랑’의 제작을 맡았던 ㈜DNT웍스와 MBC 측은 날벼락을 맞았다. 1월 일찌감치 출연 계약(2월 말까지 여자 주인공이 결정되지 않으면 출연 계약 자체를 파기하기로 함)을 맺었던 비가 건강을 이유로 결정을 번복했다. 이에 앞서 비의 상대역으로 거론된 고소영이 대본 수정 문제로 작가와 마찰을 일으킨 뒤 출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비의 소속사 측은 “데뷔 전에 다친 코를 수술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은 그토록 원했던(?) 고소영의 출연이 무산되자 출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측은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비와 고소영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결국 망신만 당했다.
‘스타 파워’가 드라마 제작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현상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남녀 주인공 섭외 문제로 드라마의 제작 자체가 무산된 적은 거의 없었다. 스타는 이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에 올라 있다.
2004년 말 SBS TV 드라마 스페셜 ‘홍콩 익스프레스’도 주연 연기자를 선정하지 못해 제작이 무산될 뻔했다. 당시 남자 주인공 1순위에 거론됐던 영화배우 A씨는 회당 2000만원 외에 드라마 해외 판권의 일정 비율까지 요구해 외주제작사 측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지난 1999년에서 2000년 초까지만 해도 스타급 연기자의 몸값은 미니시리즈의 경우 회당 200만원이 ‘암묵적’ 상한선이었다. 그런데 불과 5년 만에 10배가량 치솟았다. 요즘 김희선, 권상우, 고현정의 몸값은 회당 2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스타의 힘이 날로 세지고 있는 것은 수요(드라마 편수)와 공급(스타급 연기자 수)의 심한 불균형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자업자득’의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지상파 방송 3사에서 일주일 동안 쏟아내는 드라마는 20여편. 특히 방송사의 외주제작비율 상승과 위성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지상파 DMB 등 새로운 매체의 출현,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드라마 콘텐츠 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다. 하지만 공급(스타급 연기자)은 턱없이 부족하다. 어디 그뿐인가. 송승헌, 장혁, 한재석, 소지섭, 이정진 등 남자 스타들이 잇따라 입대하면서 ‘배우 기근’ 현상이 한층 심해졌다. 요즘 방송가에서는 ‘6개월 전에 스타급 연기자를 섭외하지 못하면 드라마 제작을 아예 포기하는 게 낫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스타가 곧 ‘시청률 보증수표’는 아니더라도 방송사는 스타급 연기자가 포진한 드라마를 원할 수밖에 없다. 스타가 있어야 홍보와 마케팅을 손쉽게 할 수 있는 데다 콘텐츠 해외 판매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스타급 연기자를 캐스팅하고, 저비용(적은 제작비) 고효율(높은 시청률)을 얻기 위해 방송 3사는 본사 자체 제작보다는 간접광고(PPL)가 가능한 외주제작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외주제작사 역시 스타를 앞세워야 편성권을 손쉽게 따내고 간접광고 등으로 제작비 충당과 이익을 꾀할 수 있기에 기획 단계에서부터 스타급 연기자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됐고, 결국 스타의 몸값과 힘을 잔뜩 키워준 꼴이 되고 말았다.
모 프로덕션의 대표 K씨는 “미니시리즈 1편의 제작비가 보통 1억5000만원∼2억원인데 현재 방송 3사가 우리에게 지급하는 제작비는 형편없다. SBS는 회당 7000만원, MBC는 9000만원, 그나마 KBS가 가장 나은 회당 1억원가량이다. 톱스타 한두 명, 또는 스타급 작가를 섭외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스타-간접광고-제작비 충당’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제작비 현실화가 시급하다. 그래야 ‘스타 파워’를 줄일 수 있고 견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타급 연기자 대신 참신한 신인을 과감하게 기용하면 된다’ ‘스타에 의존하기보다는 작품의 완성도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등의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이상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탄탄한 대본, 감각적인 연출력, 여기에 스타급 연기자 캐스팅까지 이룬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현재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한 ‘스타 파워’는 결코 줄어들 수 없다. 한 가지 해법은 드라마 제작 편수를 과감하게 줄이는 것이다. 아울러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 주는 제작비를 현실에 맞게 지급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