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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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용퇴가 올림픽 유치 열쇠”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IOC 위원직 구명 로비에 다른 위원들 큰 부담 … 평창에 등 돌릴 수도”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5-04-08 0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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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운용 용퇴가 올림픽 유치 열쇠”
    한국 체육계 개혁’이란 화두를 들고 등장한 김정길 대한체육회 회장이 ‘김운용 딜레마’에 빠졌다. 체육단체 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2년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인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과 가족들이 최근 법무부와 자크 로게 IOC 위원장에게 서신을 보내 구명 로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법무부에 보낸 서신에서 “나를 석방시켜 주면 퇴출 위기에 빠진 태권도 구제에 앞장서고 동계올림픽의 강원 평창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30여년 쌓아놓은 김운용 인맥을 통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활동에 나서겠다는 것. 물론 그러면서 위기에 빠진 자신의 처지를 반전시키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그러나 IOC 위원들의 사정은 그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듯하다. 체육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이 과거 잘나가던 때만 생각하고 있다는 인식이 IOC 위원들 사이에 강하다는 것.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횡령 혐의에 대해 검찰이 압박해 IOC 위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전달한 자금의 영수증을 보내달라”고 요구, IOC 위원들한테서 심한 반발을 샀다. IOC는 김 부위원장이 스스로 로비 행위를 인정한 것으로 간주, 제명 결정을 내렸다. 대한체육회 주변에서도 김 부위원장의 이런 구명 활동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할 가능성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정길 회장은 4월1일 서울 잠실 대한체육회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김 부위원장이 (사퇴) 결단을 내리는 것이 오히려 2014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에 유리하다”고 말해 김 부위원장의 역할설을 일축했다. 김 회장은 “한국 스포츠계에 미친 김 부위원장의 영향력은 인정하지만 과거와 같은 몫을 할 수 있겠느냐”며 사실상 김 부위원장의 시대가 끝났음을 시사했다.

    -취임한 지 1달이 넘었는데 체육회 업무는 어느 정도 파악했나.

    “지난 수십년간 세상은 열두 번도 더 바뀌었는데, 체육회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30~40년 전 조직이 그대로 굴러가고 있고, 그때 설정했던 업무, 이를테면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 전국체전과 가맹단체 지원 등이 업무의 전부이다시피 하다. 긴장감이 없고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 스포츠 산업, 스포츠 과학, 마케팅, 홍보 등에 대한 기본 인식도 마인드도 없다. 21세기는 일반 외교 이상으로 스포츠 외교가 중요하다. 한국은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이지만, 체육회는 이를 뒷받침하려는 노력과 인식이 부족했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다.”



    -체육회의 글로벌화는 어디서부터 출발하나.

    “인사다. 글로벌화에 걸맞은 사람을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할 계획이다. IOC 권장사항인 여성 20%의 집행부(회장단) 선출과 선수 출신 임원 배려, 연령별 비율 등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래야 IOC에 다른 요구를 할 수 있다. 필요할 경우 과감한 구조조정 계획도 갖고 있다. 일 안 하는 사람은 보직을 박탈하라고 지시했다.”

    “김운용 용퇴가 올림픽 유치 열쇠”

    김정길 신임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가운데)이 3월3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취임식장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김 회장의 인사를 놓고 혁신이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내 사람 심기라는 부정적 시각이 교차한다.

    “어느 조직이든 인사는 어렵다. 이번 인사는 철저하게 공모 원칙을 지켰고 심사위원들의 객관적 판단에 따른 인사였다. 업무 추진력, 지도력, 국제화 정도 등이 판단 기준이었다. 오죽하면 이번 선거 때 나를 도왔던 지인들이 서류심사에 탈락, ‘잘 먹고 잘 살아라’며 내 곁을 떠났겠는가.”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가능성은.

    “낙관할 수 없다. 지난번 2010 동계올림픽 유치 때 3표차로 분패했으니 이번에는 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하면 또 실패하기 십상이다.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의 관건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7월 IOC의 싱가포르 총회에서 하계올림픽 개최지가 파리나 런던으로 결정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럴 경우 동계올림픽은 아시아권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는 김운용 IOC 부위원장 거취 문제와 직결된다. 김 부위원장은 현재 IOC로부터 제명 결의를 받은 상태다. 이 문제가 아무런 파문 없이 잘 수습돼야 2014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가 가능하다. 김 부위원장의 거취 및 구명 활동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핵심 쟁점으로 등장하면 동계올림픽 유치는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파문 없는 수습’이란 김 부위원장의 IOC 위원직 자진 사퇴를 의미하는가.

    “개인 문제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순리에 맞지 않다. 그렇지만 김 부위원장은 이 문제의 해법이 무엇인지, 어떤 판단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익에 장애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나는 그분의 상식을 믿는다.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IOC 싱가포르 총회에서 김 부위원장이 제명될 가능성이 높다. 김 부위원장의 따님이 로게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고 하는 것이 솔직히 우리로서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김 부위원장이 계속 이런 식으로 구명활동을 하면 IOC 위원들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분이 결단을 내리는 것이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에 유리하다. 깔끔하게 처리돼야 한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은 최근 서신을 통해 ‘IOC의 소명 기회를 통해 제명 결의가 철회되면 2014 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김 부위원장은 스포츠계에 과소평가할 수 없는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 업적을 충분히 인정한다. 그렇지만 김 부위원장이 활동하던 때와 지금은 IOC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로게 위원장 등장 후 IOC에도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스포츠계에 미친 김 부위원장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소명을 한다고 해서 (IOC 위원직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설사 유지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퇴출되는 불상사를 막겠다는 얘기도 했다.

    “특정 종목이 올림픽 경기로 채택되기도 어렵지만 반대로 퇴출되는 것도 그만큼 힘들다. 태권도는 그동안 예산 및 인사, 경기 진행 등과 관련한 투명성 확보에 주력, 글로벌 스탠더드를 실현하고 있다. IOC는 이런 ‘태권도’의 변화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정인이 없다고 퇴출되고, 반대로 특정인이 있다고 해서 퇴출될 종목이 하루아침에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체육 예산을 국가 예산의 1%(1조3000억)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잘 추진되고 있나.

    “당장 하자는 것은 아니다. 10년 이상 걸려 점차적으로 증대시켜나가겠다는 것이다. 이해찬 총리와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등을 만나 의사를 타진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북한 방문 계획을 밝히기도 했는데.

    “올림픽 단일팀 성사를 위해 남-북한 최고 통수권자들의 정치적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

    -4월13일 로게 위원장을 만날 예정인데 현안은.

    “21014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와 김운용 부위원장 처리 문제, 그리고 2008년 남-북단일팀 구성과 태권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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