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킴볼 지음/ 김승욱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336쪽/ 1만4000원
찰스 킴볼은 ‘종교가 사악해질 때’를 통해 종교가 어떻게 하면 건강성을 유지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힘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답을 풀어냈다.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종교는 색깔과 형태를 달리한다. 그러나 뚜렷이 구분되는 세계관과 나름대로의 진리를 주장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인다. 출생과 성장, 결혼, 그리고 죽음 같은 인간의 삶의 단계들을 기념하는 비슷한 의식을 보인다. 따지고 보면 ‘뿌리는 같고 줄기만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종교적 성향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의미와 희망을 발견한다. 종교의 기원과 핵심적인 가르침이 숭고한 것이라 해도, 그 이상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다. 신자들이 종교 지도자와 교리, 그리고 자신들의 제도화된 종교를 지키겠다는 욕구를 위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경우가 너무 많다. 종교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개인의 견해가 무엇이든, 이런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종교는 헌신을 밑바탕으로 하여 편협한 이기심을 뛰어넘어 고귀한 가치와 진리를 추구한다. 그래서 종교는 사랑과 자기 희생, 그리고 타인에 대한 봉사 등으로 상징된다. 그러나 인류 역사상 종교라는 이름으로 치러진 전쟁이 더 많고, 종교의 이름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더 많으며, 요즘 종교의 이름으로 더 많은 악행이 저질러지고 있다는 말 또한 진실이다. 이는 종교가 자기 위치를 망각함으로써 저지르는 패악으로 ‘종교 타락’의 한 모습일 것이다.
일은 벌어지기 전에 징후를 드러낸다. 저자는 다섯 가지로 종교 타락을 정리한다.
첫 번째가 절대적인 진리 주장이다. 진리에 대한 주장은 종교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다. 그러나 특정한 해석이 절대적인 진리로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면, 선한 의도를 지닌 사람들도 궁지에 몰리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것이 곧 파괴적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두 번째는 맹목적인 복종이다. 이것은 종교가 타락했다는 확실한 징후다. 자유와 개성을 제한하고 카리스마적인 교주의 권위에 매달려 교리의 노예가 되면, 종교는 쉽사리 폭력과 파괴의 온상으로 돌변한다.
세 번째는 ‘이상적인 시대’를 건설하려는 생각이다. 국가의 모습을 편협하게 생각해 자신들이 신의 대리인으로서 신정을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위험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종교는 쉽게 타락한다.
네 번째는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경우다. 특정한 목적이나 목표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떠받들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인간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은 의심해봐야 한다.
다섯 번째는 성전(聖戰)을 선포하는 것이다. 어느 종교든 전쟁을 명시하지 않는다. 성전은 막다른 길에서 무모하게 질주하는 것과 같다. 건전한 종교는 전쟁이 아니라 정의로운 평화를 약속하고 실천한다.
이 다섯 가지 징후가 나타나면 종교의 이름으로 사악한 행동들이 자행된다. 저자는 “진정한 신자든 고집 센 무신론자든 종교가 언제 사악해지는지를 아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종교가 진정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힘이 될 수 있는지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종교도 이런 타락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각 종교는 자신의 지혜와 전통 안에서 이런 타락 현상을 찾아내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과 수단을 갖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일깨워준다.
Tips.
찰스 킴볼
웨이크포리스트 대학의 종교학 교수이자 종교학과장이다. 침례교 목사로 서품받았으며, 하버드 대학에서 이슬람 연구로 비교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동 문제에 관한 강연을 많이 하며, 중동 전문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