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에 다시 자금이 몰리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증권시장에서의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포괄적 일임매매를 선호하기도 한다. 기업 공시제도가 아무리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정보를 알기 어렵고, 고도의 분석력과 정보 수집력을 요하는 고급 정보들은 증권회사에 편중돼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는 직접 주식투자를 하는 것보다 전문가에게 매매의 종류 및 종목별 수량, 가격 결정 등을 일임하는 편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포괄적 일임매매의 경우 증권회사에 광범위한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에, 본인인 투자자와 대리인인 증권회사 사이에 이해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증권회사는 수수료 수입을 위해 투자자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잦은 거래를 할 수 있고(과당매매), 증권회사 또는 증권회사 직원이 보유한 주식을 고가로 투자자에게 떠넘길 수도 있으며, 증권회사가 인수한 주식 중 팔리지 않는 것을 투자자의 자금으로 매입할 수도 있다.
현행 증권거래법에서는 이러한 위험을 막기 위해 원칙적으로 포괄적 일임매매를 허용하지 않고, 일임매매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고객은 증권회사에 유가증권의 수량·가격·매매 시기에 한하여 일임할 수 있을 뿐, 유가증권의 종류(주식, 채권, 주가지수선물·옵션)·종목(A주식, B주식)·매매 구분(매도, 매수)·매매 방법은 일임할 수 없다. 또 이러한 제한된 일임도 10종목 이내에서 가능하고, 계약 기간도 1년 이내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실제론 증권거래법이 정하는 제한적인 형태의 일임매매는 찾아보기 힘든 반면, 포괄적인 일임매매는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 포괄적 일임매매 자체가 전문가의 지식을 이용하여 더 많은 수익을 올리려는 고객의 수요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랩어카운트(Wrap account·증권회사에서 운용하는 종합자산관리 방식의 상품)를 이용하는 경우 포괄적 일임매매와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이는 예탁할 재산이 많은 투자자가 아니면 이용하기 쉽지 않다.
포괄적 일임매매를 한 증권회사의 직원은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으나, 이를 요구한 고객은 처벌받지 않도록 되어 있다. 사법당국도 이러한 불균형과 관행을 고려할 때 일임매매 제한 규정 위반행위에 대해 엄하게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법원은 민사적 손해배상과 관련된 사건에서 포괄적 일임매매의 유효성을 이미 여러 차례 인정한 바 있다.
따라서 사실상 일임매매 제한 규정은 본래의 규제 목적을 거의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행 증권업계의 관행 및 규제의 효율성 면에서 보자면, 포괄적 일임매매를 전면 금지하는 방식의 규제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규제의 실패를 인식하고 금융 선진국의 예에 따라 새로운 규제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영국, 홍콩 등 우리나라보다 증권시장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포괄적 일임매매를 허용하되, 그 폐해를 줄이기 위해 증권회사 자체의 자율규제 의무를 강화하고, 이해충돌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현행 증권거래법의 일임매매 관련 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포괄적 일임매매를 허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감독원의 이러한 방침은 대부분의 증권회사 직원을 범법자로 의율(擬律)할 수 있는 비현실적 규제를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투명성 및 증권 전문가의 윤리성 측면에서 볼 때 아직 우려할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포괄적 일임매매를 허용하기에 앞서, 정부와 증권업계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포괄적 일임매매의 허용이 초래할 수 있는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대해 더욱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김 도 요/법무법인 지평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