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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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과 무성의 쇼크…확 깬다 깨

  • 듀나/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4-06-17 18: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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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한국 호러영화 시즌이 시작되었다. 올 시즌의 문을 여는 작품은 6월11일에 개봉된 유상곤 감독의 ‘페이스’와 18일에 개봉되는 김태경 감독의 ‘령’이다. 유감스럽게도 올 여름 한국 호러영화의 시작은 상당히 안 좋다. 설정만 따진다면 ‘페이스’와 ‘령’은 모두 기대할 만한 작품들이다. 먼저 ‘페이스’는 얼굴을 되살려내는 일, 즉 복안이라는 특이한 소재의 덕을 본다. 최첨단 법의학 스릴러와 전통적인 귀신 이야기의 결합은 분명히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령’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죽은 친구의 유령에게 쫓기면서 과거의 진상을 파헤친다는 줄거리인데, 이 설정 역시 아주 새롭지는 않다고 해도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어들일 만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두 영화 모두 관객들이 품고 있었을 법한 최소한의 기대마저도 저버린다. 영화를 보다 보면 당황스럽기까지 한데 설정이 좋은 영화들이 모두 수작이 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이들이 저지른 계산 착오는 결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표절과 무성의 쇼크…확 깬다 깨
    가장 먼저 눈에 거슬리는 점은 이들 영화가 모두 ‘반전’을 노리는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반전에 영화의 무게를 싣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두 영화가 반전이라고 내세우는 것들은 (모두 ‘누가 귀신일까?’라는 간단한 질문과 연결되어 있다) 호러영화나 추리물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앞부분의 시놉시스만 읽어도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발각되기 쉽다. 당연히 반전을 보조할 무언가가 따라주어야 하는데, 영화는 처음부터 그 간단한 사실을 무시해버린다. 결국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관객들은 맥이 빠지고 만다. 이런 맥빠지게 하는 반전들이 더욱 불쾌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영화들이 반전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최소한의 기본기도 갖추지 못한다는 데 있다. 영화들은 일련의 쇼크 장면들을 중간중간에 끼워넣으면서 호러영화의 의무를 다하려고 하는데, 그 장면들은 짜증날 정도로 무성의하다. 리듬감도, 긴장감도 없이 그냥 장면들만 ‘무섭게’ 처리해서 내놓는 것이다. 물론 코미디나 멜로드라마와 같은 이질적인 요소들이 호러영화의 관습에 끼어들 때는 사태가 더욱 심각해진다.

    표절과 무성의 쇼크…확 깬다 깨
    더 실망스러운 건 그들이 쇼크 장면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모두 나가타 히데오의 ‘링’을 성의 없이 표절한 것이라는 점이다. ‘페이스’와 ‘령’의 감독들이 서로 약속한 것도 아닐 텐데, 모두 각자의 영화에 사다코의 눈알 돌리기 장면을 그대로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과 담 쌓고 있다 막 세상 밖으로 나온 관객이 아닌 이상 노골적인 표절에 기막혀 할 건 뻔한 일인데도! ‘페이스’와 ‘령’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그건 한 장르가 인기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유행을 좇듯 따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호러영화는 결코 만만한 장르가 아니다. 어느 정도 평이한 테크닉과 경험 많은 배우들에게 무게의 일부를 의탁할 수 있는 멜로드라마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을 통제할 수 있는 감독의 노련함이 필수적이다. ‘페이스’와 ‘령’은 그 간단한 상식도 없이 일을 벌일 경우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서글픈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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