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의 성공에 힘입은 화이자의 CEO(최고경영자) 헨리 매키넬은 2003년 6월 “늦어도 5년 안에 여성용 비아그라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자신 있게 공언했다. 그러나 파란색의 남성용 비아그라에 빗대어 가칭 ‘핑크 비아그라’로 명명한 여성용 비아그라가 개발됐을 때 화이자는 약효에 실망해 여성용 비아그라 개발의 중단을 선언했고, 판매허가 신청도 포기했다. 이로써 화이자의 여성용 성기능 개선제 개발은 실패로 일단락됐다.
6월4일 이스라엘의 일간지 ‘마아리브’는 거대 다국적 제약사가 실패한 여성 성기능 개선제 개발에 이스라엘의 한 의사가 성공했다는 내용을 특집으로 독점 보도했다. 제품의 이름은 ‘쉬아그라’. 비아그라에 여성 대명사 ‘She’를 붙여 만든 이름으로 5월 중순 이스라엘 보건부에서 판매허가를 받아 시장에 선보인 제품이다.
일간지 ‘마아리브’ 독점 보도
이스라엘 일간지 ‘마아리브’에 게재된 ‘쉬아그라’ 특집 기사.
쉬아그라는 성욕과 섹스시 만족도를 높여주어 성욕 감퇴나 불감증이 있는 여성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셰메르 박사는 80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한 결과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했던 여성이 오르가슴에 도달한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비아그라와의 차이는 비아그라가 화학약품인 데 반해 쉬아그라는 천연재료로 만들어진 건강보조식품이란 점이다. 셰메르 박사는 세계 도처에서 재배되고 각기 다른 계절에 채집한 각종 식물의 뿌리, 잎, 꽃 등을 원료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제품에 표기된 성분 표시에 따르면 매그놀리아(목련류)의 꽃, 견과류의 씨, 리찌, 오르가노, 사프란, 심황(카레의 원료), 호로파(콩과 식물) 등이 주요 원료다.
셰메르 박사는 부작용에 대한 질문에 “천연재료라고 해서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쉬아그라도 홍조, 두통, 가슴통증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있지만 비아그라에 비하면 매우 경미하다”고 주장했다. 복용법도 간단해 식후 2시간, 섹스 30분 전에 복용하면 1시간에서 2시간에 걸쳐 효과가 지속되고 알약 형태로 되어 있는 약을 물 대신 약간의 포도주와 복용하면 더욱 효과가 있다고 한다.
기사를 취재한 ‘마아리브’의 여기자는 약의 효능과 관련해 기자 자신과 다른 사람의 체험담을 기사화하면서 “나는 유두가 근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27살의 한 체험자는 “몸이 녹초가 된 느낌이어서 오히려 성욕이 감퇴했다”며 “결코 돈을 주고 이 약을 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1살의 한 여성은 “특별한 느낌을 받지 못했지만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애액(愛液)이 분비됐다”고 밝혔다. 피트니스 센터의 강사로 일하는 26살의 여성은 매우 만족했으나 “약리작용이기보다 심리적인 효과인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2명의 자녀를 둔 45살의 주부는 평소보다 만족스러웠으나 섹스와 상관없이 기분이 좋아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성기능 개선제가 아니라 기분 전환제로 판매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33살의 주부는 “나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오히려 남편이 혼자 흥분했다. 다음번에는 남편에게 쉬아그라를 먹었다고 하고 두통약을 먹겠다”고 말했다.
성에 대해 보수적인 이슬람 여성에게 ‘쉬아그라’가 통할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마아리브’의 요청으로 셰메르 박사의 ‘쉬아그라 프로젝트’를 검토한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부인과 과장(이스라엘은 여자에게도 군복무 의무가 있기 때문에 군에 부인과가 있다)을 지낸 아비샤이 야코보비치 박사는 “비아그라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고 전제한 뒤 쉬아그라의 성공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쉬아그라는 클리토리스를 팽창시켜 주변 신경을 자극하는데, 셰메르 박사는 그 작용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뇌신경을 자극해 특정 부위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는 듯하다”는 게 그의 의학적 소견이다.
한 알에 우리 돈 약 2만4000원
쉬아그라의 판매 책임자인 로니 한(왼쪽)과 개발자 아브네르 셰메르 박사.
이스라엘에서 비아그라의 1정당 가격은 80세켈, 우리 돈으로 약 2만4000원. 쉬아그라의 최소 포장 단위인 5정 가격은 299세켈로 1정당 약 60세켈, 우리 돈으로 1만8000원이다. 한국보다 비싼 이스라엘의 물가를 고려해도 결코 싼값이 아니다. 소비자에게 이 정도 가격을 지불하게 하려면 확실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쉬아그라의 효능이 입증된다면 판매시장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전 세계로 확대된다.
로니 한은 “몽고에서부터 아칸소(미국)까지 온 세계 여성이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다닐 것”이라고 자신한다. 로니 한의 이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아랍인 사업 조언자한테서 성에 대해 보수적인 이슬람 여성에게조차 ‘통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슬람 교도가 대부분인 터키나 그루지야로의 수출협상이 진행 중인 배경이기도 하다.
쉬아그라의 효능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판매가 허가된 이유는 의약품과 달리 엄격한 임상실험 결과를 요구하지 않는 건강보조식품이기 때문이다. 효능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조잡한 건강보조식품이 판을 치는 시장에 하나를 더하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신력 있는 의사가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시장에 내놓았다는 점에서 다른 제품들과 차별성을 보이는 듯도 하다. 쉬아그라의 효능이 입증돼 비아그라에 비견할 만한 일대 혁명을 가져올지, 그래서 정말 ‘다이아몬드를 낳는 거위’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