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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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 동업 ‘샌드위치’로 성공하기

사업 워밍업 김밥집 성공 후 정리 … ‘맛은 최상 가격은 중급’ 샌드위치 틈새 공략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4-06-17 1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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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여자 동업 ‘샌드위치’로 성공하기

    연희동의 샌드위치 전문점 \'까페도우\'의 세 주인, 조현주 정미자 황혜정씨(왼쪽부터).

    먹고살기 힘든 요즘, 적은 자본으로 창업에 나서 눈에 번쩍 띄는 성공을 거둔 세 여성이 있다. 황혜정, 조현주, 정미자씨. 서울 연희동에서 프리미엄 샌드위치 전문점 ‘카페 도우’를 운영하는 이들은 서른여섯 동갑내기다. 정씨만 기혼. 서울여상 동기동창생인 이들은 고교 졸업 후 나란히 동양그룹 계열 금융사에 입사, 10년간 근속했다. 셋 다 노조활동에 열심이었고 스쿠버다이빙 등 야외 스포츠를 즐기는 취향까지 똑같았다.

    동양그룹 퇴사 후 투자전문사(조), 벤처캐피탈(정), 뉴질랜드 유학(황) 등 각각 다른 길을 택해 흩어졌던 이들은 ‘40대 이후의 큰 꿈’을 위해 지금 한솥밥을 먹고 있다. 먼저 창업을 결심한 이는 조씨와 정씨. 2002년 3월, 1년 뒤 시작을 목표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레저, 엔터테인먼트 등 두 사람의 평소 관심사와 연결 가능한 아이템을 찾았다. 자연스레 ‘피크닉’이라는 주제가 떠올랐고, 다시 ‘밖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범위를 좁혔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김밥. 샌드위치 전문점에 더 욕심이 갔지만 ‘3000원 이하 삼각 샌드위치’와 ‘1만원대가 넘는 레스토랑 샌드위치’로 양분된 시장에서 적절한 포지션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먼저 김밥집으로 승부하고, 성공할 경우 이를 발판 삼아 고품격 샌드위치점에 도전하기로 했다.

    각자 장점·인맥 결합 ‘시너지 효과’

    점포 찾기에 나선 두 사람은 서울 마포구 공덕로터리 부근에서 맘에 꼭 맞는 곳을 발견했다. 효성빌딩 뒤 2차선 도로 한 켠, 빌딩 완공 후 3년 동안이나 비어 있었다는 가게는 김밥 전문점을 위한 ‘천하의 명당’처럼 보였다.



    “창업 서적에 나와 있는 그대로였어요. 지하철 환승역 부근,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고 바로 옆은 교회, 뒤는 삼성아파트, 앞쪽은 사무실 밀집지고요. 게다가 대성학원이 건물 3개층을 쓰고 있었거든요. 유동인구가 엄청난 거죠.”

    세 여자 동업 ‘샌드위치’로 성공하기

    ‘카페 도우’의 샌드위치는 일급 호텔 샌드위치가 무색할 만큼 신선하고 고급스럽다.

    두 사람의 창업자금은 5000만원. 각기 2500만원씩을 부담했다. 권리금 없이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70만원에 점포 계약을 마친 후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6.5평에 불과한 좁은 공간을 100% 활용하고 서빙 라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ㄷ자형 바를 짜넣었다. 한 명은 서빙을 담당하고, 다른 한 명은 김밥을 싸기로 했다. 상호 ‘樂&roll 즐거운 김밥’은 직장 동료의 아이디어였다. 두 사람은 이를 곧바로 상표등록했다.

    “인테리어의 핵심은 ‘분식집’이 아니라 ‘일식집’ 분위기가 나야 한다는 거였어요. 음식 가짓수도 다섯 종류의 김밥 한 가지로 국한했죠. 분위기는 격조 있게 가되, 값은 1000~2000원으로 최대한 싸게 정했습니다.”

    막상 동업을 한다 하자 주변의 반대가 거셌다. “동업은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문서를 만들어 교환했다. ‘1년간은 어떠한 사유로라도 동업을 해지할 수 없다’ ‘투자도 이익도 리스크도 n분의 1로 나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 원칙은 여전히 유효해, 동업자가 셋이 된 지금도 가게 운영은 철저히 문서화한 규칙과 시스템에 따르고 있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건 신뢰예요. 저희는 아직 심각한 의견 충돌을 겪은 적이 없어요. 오랜 직장생활, 노조활동 등을 통해 얻은 조정능력과 일 중심 사고가 바탕이죠. 오히려 여럿이 함께 움직이니 각자의 장점과 인맥이 시너지 효과를 내 어려운 문제들을 무난히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2003년 3월 가게 문을 열었다. 첫날부터 손님이 밀려들었다. 첫날 250줄의 김밥을 쌌고 나중에는 700줄까지 나가는 날도 종종 있었다. 최고 매출은 하루 70만원. 정씨의 남편이 가끔 거들어주는 것 외에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세 여자 동업 ‘샌드위치’로 성공하기

    정미자, 조현주씨가 공덕동 로터리에 차렸던 김밥전문점 ‘樂&roll 즐거운 김밥’

    “우리들은 김밥집을 일종의 워밍업 과정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난관을 이기지 못하면 큰 꿈을 이룰 수 없다, 갖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자.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 둘이 붙잡고 엉엉 운 날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됐죠.”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재료의 질이었다. 쌀은 철원 오대미만 고집했고, 우엉 당근 오이는 꼭 흙 묻은 재료를 사와 씻기부터 직접 했다. 이들은 “세상에 쉽게 할 수 있는 먹는 장사는 없다. 깨끗이,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려면 지독스레 힘이 든다. 또 그래야 손님이 찾아온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게 미친 듯 일해 한 달 500만원이 넘는 순수익을 올렸다. 김밥집의 호황으로 죽어 있던 주변 상권까지 살아났다.

    2003년 8월, 두 사람은 가게를 처분했다. 금융권 출신인 두 사람은 “이익 실현은 ‘머리’가 아니라 ‘어깨’쯤 왔을 때 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권리금으로만 6000만원 넘는 돈이 들어왔다. 이제 샌드위치점에 도전할 차례였다.

    뉴질랜드에서 사업을 준비하고 있던 황씨를 ‘꼬드겨’ 셋이 손을 잡았다. 먼저 한 일은 역시 시장조사. 호텔은 물론 서울 시내의 유명 샌드위치 전문점은 다 가봤다. 나중에는 해외로까지 눈을 돌렸다. 각기 1000만원 정도의 돈을 들여 한 달간 캐나다,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지를 헤집고 다녔다. 도쿄에서 훌륭한 샘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주도서 관광사업 꿈 차근차근

    세 여자 동업 ‘샌드위치’로 성공하기

    좁은 매장을 향해 열려 있는 미니 주방의 조갯빛 타일이 멋스럽다.

    다음 문제는 틈새시장을 겨냥해 ‘가격은 중급(4900~9900원), 맛은 최상급인’ 샌드위치를 만들어내는 것. 고생 끝에 프랑스 ‘리츠 에스코피에’ 호텔학교 출신 요리사와 선이 닿았다. 프랑스 현지에서 활동하다 잠시 한국에 들어온 그와 함께 프랑스풍 샌드위치 메뉴 개발에 들어갔다. 한편으로는 빵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온갖 샌드위치들을 먹어본 결과 치아바타 빵이 가장 맛있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런데 모 호텔에 문의하니 빵 하나에만 2000원이라더군요. 간절히 원하면 길이 열린다고, 어찌어찌해 치아바타 빵을 직접 만드는 베이커리를 알게 됐지요. 거기서 두 달간 빵 만드는 기술을 배웠습니다.”

    이들은 지금도 새벽 시간을 이용해 한 명씩 돌아가며 그 베이커리에서 직접 빵을 구워낸다. 치아바타 빵은 올리브기름 외엔 아무것도 넣지 않아 담백하고 칼로리가 낮은 데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보드라워 샌드위치용으로 제격이다.

    새 점포는 고급 식재료로 유명한 서울 연희동 사러가쇼핑 건너편에서 찾았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데다 근처에 외국인학교, 연희초등학교 등이 있고, 사러가쇼핑 고객인 중상류층 주부들 또한 좋은 고객이 되리라 여겼다. 신축건물이라 권리금 없이 보증금 4000만원, 월세 150만원에 계약했다. 역시 7.5평의 좁은 공간. 一자 바와 주방, 탁자 하나를 마련했고 직접판매와 단체배달을 겸하기로 했다.

    셋이 동업인 만큼 효율적 일처리를 위해 리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황씨가 무거운 짐을 졌다. 리더가 3000만원, 나머지 둘이 각 2000만원씩을 내놓았다. 그 돈은 보증금과 기기 마련 및 인테리어비로 쓰였다.

    “경기가 워낙 안 좋아 큰돈을 벌기보다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목표를 뒀어요. B급 시장이랄 수 있는 연희동을 택한 것도 그 이유고요. 지난해 12월 문 열었고, 매출을 공개하긴 힘들지만 매달 50%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빵이 맛있다’ ‘다이어트식이다’ ‘웰빙 샌드위치다’ ‘커피 맛이 훌륭하다’는 등의 입소문이 나, 광화문 등지에서도 단체 주문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주변 사람 도움이 컸다. 오랜 직장생활과 활발한 취미활동, 원만한 인간관계 덕을 톡톡히 봤다. 여전히 바쁘지만 A급 시장 진출과 제주도에서의 자연친화형 관광사업이라는 꿈이 있기에 이들은 늘 즐겁고 활기차다.

    세 여성에게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냐”고 물었다. “사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맛과 청결은 기본입니다. 핵심은 누가 장사를 하느냐예요. 그가 내뿜는 향기, 에너지와 분위기가 가게의 색을 결정하죠. 꾸민 친절과 쾌활함은 먹혀들지 않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게 장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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