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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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와 닮은 꼴 사이버 업계 재하청 구조

  • 입력2004-06-17 12: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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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하게 10년 만의 폭염이 다가오고 있다는 초여름, 쓰레기 만두 파동이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국민들은 이토록 원시적이고 전근대적인 양심불량 부조리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격노하고, 어떤 이들은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몰염치한 기업들을 멸종시켜야 한다고 일갈한다.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나는 먹음직스러운 만두피 속에 숨어 있는 만두소의 추악함이 단지 만두만의 문제일까, 나아가 식재료와 음·식료 업종만의 문제일까를 생각한다. 산업 분류만 다를 뿐, 또는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아니라는 것 외에 너무나도 똑같은 사건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복합사회 속에 산재해 있다.

    이번 사건에는 대기업도 연루되었는데 기저는 주문자 상표부착생산방식(OEM)에 있다. 유통과 판매에서만 대기업 브랜드를 갖다붙였을 뿐 생산은 영세하청업자가 담당하는 OEM은 당연히 품질관리와 보증의 책임은 대기업에 있다. 그들은 아마 생산원가를 싼값에 후려치고 이윤을 높이려 했을 것이며 사건 결과가 말하듯 관리책임을 방기했다.

    쓰레기 만두와 똑같은 모양새가 건설업에도 보인다. 먹는 것 못지않게 국민생활에 필수조건인 주택. 아파트 건설원가 공개 비공개를 둘러싼 대통령과 정치권, 시민단체와 국민여론을 찬찬히 지켜보면 아이템이 다를 뿐 원인과 내용은 쓰레기 만두사건과 쌍둥이 꼴임을 금세 깨닫게 된다. 분양 아파트들은 모두 멋진 CF로 포장되어 대기업 브랜드가 붙어 있지만 건설의 구조와 과정은 원청과 하청, 재하청을 통해 곳곳에 부실의 위험이 존재한다. 모두가 원가를 낮추고 이윤을 높이기 위한 행위 속에서 삶의 질 보장이라는 본질이 밀려났기 때문이다.

    인간생존과 직결된 음식, 주택의 문제뿐일까. 정보통신 산업분야는 더더욱 문제다. 국가경쟁력의 으뜸으로 꼽는 인터넷과 이동통신을 비롯해 유비쿼터스로 가고 있는 이른바 ‘첨단’의 레테르를 붙인 정보기술도 이미 ‘생필품’의 단계에 와 있다. 가상공간 속에 구축되는 엄청난 데이터베이스와 네트워크 기술들의 개발과정은 가히 ‘사이버 건설업’이라고도 부를 만하다(어떤 이들은 쉽게 ‘노가다’로 부른다). 이 산업은 눈에 보이는 모니터상의 인터페이스 이면에 보이지 않는 온갖 프로그램 소스코딩의 내용을 일반인이 확인할 수조차 없는 ‘보이지 않는 구성물’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때문에 일반인들의 MS, IBM. Intel 등 다국적 브랜드에 대한 맹신과 추종이 더욱 높다.



    하지만 원가 후려치기식 다단계 하층구조가 가장 횡행하는 산업이 정보산업 분야라는 점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일례로 최근 만두파동 속에 묻힌 뉴스 가운데 하나가 ‘뚫으면 뚫리는 인터넷 쇼핑몰’ 사건이다. 해킹에는 무방비인 채 매출 확대와 이윤 극대화에만 혈안이 되어 고객정보 보안에는 무심한 행태 또한 옆구리 터진 만두와 무엇이 다를까 싶다.

    최영일 / 디지털경제 칼럼니스트 woody01@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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