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햇볕의 자외선을 제대로 차단하지 않으면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자외선(紫外線)’은 글자 그대로 ‘자색’, 즉 ‘보라색보다 바깥에 있는 광선’이다. 빛의 스펙트럼상 무지개 색깔인 ‘빨주노초파남보’에서 보라색의 옆에 있는 광선이 바로 자외선. 문제는 자외선이 다른 광선과 달리 인체와 접촉하면 다양한 생물학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파장 길이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
자외선은 파장의 길이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파장이 가장 긴 UVA는 35~50%가 피부의 표피를 통해 진피에 도달하며 주로 피부를 검게 만든다. 즉 멜라닌 산화를 단시간에 촉진시켜 피부색이 검어지게 하는 선탠(suntan) 상태를 만드는 것. 예전에는 염증치료 효과가 높다는 이유로 사랑받았으나 최근에는 진피의 탄력섬유를 파괴해 피부를 노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경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파장의 길이가 두 번째로 긴 UVB는 피부의 표피에 직접 작용, 화상을 입히는 주인공이다. UVB를 ‘유해 자외선’이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 이 파장은 주로 피부에 염증을 일으켜 ‘홍반’이나 ‘수포’를 만드는 일광화상(sunburn)을 일으킨다.
파장이 가장 짧은 UVC는 생명체를 파괴하는 빛이지만 오존층 때문에 지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오존층의 파괴가 전 지구적 문제가 되고 있는 까닭도 UVC 때문이다.
자외선이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치는 곳은 피부다. 적당한 양의 햇볕은 비타민D를 합성해 골격을 튼튼하게 하지만 지나친 햇볕은 피부를 망친다. 우선 피부가 건조해져 잔주름이 생기고 탄력성이 줄어들며 늘어진 피부에는 두꺼운 각질층이 자리잡으면서 노화현상이 촉진된다. 또 멜라닌 색소가 늘어나 기미·주근깨가 생기고, 피부도 검게 변한다. 그뿐 아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자외선에 심하게 노출되면 피부가 빨갛게 부어올라 화끈거리고 따가우며 물집이 생기는 화상도 입는다. 근래에는 오존층 파괴로 인해 지표면에 내리쬐는 자외선의 양이 증가하면서 피부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실정.
보호장구 챙겨 외출해야 예방
오존층의 파괴는 각막화상, 백내장 등 눈에도 여러 가지 질환을 일으키고 있다. 눈이 자외선에 오래 노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은 크게 급성과 만성 손상으로 나뉜다.
급성손상은 단시간에 일정 수준 이상의 과다한 자외선에 노출됐을 경우 발생하는 광각막염, 광결막염이 대표적이다. 광각막염은 자외선이 각막상피를 손상시켜 염증을 일으키는 현상으로 눈부심·눈물 흘림·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광결막염은 충혈 현상과 함께 결막부종 등의 증상을 보인다.
한여름, 선글라스는 필수. 하지만 색조와 자외선 차단효과는 관련이 없다.
자외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한 한 자외선을 피하는 것이다. 특히 자외선이 강렬한 오전 10시에서 낮 3시 사이에는 무조건 선탠을 피하고, 피부가 심하게 손상되었거나 화상을 입었을 때는 병원을 찾아 상처가 덧나지 않게 하는 게 최선책. 그러나 부득이 외출해야 할 경우에는 가급적 맨살이 덜 드러나는 옷을 입고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보호구를 챙긴다. 자외선 차단제와 챙이 넓은 모자, 선글라스는 필수품.
자외선 차단제는 UVA와 UVB 모두를 막아주는 것이 좋으며 자외선 차단지수(SPF)가 UVB 기준으로 15 이상인 것이 좋다. 자외선 차단제에 표시된 차단지수가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하려면 상당량을 발라주어야 한다. 적은 양을 바르면 차단 효과를 볼 수 없다.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외선 차단제가 코팅돼 있는 선글라스나 안경,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하나, 명심해야 할 점은 선글라스의 색조와 자외선 차단 효과는 직접적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색조가 강할수록 투과되는 광선의 양이 적어지긴 하지만, 강한 색조가 동공의 확장을 불러와 오히려 자외선의 유입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외선 차단제가 코팅된 약한 색조의 선글라스를 사용하는 게 좋다. 물론 안경알의 크기가 클수록, 눈에 가까울수록, 그리고 측면까지 차단되어 있는 렌즈가 자외선 차단 효과가 더욱 높다.
도움말/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주흥 교수·안과 정의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