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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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누빈 자원봉사자 책 썼다

  • 전원경/ 동아일보 출판기획팀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4-06-17 1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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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 누빈 자원봉사자 책 썼다태국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네팔의 산비탈을 깎아 길을 만드는가 하면, 전쟁 직후의 이라크에서 의약품 지원 모니터링을 한 여대생. 설지인씨(22•서울대 외교학과 4년)는 실로 용감하기 짝이 없는, 아니 겁 없는 신세대다. 대학 시절 내내 제3세계를 자기 집처럼 돌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한 궤적이 ‘스무살, 희망의 세상을 만나다’라는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책을 내고 나니 새로운 부담이 생겼어요. 저는 다만 자원봉사가 즐거워서 한 것뿐인데, 사람들이 제가 엄청난 사명감을 가지고 다녔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아직은 자원봉사라는 개념이 낯설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는 자원봉사를 우리가 주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는 여행처럼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구촌 누빈 자원봉사자 책 썼다
    ‘스무살, 희망의 세상을 만나다’에는 설씨가 필리핀 일본 태국 네팔 이라크를 다니며 겪은 자원봉사 경험담이 생생하게 실려 있다. 책 속에 털어놓은 경험들은 꾸밈없고 솔직하다. 마닐라의 쓰레기 산 속에 사는 사람들의 처절한 가난에 가슴 아파하기도 하고, 네팔의 낯선 힌두 문화에 당황하는가 하면, 서희부대원과 이라크 소년이 나누는 우정에 그만 코끝이 찡해져 어쩔 줄을 모른다. 세균성 이질에 걸리고도 50℃의 바그다드, 바스라를 누비며 의약품 지원 모니터링 활동을 끝까지 해내는 강인한 면모도 보여준다.

    “젊은 사람들이 제 책을 읽어주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세계가 어떤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 젊은이들이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는 학생답게 설씨는 미군의 이라크인 포로 학대사건에 대해서도 예리한 시각을 보인다. “그것은 비단 미국이나 특정 미군의 잘못이라기보다 전쟁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부작용이며 비극이다. 전쟁이라는 상황을 맞으면 그토록 잔인해질 수도 있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졸업 후에는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설씨의 소망은 르완다에 가보는 것. “에이즈와 내전 문제가 심각한 르완다에서 꼭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맑은 눈에서 굳은 의지가 반짝인다. 그는 꼭 르완다에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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