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 활동했던 서독 적군파(RAF·Rote Armee Fraktion) 요원 잉게 비트의 삶을 토대로 한 영화 ‘레전드 오브 리타’가 관객을 찾아온다. 적군파 소속인 리타(비비아나 베글라우 분)의 삶은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자본주의의 추악함을 비난하며 이상적인 사회를 지향했던 그의 꿈은 ‘양철북’의 감독 폴커 슐뢴도르프에 의해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불평등과 함께 국가를 없애고 싶었어.”
리타는 자신의 행동동기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영화에서 그리고 있는 70년대 당시 서독사회는 냉전과 분단으로 경직돼 있었고, 그런 사회를 바꾸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았다. 리타가 소속된 적군파도 그런 시도 중의 하나였다. 독일 학생운동의 한 축이었던 안드레아스 바더와 기자 출신인 울리케 마인호프가 68년 결성한 ‘바더 마인호프 그룹’이 적군파의 전신이다. 이 그룹은 70년 5월 적군파로 확대됐다.
마르크스주의와 마오주의를 신봉했던 적군파는 전 세계적인 마르크스주의 혁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의 감춰진 폭력성을 공격하는 테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일환으로 이들은 자본주의의 핵심 국가인 미국과 독일의 연대를 파괴해야 한다고 보고 미군기지 및 미국 기관에 대한 테러활동을 벌였으며, ‘나치 잔재 척결’ ‘베트남전 반대’ ‘반제국주의 전쟁’ 등을 기치로 내걸고 80년대 말까지 수백건의 테러를 자행했다.
영화는 적군파의 행동 반경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다. 애인인 앤디와 함께 테러운동에 참여했던 리타는 은행강도, 폭탄테러 등을 감행하며 앤디의 탈옥을 돕다 변호사를 살해하게 돼 쫓기는 처지가 된다. 이때 리타는 동독의 비밀요원 에빈의 도움을 받아 파리로 피신한다. 자본주의 문화가 화려하게 꽃핀 파리에서 리타는 세상을 바꾸기에는 자신이 너무나 무기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다 우연히 파리 경찰을 살해하고 다시 피신해야 하는 처지가 된 리타는 또다시 에빈의 도움으로 동독으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레전드(legend)’를 권유받는다. 레전드는 ‘전설’이라는 뜻을 갖고 있지만 영화 속에서는 비밀경찰의 용어로 ‘신분조작’을 의미한다. 따라서 영화 제목은 리타의 전설적인 삶과 실제적인 신분조작의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리타는 두 번씩이나 신분을 바꿔가며 동독사회에 적응해간다. 날염공장 노동자로 변신해 생활하면서 동료 노동자 타탸나(나쟈 울 분)와 깊은 우정을 나누지만 신분이 드러나 우정도 뒤로한 채 떠나야 했다. 이후 어린이 캠프에서 관리교사로 일하다 물리학도 요헨과 사랑에 빠지지만 리타의 과거를 알게 된 요헨이 결국 그녀 곁을 떠나고 만다.
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서독은 동독 비밀경찰이 숨겨준 테러리스트를 인도하라고 요구한다. 리타의 옛 동료들은 하나 둘씩 체포되고 리타 역시 에빈의 도움으로 도피하다 동서독 경계에서 경비병에게 사살되고 만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가 호소력이 있는 이유는 조직이나 이념이 아닌, 개인의 비극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감독은 영화 속 인물들의 입을 통해 적군파들의 활동에 많은 오류가 있었지만 “개인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말하려는 듯하다. 그래서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거침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테러리스트들이지만 일상적인 행복에 목말라하는 평범한 인물들로 그려진다.
연극배우 출신인 비비아나는 강인한 테러리스트이면서도 여린 감성의 소유자인 리타 역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고전연극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나쟈 울은 영화 속에서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가 실패해 술과 담배에 의지해 휘청거리며 살아가는 타탸나 역을 잘 그려내고 있다. 이들은 2000년 베를린영화제에서 공동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슐뢴도르프 감독은 이처럼 격정적인 인물들의 삶을 그리면서도 객관적이고 담담한 시선을 유지한다. 따라서 배우들은 슬픔을 안으로 삼켜 감동을 배가시킨다. 배우들이 테러리즘을 일종의 낭만주의로 정의하고 있는 점도 독특하다.
뉴 저먼 시네마(New German Cinema)의 기수인 감독은 영화나 실제 정치 참여를 통해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그것은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양철북’이나, 테러리스트를 은닉했다는 혐의를 받은 한 여자가 당국과 언론으로부터 어떻게 공격받는지를 다룬 영화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등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2000년 베를린영화제 최우수 유럽영화상 수상작품.
“불평등과 함께 국가를 없애고 싶었어.”
리타는 자신의 행동동기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영화에서 그리고 있는 70년대 당시 서독사회는 냉전과 분단으로 경직돼 있었고, 그런 사회를 바꾸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았다. 리타가 소속된 적군파도 그런 시도 중의 하나였다. 독일 학생운동의 한 축이었던 안드레아스 바더와 기자 출신인 울리케 마인호프가 68년 결성한 ‘바더 마인호프 그룹’이 적군파의 전신이다. 이 그룹은 70년 5월 적군파로 확대됐다.
마르크스주의와 마오주의를 신봉했던 적군파는 전 세계적인 마르크스주의 혁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의 감춰진 폭력성을 공격하는 테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일환으로 이들은 자본주의의 핵심 국가인 미국과 독일의 연대를 파괴해야 한다고 보고 미군기지 및 미국 기관에 대한 테러활동을 벌였으며, ‘나치 잔재 척결’ ‘베트남전 반대’ ‘반제국주의 전쟁’ 등을 기치로 내걸고 80년대 말까지 수백건의 테러를 자행했다.
영화는 적군파의 행동 반경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다. 애인인 앤디와 함께 테러운동에 참여했던 리타는 은행강도, 폭탄테러 등을 감행하며 앤디의 탈옥을 돕다 변호사를 살해하게 돼 쫓기는 처지가 된다. 이때 리타는 동독의 비밀요원 에빈의 도움을 받아 파리로 피신한다. 자본주의 문화가 화려하게 꽃핀 파리에서 리타는 세상을 바꾸기에는 자신이 너무나 무기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다 우연히 파리 경찰을 살해하고 다시 피신해야 하는 처지가 된 리타는 또다시 에빈의 도움으로 동독으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레전드(legend)’를 권유받는다. 레전드는 ‘전설’이라는 뜻을 갖고 있지만 영화 속에서는 비밀경찰의 용어로 ‘신분조작’을 의미한다. 따라서 영화 제목은 리타의 전설적인 삶과 실제적인 신분조작의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리타는 두 번씩이나 신분을 바꿔가며 동독사회에 적응해간다. 날염공장 노동자로 변신해 생활하면서 동료 노동자 타탸나(나쟈 울 분)와 깊은 우정을 나누지만 신분이 드러나 우정도 뒤로한 채 떠나야 했다. 이후 어린이 캠프에서 관리교사로 일하다 물리학도 요헨과 사랑에 빠지지만 리타의 과거를 알게 된 요헨이 결국 그녀 곁을 떠나고 만다.
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서독은 동독 비밀경찰이 숨겨준 테러리스트를 인도하라고 요구한다. 리타의 옛 동료들은 하나 둘씩 체포되고 리타 역시 에빈의 도움으로 도피하다 동서독 경계에서 경비병에게 사살되고 만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가 호소력이 있는 이유는 조직이나 이념이 아닌, 개인의 비극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감독은 영화 속 인물들의 입을 통해 적군파들의 활동에 많은 오류가 있었지만 “개인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말하려는 듯하다. 그래서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거침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테러리스트들이지만 일상적인 행복에 목말라하는 평범한 인물들로 그려진다.
연극배우 출신인 비비아나는 강인한 테러리스트이면서도 여린 감성의 소유자인 리타 역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고전연극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나쟈 울은 영화 속에서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가 실패해 술과 담배에 의지해 휘청거리며 살아가는 타탸나 역을 잘 그려내고 있다. 이들은 2000년 베를린영화제에서 공동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슐뢴도르프 감독은 이처럼 격정적인 인물들의 삶을 그리면서도 객관적이고 담담한 시선을 유지한다. 따라서 배우들은 슬픔을 안으로 삼켜 감동을 배가시킨다. 배우들이 테러리즘을 일종의 낭만주의로 정의하고 있는 점도 독특하다.
뉴 저먼 시네마(New German Cinema)의 기수인 감독은 영화나 실제 정치 참여를 통해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그것은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양철북’이나, 테러리스트를 은닉했다는 혐의를 받은 한 여자가 당국과 언론으로부터 어떻게 공격받는지를 다룬 영화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등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2000년 베를린영화제 최우수 유럽영화상 수상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