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더 멀리 뒤를 볼수록 더 멀리 앞을 볼 수 있다’는 전 영국 총리 처칠의 충고를 따른다. 즉 지난 100년의 역사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들려주는 것들, 그리고 미래에 가장 중요하게 부각될 것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빌 에모트가 던진 주제는 두 가지, 21세기에도 미국은 계속해서 세계를 이끌고 평화를 유지할 것인가, 또 자본주의의 강점이 약점을 충분히 뛰어넘어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것인가다.
책의 부제가 ‘도전받는 평화, 의심받는 자본주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자는 “미국이 주도하는 힘의 균형과 질서는 상당기간 지속되며, 온갖 저항과 비판에도 자본주의는 부의 창출이라는 목적에 가장 적합한 경제체제”라고 말한다. “세계의 모든 문제에는 미국과 자본주의가 개입되어 있다”는 저자의 시각에서 보면 현재 진행중인 이라크전쟁도 훨씬 멀리까지 보인다. 그는 다시 “평화냐 반평화냐가 아니라 질서냐 질서의 파괴냐”의 문제라고 말한다. 살상은 끔찍하지만 미국 주도의 질서(이는 곧 미국이 말하는 평화다)를 회복하기 위해 이 전쟁은 불가피했다. 여기에 ‘질서의 분할’을 요구하는 유럽 국가들이 개입하면서 대결구도는 훨씬 복잡해졌다. 이 전쟁은 멀리서 보면 단순히 미국과 이라크,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대결이 아니라 유럽을 중심으로 한 다원주의와 미국이 추구하는 일원주의의 충돌이다.
미국은 여전히 21세기에도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독자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것이 앞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가상적 동맹국가들－인도,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 등－의 이익에 정면으로 배치되지 않는 한 미국의 지배력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21세기에 들어 미국의 초자본주의 시스템은 너무나 자주 결함을 드러냈다. 이는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뿐만 아니라 정치 및 군사적 영향력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식 자본주의의 강점은 새로운 문제나 기회가 나타날 때 빠르게 적응하는 ‘탄력성’이다. 자본주의는 욕심과 무자비함 때문에 인기가 없다. 그러나 21세기 초에 미국의 지도력과 함께 자본주의 역시 강한 생명력을 발휘할 것이다. “자본주의는 불완전하고 불평등하지만 세계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이번에는 시야를 한국으로 좁혀서 ‘한국경제지도’를 그려보자. 최근 경제·경영서들이 ‘어떻게 하면 돈을 벌까’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빨리 성공할까’에 초점을 맞춰 단기승부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지만 경제교육 전문가를 자처한 곽해선씨의 ‘한국경제지도’는 정직한 승부를 권한다.
처음부터 분명히 해두는 것은 이 책이 돈 버는 법, 성공을 위한 처세법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대신 한국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어디로 나아갈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의견이나 전망이 아닌 철저히 현실(수많은 수치를 통해 드러나는)에 기초한 분석이다.
정부와 여러 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수많은 백서와 보고서가 있지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데다 어지러운 수치의 나열에 질려버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한국경제지도’는 나라 경제 전반의 현황과 과제, 전망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정리했다. 한국경제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전보다 얼마나 커졌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을 얼마나 많이 버나, 집집마다 쓰고 남는 돈은 얼마인가, 학력별 임금격차는 어느 정도인가, 나라 빚은 얼마나 되나, 공적자금은 어디로 새나, 외환은 이제 충분한가, 외국인 투자로 손해본 것은 없나. 궁금하다면 ‘한국경제지도’를 펼쳐라.
20:21 비전/ 빌 에모트 지음/ 형선호 옮김/ 더난출판 펴냄/ 408쪽/ 1만8000원
한국경제지도/ 곽해선 지음/ 동아일보사 펴냄/ 299쪽/ 95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