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맨 왼쪽)이 4월6일 나라종금과 관련해 제기된 노무현 대통령 측근들의 금품수수 의혹에 관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당초 이 사건의 성격은 비교적 단순했다. 염동연 위원과 안희정 부소장이 나라종금 대주주인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측으로부터 각각 받은 5000만원과 2억원의 성격을 규명하기만 하면 됐기 때문. 그러나 지난해 6월 검찰이 두 사람이 돈을 받았다는 진술과 물증을 확보하고서도 수사를 지연한 것으로 드러남으로써 당시 수사 축소 내지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 여부도 검찰이 밝혀내야 할 의혹으로 떠올랐다. 아울러 김 전 회장측의 또 다른 로비 라인은 없었는지도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만 보면 두 사람이 받은 돈의 대가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호준 전 회장측이나 두 사람 모두 돈을 주고받은 사실은 시인하지만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와는 상관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염위원이나 안부소장은 공무원 신분도 아니어서 뇌물죄 성립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호준 전 회장의 변호인인 이재화 변호사는 “이미 문제 될 것이 없는 사안으로 법률적 판단이 났는데도 정치권에서 자꾸 의혹을 제기하는 까닭에 차제에 이 문제를 전면 공개해 법적 판단을 받자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기소될 사항도 아니지만 재판에 가더라도 무죄판결이 날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국민 일반이나 야당이 이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벌써부터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제를 도입해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 전 회장측이 2억원을 안씨에게 준 것은 안씨가 당시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이자 국회의원이었던 노대통령의 오랜 측근이라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해명대로 검찰 수사를 마무리할 경우 한나라당의 정치적 공세에 부닥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두 사람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사라는 비판도 피하기 힘들다. 그렇지 않아도 노대통령이 ‘정치적 고려 없는 수사’를 지시한 것은 내부적인 검토 끝에 ‘법적인 문제 없음’이라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찌 됐든 로비의혹이 무혐의로 결론나든 혐의가 확인되든 결과와 관계없이 이번 사건은 상당기간 검찰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